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대강좌(304)-육체가 꿈인 줄 몰라서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육체를 <나>라고 하기 때문에 공포증이 나고 분하고 억울하고 편하지를 못한 마음이 항상 우주에 가득 차 있습니다. 시집을 가면 별수 있을까 하여 트집을 잡고 시집을 가 보지만 별수 없습니다. 첫날 저녁부터 맞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시집을 가나 안 가나 일초도 마음 편할 시간은 없습니다. 잠이 들어도 편하지 못합니다. 홧김에 술이나 한 잔 먹자고 병으로 되로 들이마셔도 마음이 편하지 못합니다. 술이 취하면 마음이 더 불안해 집니다. 취중에 진정하라고 술이 만취돼 버리면 할 소리 안 할 소리 평소에 비밀로 간직해 놓았던 불평불만을 다 얘기해 버리게 됩니다. 나중에는 그 불평을 털어 놓은 줄도 모르고 코 깨지고 소리치고 다 해 봤자 하나도 편하지를 않습니다. 본 마음을 잘 모르고 인생을 잘못 살아 가기 때문에 마음 속이 항상 편하지 못합니다. 아무 것도 모를 것 같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다 무의식적으로 하게 됩니다.
미쳐서 옷을 훌렁 벗어 버리고 나체가 된 채 길을 활보하는 미치광이를 더러 볼 수 있습니다. 혹은 요즘 히피족 모양으로 옷에 온갖 잉크를 다 바르고 살에도 바르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의젓하게 다니는 광인도 있습니다. 이들은 쓰레기통에서 썩은 고기·창자·닭 창자 이런 것을 주워 먹습니다.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고 병도 안나고 또 석달·넉달 밥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은 채 돌아다닙니다. 평소에 십 배 백 배나 떠들면서 굶고 돌아다니지만 성한 사람보다 기운이 몇 배 셉니다. 소위 미쳤다고 하는 그때는 모든 속박으로부터 마음을 탁 놓았기 때문입니다.
처녀가 십년 동안 열렬히 연애를 하다가 남자로부터 버림을 당해서 마음에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머리를 풀고 나서면 그때에는 세상에 아무 것도 쓸데없게 됩니다. 믿고 믿었었는데 그 자식 그런 줄 누가 알았느냐. 이젠 남자는 다 싫어졌고 다시는 연애 안 하고 시집 같은 거 안 간다는 겁니다. 탁 놔 버리면서 하하 웃고 나서는 그때부터 자유입니다. 아무 것도 근심 걱정이 없게 되는 겁니다. 또 미친 사람이 하는 말들은 대개 다 옳은 말만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소위 미쳤다고 하는 그때가 제일 건전한 상태입니다. 하고 싶은 말 그 자리에서 바로 다 하고 죽는거 사는거 걱정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아무 것도 믿을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나도 못믿겠다는 겁니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그 청년이 날 괄시했다는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총각만 보면 보기도 싫어집니다. 다 그놈이 그놈일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탁 놔 버리게 됩니다.
남자도 여자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참 불쌍한 인간 현황입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도 마음에 맞을 수 없고 믿을 사람도 없습니다. 이 우주는 한 곳도 믿을 데도 없고 의지할 수도 없고 그래서 모든 것을 단념하고 마음 탁 놓게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미치지 못해 가지고 어디에 구속되어 있는 셈입니다. 혹 행여나 싶어서 구속되어 견디어 보면 좀 나아지려니 하고 날마다 해마다 속아서 나중에는 칠십 팔십 된 후에 늙어서 죽게 됩니다.
여자는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시집 잘못 간 한탄이 굉장합니다. 이 문둥이 같은 인간한테 시집을 잘못 와서 내가 이 고생을 한다는 것입니다. 늙은 여자는 나중에 자식에 대한 원망이 큽니다. 자식한테 천대를 받고는 다 젊어 시집 잘못 간 것 후회합니다. 청춘 과부도 자식들 불쌍해서 돌보기 위해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어려운 고비도 다 참아 가며 남한테 천대 받아 가면서 시집 안 간 것인데 자식들은 이제 와서 어머니 고생한 것 만분의 일도 안 알아 줍니다. 그런 얘기를 하려 하면 들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벌써 시집이나 갈건데 괜히 청춘과부로 늙었다고 후회가 되어 죽겠다는 겁니다.
출전 : 금강경대강좌(청담큰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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