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平等)

참된 보시와 공양

근와(槿瓦) 2017. 3. 12. 00:30

참된 보시와 공양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불법(佛法)을 성취하려면 항상 경전을 즐겨 읽고 외고 강설해야 한다. 세상 사람이 법을 설해도 여러 천신들이 와서 듣는데 하물며 집을 나온 사람이겠느냐. 집을 나온 사람이 길을 가면서 경이나 게송을 외우면 여러 천신들은 따라다니면서 그것을 듣는다. 그러므로 경전을 부지런히 외우고 강설해야 한다.


덜된 사람들은 착한 사람의 이름을 들으면 미워하고 질투하며, 나쁜 소문을 듣고는 도리어 기뻐한다. 그러나 착한 사람은 남의 결점을 숨기고 좋은 점은 드러내어 널리 알리며, 나쁜 짓을 보면 그것이 번뇌에서 온 줄 알고 가엾이 여겨 용서해 준다.”

 

사밧티의 이웃에 비유건특이라고 하는 조그만 나라가 있었는데, 거기 사는 사람들은 삿된 소견이 많고 불법승(佛法僧) 삼보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지냈다. 그 나라에 우파사나라는 한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무슨 일로 사밧티에 갔다가 부처님을 독실하게 믿는 한 신도한테서 부처님의 공덕을 들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직접 부처님을 뵙고 싶어 제타동산으로 가서 거룩한 모습을 뵈올 수 있었다.

 

그때 마침 부처님께서는 대중 앞에서 다섯 가지 계율에 대해서 말씀하고 계셨으므로 그녀도 한쪽에 앉아 설법을 듣게 되었다.

살생하지 않으면 오래 사는 과보를 얻고, 도둑질하지 않으면 큰 부자의 과보를 얻으며, 음행하지 않으면 존경과 사랑을 받고, 거짓말하지 않으면 신용을 얻으며, 술을 마시지 않으면 총명과 지혜를 얻는다.”

 

우파사나는 이 설법을 듣고 아주 기뻐서 부처님 앞에 나아가, 자기에게도 다섯 가지 계법을 받게 해 달라고 청했다. 부처님은 그녀에게 다섯 가지 계법을 주셨다. 우파사나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사는 곳은 먼 변두리이므로 지금 돌아가려 합니다. 원컨대 조그만 기념물을 주신다면 공경하여 받들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과거의 수많은 부처님들도 모두 법구(法句)를 말씀하셨고, 미래의 부처님들도 이 경을 말씀하실 것이다.”

라고 하시면서 우파사나에게 진리의 말씀인 법구경을 주시어 그대로 외우고 행하게 하셨다.

그녀는 자기 집으로 돌아와 부지런히 경을 외우고 그렇게 행하려고 힘썼다. 어느날 밤중에는 다락에 올라가 부처님의 공덕을 기리면서 법구를 외우고 있었다.

그때 바이슈라마나 천신은 많은 권속을 거느리고 우파사나의 집이 있는 상공을 지나가다가, 경 외는 소리를 듣고 허공에 그대로 멈추었다.

그리고 이렇게 칭송하였다.

장하여라, 누이여. 법을 잘 강설하십니다. 지금 내가 천상의 보배를 주더라도 누이에게는 그것이 하찮게 여겨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한 가지 기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존자 사리불과 목건련이 사밧티에서 오다가 이곳 숲에 머무십니다. 누이는 내일 그분들을 초대하여 공양하시고, 축원할 때에는 내 이름도 함께 넣어 주십시오.”

우파사나는 이 말을 듣고 놀라 공중을 쳐다보았지만 그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우파사나는 공중을 향해 물었다.

당신은 누구이기에 그 모습은 볼 수 없고 소리만 들리나요?”

공중에서 대답했다.

나는 귀신의 왕 바이슈라마나입니다. 법을 듣기 위해 이 허공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늘은 거짓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당신은 천신이요 나는 사람으로 아무런 인연도 없는데, 어째서 날더러 누이라고 부릅니까?”


부처님은 법의 왕이시고 사람과 하늘의 아버지십니다. 나는 남자 신자요 당신은 여자 신자가 되었으니, 다같이 법의 형제이므로 누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우파사나는 매우 기뻐하면서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 백겁 동안 부지런히 고행하신 것은 오로지 나를 위해서이다. 부처님 은혜로 인해 천신과 나는 법의 형제가 되었구나.”

 

그녀는 이일 저일 생각하면서 밤새껏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그집에서는 그날도 하인을 시켜 숲에서 나무를 해오게 하고 있었다. 그날도 하인은 일찍 숲으로 나무하러 들어갔다. 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치다가 저 멀리 존자 사리불과 목건련 등 5백 명의 스님들이 그 숲속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얼마 전에 주인을 따라 사밧티로 가서 그 두 존자를 본 일이 있었으므로 이내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집 주인께서 존경하는 분이 지금 이 숲속에 와 있지마는 주인은 모르고 있다. 만약 내가 나무를 한 뒤에 돌아가 알리면, 그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스님들을 청해갈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우리 주인은 얼마나 서운해 하실까. 나무는 뒤에 하더라도 먼저 이 소식부터 전해 드려야겠다.’


그는 나무에서 내려와 존자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드리고 나서 말했다.

우리 주인 우파사나는 발 아래 예배하고 문안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공양을 마련하여 스님들을 청합니다. 부디 왕림해 주십시오.”

그대는 집에 돌아가 주인에게 이렇게 전하시오. ‘착하여라, 청신녀(淸信女). 때를 알면 언제든 좋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섯 가지 보시(布施)는 한량없는 복을 얻는다고 찬탄하셨습니다. 그것은 멀리서 오는 나그네에게 하는 보시, 멀리 떠나는 이에게 하는 보시, 병든 이에게 하는 보시, 굶주린 이에게 하는 보시, 교법을 아는 이에게 하는 보시 등인데, 이 다섯 가지 보시는 현세에서 복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라고 전해 주시오.”


하인은 이 분부를 받고 숲속에서 나와 달리듯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주인의 시녀에게 물었다.

주인은 어디 계시오?”

시녀의 대답,

저 윗집에 계시는데 밤새껏 주무시다가 이제야 막 잠이 들었어요.”

좀 깨울 수 없겠소? 급히 알릴 일이 있는데.”

감히 깨울 수가.”

정 그렇다면 내가 깨우지요.”

하고 하인은 윗집으로 올라가 문을 조용히 두드렸다.

주인이 깨어나 물었다.

무슨 일이냐?”

하인은 사뢰었다.

존자 사리불과 목건련님이 여러 스님들과 같이 지금 저 숲속에 와 계십니다.”

이 말을 듣자 우파사나는 너무 기뻐, 귀에 달린 두 개의 금귀고리를 떼어 하인에게 상으로 주었다. 하인은 말을 이었다.

존자님께서는 좋은 교훈이 계셨습니다.”

 

그는 다섯 가지 보시 공덕에 대해서 들은 대로 주인에게 설명해드렸다. 우파사나는 아까보다 더 기뻐하였다. 마치 연꽃이 햇빛을 보고 활짝 핀 것처럼 자신의 마음이 열린 것 같았다. 그녀는 값진 보석으로 된 목걸이를 벗어 하인에게 거듭 상으로 주었다.


하인은 다시 말했다.

주인께서는 곧 일어나 손을 씻으시고 공양할 음식을 마련하셔야 합니다. 저는 주인의 뜻을 받들어 저 두 분의 존자와 5백 스님들을 청하여 오늘 와서 공양하시도록 했습니다.”


우파사나는 이 충직한 하인의 말을 듣고 더욱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내가 하려고 한 일을 네가 내 대신 미리 해 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나는 이제 너를 자유롭게 놓아주리니 내게 매어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너처럼 어질고 착한 사람은 집에 있거나 집을 떠나거나 시골이나 도시 어디 있을지라도 빛이 날 것이다.”

 

우파사나는 곧 일어나 세수를 하고 집안 식구들과 이웃을 불러 각기 일을 맡기고 자신은 약을 가져다 가루를 만들어 조제하였다. 공양 준비가 다 되자 하인을 스님들에게 보내어 때가 됐음을 알리었다.

두 존자는 스님들과 함께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우파사나의 집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우파사나는 손수 물을 돌리고 갖가지 음식을 올리니 빛과 향기와 맛이 두루 갖추어져 있었다.

세상의 모든 행은 다 업을 따라 갚음을 받는다. 빛깔이 좋은 물건을 보시하면 좋은 얼굴빛을 타고 나며, 보시하는 물건에 좋은 향기가 있으면 그 이름이 멀리까지 떨치고, 맛이 갖추어지면 무엇이나 마음대로 되며, 음식을 보시하면 그 갚음으로 큰 힘을 얻게 된다.”

대중이 공양을 마치자 존자 사리불은 시주를 위해 이와 같이 축원하였다.


이때 우파사나는 바이슈라마나 천신의 이름을 같이 불러달라고 하면서 그 내력을 말했다.

사리불은 축원을 마치고 나서 주인에게 말했다..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천신이 당신의 신심에 감동하여 당신을 누이라고 불렀군요.”

우파사나는 말했다.

내게는 또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보시할 때에는 내게 속삭이는 신이 있습니다. 이 분은 아라한이요, 이 분은 아나함이요, 이 분은 범부다. 혹은 이 분은 계율을 지키고, 이 분은 계를 어긴다. 이 분은 지혜롭고, 이 분은 어리석다. 이와 같이 속삭이는 말을 듣지만, 마음에는 분별이나 차별을 두지 않고 모두 아라한처럼 대합니다.”

당신이야말로 기특합니다. 보시하면서 분별하지 않고, 평등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참으로 기특합니다.” <현우경 마하사나우바이품(摩訶斯那優婆夷品)>

 

***이와 같은 보시와 공양의 풍습은 현재도 동남아 불교권에서는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불교 교단의 전통적인 풍습이다. 불교신자가 되려면 먼저 불 · · 승 삼보(三寶)에 귀의하고, 다섯 가지 계(五戒)를 받아가지면 된다. 우파사나의 부처님 제자들에 대한 신심은 너무도 지극하다. 자기 대신 하인이 공양의 청을 해준 일에 대해서 기뻐하고 감사하면서 귀걸이며 목걸이며, 마지막에는 노예의 신분에서 해방시켜 주는 표현은 너무도 사실적이다. 그리고 남에게 베푸는 사람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오만은커녕 차별을 두지 않는 평등한 보시와 공양을 함으로써 그 마음가짐을 자연스럽게 가르치고 있다.


그녀의 신심이 얼마나 지극한 것이었던가는 다음 같은 사실로도 잘 알 수 있다. 병중에 있는 스님이 약으로 고기를 먹어야 나을 거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자기가 다음날 마련해 오겠다고 약속을 한다. 그러나 그 날은 마침 그 나라의 국법으로 살생은 물론 고기를 팔지도 못하게 하는 보름날임을 뒤늦게 알고, 몇 곱의 돈과 금으로 고기를 사려고 했지만 끝내 살 수 없었다. 생각던 끝에 그녀는 자기 다리의 살을 베어 약을 만들어 보내어 병을 낫게 하고 자기는 앓아 눕는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한테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를 원문에서 일부러 빼버린 것은 그 묘사가 장황하리만큼 너무도 사실적이고 조금은 끔찍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출전 : 인연이야기(법정큰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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