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1910-382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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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이여, 어디에서 오시기에 헤진 옷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쳤습니까?"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는 지극히 존경하던 조모님이 계셨는데 저를 버리고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성 밖에 나가 화장을 하고 공양을 마친 다음 세존께 온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조모님을 지극히 사랑하고 존경스럽게 생각하셨습니까?"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극히 존경하고 사랑하고 생각합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이 나라의 모든 코끼리와 말과 나아가 왕위까지 모두 가져다 남에게 주고서라도 조모님의 목숨만 구할 수 있다면 저는 마땅히 그에게 주겠습니다. 그러나 이미 구할 수도 없고 삶과 죽음으로 영원히 하직하였으므로 슬픔과 그리움과 근심과 괴로움을 스스로 견딜 수 없습니다. 일찍이 세존께서는 '모든 중생 · 모든 벌레 · 모든 신(神)에 이르기까지도 일단 생겨난 것은 모두 속절없이 죽게 마련이어서 끝내 다하지 않는 것은 없다. 한 번 생겨난 것 치고 죽지 않는 것은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들었사온데, 오늘에야 비로소 세존께서 하신 말씀이 훌륭하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중생 · 모든 벌레 · 모든 신들에 이르기까지 일단 생겨난 것이면 다 속절없이 죽게 마련이어서 마침내 다함으로 돌아간답니다. 어느 것도 일단 생겨나면 죽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설사 바라문(婆羅門)같은 훌륭한 족성[姓]이나 찰리(刹利)같은 훌륭한 족성이나 장자(長者)같은 훌륭한 족성이라 하더라도 일단 태어난 이는 다 죽게 마련이니, 죽지 않는 이는 없습니다. 설령 찰리 종성의 대왕이 정수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르고 왕위에 올라 온 천하의 왕이 되어, 자재로운 힘을 얻어 모든 적국(敵國)을 다 항복 받았다 하더라도, 마침내는 다함으로 돌아가 죽지 않는 이는 없답니다. 또 대왕이여, 장수천(長壽天)에 태어나서 하늘 궁전의 왕이 되어 마음껏 쾌락을 누린다 하더라도, 마침내는 다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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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 죽지 않는 이는 없답니다. 또 대왕이여, 아라한 비구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고 온갖 무거운 짐을 버렸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쳤고 자신은 이익을 얻었으며 모든 존재의 결박에서 벗어나 바른 지혜로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 하더라도, 그도 또한 다함으로 돌아가 몸을 버리고 열반하는 것입니다. 혹은 연각(緣覺)으로서 잘 균형을 이루어 지극히 고요하다 하더라도 그 몸과 목숨은 다해 마침내 열반으로 돌아간답니다. 모든 불세존께서 열 가지 힘을 완전히 갖추고 네 가지 두려움이 없으며[四無所畏],[4무외(無畏)라고도 함. 무소외란 불·보살이 설법할 때 두려운 생각이 없는 지혜 능력의 네 가지를 말함. 여기에는 부처님의 무소외와 보살의 무소외가 있다. 부처님의 무소외란 첫째는 정등각무외(正等覺無畏)로서 일체 모든 법을 평등하게 깨달아 다른 이의 힐난(詰難)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누영진무외(漏永盡無畏)로서 온갖 번뇌를 다 끊었노라고 하여 외난(外難)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설장법무외(說障法無畏)로서 보리를 장애 하는 것을 말하되, 악법(惡法)은 장애되는 것이라고 말해서 다른 이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고, 넷째는 설출도무외(說出道無畏)로서 고통의 세계를 벗어나는 중요한 길을 나타내서 다른 이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보살의 무소외란 첫째 능지무외(能持無畏)로서 교법을 듣고 명구문(名句文)과 그 뜻을 잊지 않아 남에게 가르침에 있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지근무외(知根無畏)로서 중생 근기의 우둔함과 예리함을 알고 그에 알맞은 법을 말해줌에 있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결의무외(決疑無畏)로서 다른 이의 의심을 판결하여 적절한 답변을 해줌에 있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고, 넷째는 답보무외(答報無畏)로서 여러 가지 어려운 질문에 대해 자유자재로 응답함에 있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뛰어난 사자처럼 외쳐댄다 하더라도, 마침내는 몸을 버리고 반열반(般涅槃)을 취하는 것이라오. 이러한 까닭으로 대왕께서는 아셔야만 합니다. 모든 중생 · 모든 벌레 · 모든 신에 이르기까지 일단 생겨난 것은 속절없이 죽게 마련이니 마침내 소멸됨으로 돌아가며, 죽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답니다." 그 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온갖 중생의 부류들 목숨 있으면 마침내 죽음으로 돌아가 각기 지은 업을 따라 다른 세계로 나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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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결과를 제 자신이 받는다. 그 나쁜 업 지은 자는 지옥에 떨어지고 선을 행한 사람은 천상에 오르며 훌륭하고 묘한 도 닦아 익힌 이는 번뇌가 다해 반열반에 드느니라. 여래와 연각과 부처님의 성문 제자들까지도 마침내는 그 몸과 목숨을 버리나니 하물며 저 세속 범부들이겠는가.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228. 자념경(自念經)[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1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바사닉왕은 혼자 고요한 곳에서 선정에 들어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것을 자신을 생각하는 것이라 하고, 어떤 것을 자신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몸으로 악행(惡行)을 하고 입으로 악행을 하며 뜻으로 악행을 하면 그것은 자신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며, 만일 몸으로 선행(善行)을 하고 입으로 선행을 하며 뜻으로 선행을 하면 그것은 자신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선정에서 깨어나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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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아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고요한 곳에서 혼자 사색에 잠겨 있다가 '어떤 것이 자신을 생각하는 것이며, 어떤 것이 자기를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만일 몸으로 악행을 하고 입으로 악행을 하며 뜻으로 악행을 하면 그것은 자기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만일 몸으로 선행을 하고 입으로 선행을 하며 뜻으로 선행을 하면 그것은 자기를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만일 몸으로 악행을 행하고 입으로 악행을 행하며 뜻으로 악행을 행하면 그것은 자기[自][여기서 '자기'란 우파니샤드적인 자아(自我, tman)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업(業)에 의해 형성되는 5온(蘊)의 복합체로서의 개인을 의미하는 것이다.]를 생각하지 않는 것임을 아셔야 합니다. 그들이 아무리 스스로 자기를 사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더라도 사실은 자신을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나쁜 벗이 염려하지 않는 사람에게 악한 짓을 하는 것은 그를 염려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기 때문인데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하는 짓을 스스로 자신에게 행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자기를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만일 또 몸으로 선행을 하고 입으로 선행을 하며 뜻으로 선행을 하면 그것은 자신을 생각하는 것임을 아셔야 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은 자기 몸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사실 자신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착한 벗이 착한 벗에게 행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생각하거나 사랑하는 자가 사랑스러운 사람에게 행하는 것을 자기 스스로 자신에게 행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자기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른바 자기를 생각하는 이라면 마땅히 나쁜 행 짓지 말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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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끝내 나쁜 행 의지하지 않으면 자기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하리라. 이른바 자기를 생각하는 이라면 끝끝내 나쁜 행 짓지 말지니 온갖 착한 업 짓는 사람은 자기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하리라. 만일 자기를 사랑하는 이라면 자기 자신 보호하기를 나라를 잘 보호하는 임금이 밖으로 국경의 성 막듯이 하라. 만일 자기를 사랑하는 이라면 자신의 보배창고를 잘 지키되 나라를 잘 지키는 임금이 안으로 국경의 성 막듯이 하라. 이와 같이 자신의 보배창고를 잠깐이라도 빈틈이 없게 하라. 잠깐이라도 틈이 생기면 근심 이루고 나쁜 곳에서 오래도록 괴로움 받으리.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229. 자호경(自護經)[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14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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