네 가지 사문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부처님은 카샤파에게 말씀하셨다.
「흔히 사문 사문 하는데 어떤 것이 진정한 사문(沙門)인가. 사문에는 다음 네 종류가 있다. 겉모양만의 사문, 겉으로만 얌전한 체하는 것으로써 남을 속이는 사문, 명예와 칭찬을 구하는 사문, 진실하게 수행하는 사문 등이다.
첫째, 겉모양만의 사문이란 어떤 것인가. 어떤 사문은 겉으로 보기에 사문다운 모양을 갖추고 있다. 그는 가사를 입고 머리를 깎고 바리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행동과 말씨와 생각은 깨끗하지 못하다. 수행도 하지 않고 해탈을 얻지도 못한다. 조용하지도 못하고 교법을 지키지도 않는다. 탐욕스럽고 게으르고 파계하며 항상 죄를 짓고 있다. 이것이 겉모양만의 사문이다.
둘째, 겉으로만 얌전한 체함으로써 남을 속이는 사문이란 어떤 것인가. 어떤 사문은 예의 범절이 깍듯하여 다니고 머물고 앉고 누움에 탓할 게 없고, 음식과 의복과 거처가 지극히 검소하며, 세속에 있는 신도나 다른 수행자와 잘 섞이지 않고 말수도 적다. 그러나 이 사문의 그와 같은 처신은 시주(施主)를 속여 자기를 훌륭한 사문으로 보이려고 하는 조작된 행동에 불과하다. 마음을 맑게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평안을 얻기 위해서도 아니며 수행을 위해서도 아니다. 그는 다만 겉으로만 훌륭한 사문으로 보여 공양을 많이 받으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이다. 공(空)에 대한 교법을 들으면 깊은 구렁에 떨어지는 것같이 생각하고 공을 말한 비구들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것이 겉으로만 얌전한 체함으로써 남을 속이는 사문이다.
셋째, 명예와 명성과 칭찬을 구하는 사문이란 어떤 것인가. 어떤 사문은 자기가 계율을 지키고 있는 것을 어떻게 남에게 알릴까 생각하며 계율을 지킨다. 어떻게 하면 남들이 자기를 뛰어난 학자라고 알아 줄까 생각하며 교법을 듣고 배운다. 어떻게 하면 남들이 자기를 산중의 도인이라고 알아 줄까 생각하며 산중에서 수행한다. 이것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이지,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욕정을 떠나기 위해서도 아니며, 평안을 위해서도 아니고 깨달음을 위해서도 아니다. 진실한 사문이 되기 위해서도 아니고 진실한 바라문이 되기 위해서도 아니며 열반의 실현을 위해서도 아니다. 이것이 명예와 명성과 칭찬을 구하는 사문이다.
넷째, 진실하게 수행하는 사문이란 어떤 것인가. 그는 몸에 대해서도 생명에 대해서도 바라는 것이 없는데, 하물며 이익이나 존경이나 명예에 대해서이겠는가. 공(空) · 무상(無相) · 무원(無願)의 법을 듣고 기뻐하며 진실한 모습을 이해한다. 열반조차도 바라지 않으면서 청렴한 수행자의 생활을 한다. 삼계에 속한 기쁨에는 아예 아랑곳하지 않는다. 진리를 귀의처로 삼고 사람을 귀의처로 삼지 않는다. 번뇌로부터의 해탈을 안으로 구하고 밖으로 찾아 헤매는 일이 없다. 모든 존재는 그 본성이 청정하여 더럽히지 않는 것을 본다. 미혹의 바다 가운데서 자기 자신을 의지할 섬으로 삼고 타인을 섬으로 삼지 않는다. 법은 애욕을 떠난 것이라고 하는 진리에도 집착하지 않는데, 법을 말로 나타낸 것에 집착하겠는가. 무엇인가 잘못된 법을 끊어버리기 위해 수행하는 것도 아니고, 도를 배우기 위해서나 깨닫기 위해서도 아니다. 윤회의 길에서 살기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고 열반의 세계를 유달리 기뻐해서도 아니다. 해탈을 구해서도 아니고 이 세상의 속박을 구해서도 아니다. 모든 존재의 본성이 열반 상태에 있는 것임을 알아, 윤회에 유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열반에 상주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이 진실하게 수행하는 사문이다. 진실한 수행에 의해서만 사문의 덕행이 갖추어지는 것이지, 이름만의 수행에 의해서는 그리 될 수 없다.」
참고
범소유상(凡所有相) : 대저 온갖 모양은,
개시허망(皆是虛妄) : 모두 허망한 것이니,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 : 만약 모든 모양이 모양 아닌 줄을 본다면,
즉견여래(卽見如來) : 바로 여래를 보리라.
출전 : 불교성전(寶積經 迦葉品)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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