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金剛般若波羅蜜經)

금강경대강좌(296)-한달 동안 꿈만 꾼 여인

근와(槿瓦) 2016. 10. 11. 02:26

금강경대강좌(296)-한달 동안 꿈만 꾼 여인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옛날 평안도 어느 산골에 감자 농사나 지어서 겨우 살아나가는 외딴 농가가 한 집 있었습니다. 하루는 사람을 사서 감자 밭의 풀을 매게 됐습니다. 아내는 집에서 감자를 가지고 적도 부치고 수재비도 만들어서 일군들의 점심을 해가지고 오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점심 시간이 두세 시간이나 지나도 아내가 오지 않자 남자가 집으로 달려가는 도중에 아내를 만났습니다. 그는 점심을 가득 해 오다가 길 옆에 내려 놓고는 누워서 딩굴고 웃고 헛소리하고 미쳐있는 것이었습니다. 남자는 즉시 약을 먹이고 침을 놓고 온갖 수단을 다 썼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들과 산으로 돌아다니고 춤도 추고 노래 부르고 웃고 또 내외간에도 말 못할 이야기도 막 하고 그럽니다.


남자는 할 수 없이 아내의 손 발을 묶어 방안에 가두고 재워 놓았더니 거의 한 달 후에 깨었습니다. 이리하여 제 정신이 돌아오기는 했는데, 웬일인지 자꾸 울기만 합니다. 하도 이상해서 친정 어머니가 한 달 이상을 두고 달래면서 물어보니 아버지한테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몇 번을 당부한 뒤에 다음과 같은 사연을 말했습니다.


「사람을 사서 일하던 그날 밥을 해 가지고 밭으로 나가려는 참인데, 웬 초립동 소년이 예쁜 당나귀를 타고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초립동을 보니 옷도 잘 입고 얼마나 잘났는지 세상 사람들과는 대조할 수도 없이 뛰어나 보였습니다. 이 초립동이 자기 옆에 탁 무릎 꿇고 앉았다가 일어서서 하는 말이「대단히 실례입니다. 우리 집은 아무 데에 있고 우리 부모는 누군데 정승 판서 집이고 농사는 수만 석을 하는 부자입니다. 내가 일년 전에 부자집 처녀에게 장가를 들어 정이 깊이 들었는데 자식도 하나 낳아 보지 못한 채 금년 봄에 죽었습니다. 이렇게 홀로 된 나는 궁리하기를 죽은 마누라는 다시 만날 수 없으므로 할 수 없이 마누라와 똑같은 여자를 만나서 살겠다고 결심하고 이렇게 팔도강산을 헤매고 있던 중 오늘 이곳을 지나다 보니 당신은 우리 마누라와 조금도 안 틀리고 똑같이 생겼습니다. 당신이 이런 두메 산골에서 감자농사나 지어 먹고 살면 되겠습니까. 지금 당장 이 당나귀를 타고 이 길로 곧장 갑시다. 이 당나귀는 하루에 천리를 가는 말이니 잠깐 가면 됩니다.」하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만 마음이 끌려 살림살이고 뭐고 정신이 다 나가버린 채 그 당나귀를 타고 같이 가는데 어찌나 빨리 달리던지 삽시간에 강과 들판을 지나서 산골짜기를 들어가니 남녀 하인들이 마중을 나와 인사를 합니다. 그들 하인이 입은 옷 모양과 미모가 어찌 뛰어났던지 자기 같은 것은 곁에 서지도 못하게 잘 생겼습니다. 동구(洞口)안으로 들어가니 큰 동네가 있는데 전부가 기와집이고 낙원 같은 좋은 집에서 조부모 시부모도 마중나와 환영해 주었습니다.


나는 데운 물로 목욕을 하고 그곳에서 주는 옷을 갈아입고서 거울에 내 얼굴을 비춰보니 내가 언제 이렇게 예뻤던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나는 그곳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살면서 해마다 아들 딸을 낳고 그 집의 살림살이도 다 차지했습니다. 예쁘고 잘난 얼굴만 해도 천당에 사는 느낌인데 아들들도 재주가 다 좋아서 공부 잘하고 참 재미나게 한 십년 호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에 전신이 아프고 몸이 부자유해서 고함을 질러 보니 꽁꽁 묶여있는 것이었습니다.」하고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달 미친짓하는 동안 一五년을 살았고 그래서 꿈 속에서 정든 아들과 남편이 보고 싶어서 우는 것이니, 이 소리를 누구 보고 할 수 있겠습니까.「지금이라도 한번 더 미쳐 가지고 가 봤으면 좋겠다」하면서 그 꿈이 그리워 운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꿈을 못잊고 사는 것이 인간이기도 합니다.



출전 : 금강경대강좌(청담큰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