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修行,공부)

자기를 잊고 서로를 해치며 허우적거리는 세상살이

근와(槿瓦) 2016. 7. 14. 10:08

자기를 잊고 서로를 해치며 허우적거리는 세상살이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그런데 서양의 종교는 자기 보배는 깜깜하게 잊어버리고 밖으로 헤매서 구원을 청하니, 이것보다 더 불쌍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금강경에서도 말씀하셨듯이, 빛이나 모양이나 이런 것으로 진리를 찾으려고 하면, 그 사람은 헛된 길을 헤매는 것이기 때문에 헤어날 구멍도 없고 참다운 자기를 볼 수도 없다고 이르고 있습니다.


언젠가 TV에서 자기 정신을 잃어버리고 하나님 찾는 내용으로 한 영화가 방영되더라구요. 그걸 좋다고 보는 사람들이나 TV를 통해 내 보내는 사람들도 모두 한심한 일입니다. 문명이 발달한 20세기 시대인 오늘날, 우리가 이 마음 공부를 조금만 해봐도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는 금방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런 것을 세상 사람들이 생각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전쟁이나 폭력 영화가 성행하고, 나아가 실제로 무기경쟁이다 뭐다 하여 나라마다 서로 맞대어 으르렁거리고, 국민들은 방황하고 도탄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남을 디디고 넘어서서 남의 나라를 점령해서 잘살아보려는 그런 어리석은 문화가 성행하고 있으니, 이기는 자나 지는 자나 그게 다 불행한 생활이지요. 지장보살님이 요즘의 세상살이를 보신다면 눈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을 것입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종교 안 믿는 사람은 배척하고 다 부수고 불지르고, 그렇게 사는 인생이란 것이 사실 얼마나 침울하고 불쌍한 인생입니까.


부처님께서는 남을 도와줘야 잘 산다고 했지, 남을 해치고 남의 것 빼앗고 남의 나라 점령해서 내 힘 과시하라는 말씀은 팔만대장경 어느 귀퉁이에도 없습니다. 이렇게 자기가 보배라는 것을 잃어버리고 살기 때문에 일어나는 많은 문제는 우리가 조금만 생각해 보면 환하게 보입니다. 그것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제는 서양에서도 눈을 뜬 사람들이 불법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도 오히려 우리는 불법을 잘 챙겨 볼줄 모르니 큰 걱정입니다. 혹시 훗날 불교문화도 서양사람들이 여기 와서 포교하면 그제서야 귀가 솔깃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권세있고 돈만 많고 맥빠진 사람들이 모두 외국 것이라고 하면 뭐든지 따라가니 미국사람들이 와서 포교하면, 그때서야 듣고 공부하고 정책적으로도 권장한다고 떠들썩 할거라는 것이지요.


언젠가 사리가 하나 나왔을 때 일입니다. 여러 사람이 의문을 가지고 판별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스님 한분이 보시고, 부처님 사리라고 말씀하시니까 정치하는 사람들이 믿지를 않다가 미국 박사가 와서 부처님 사리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믿더라구요. 자기나라 백성의 말은 안 듣고 돈 들여서 외국에서 불러온 사람들의 말이라면, 콩이 팥이라고 해도 믿을 판이니 이것이 보통 넋이 빠진 삶이 아닙니다.


일본압제 때 외놈들 등살에 정신이 반쯤 달아나서, 애를 낳아 키운다는 것이 애는 내다버리고 태만 키우는 양으로 되었는데, 6·25때 놀래서 정신이 다 흩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본래 정신이란, 불교 공부를 하고 선풍이 불어 마음을 가다듬으면 다 제 자리로 돌아오게 되어있지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거든요.


어디 먼 곳에 있는 신을 염하는 것도 아니고, 창조주를 구하는 것도 아닌, 부르면 대답하는 나를 찾으려고 하는데 무슨 이의가 있겠습니까? 자기를 찾아 본래 면목을 알게 되면 아무리 복잡한 속에서도 안정이 됩니다. 글이나 말을 통해서 알려고만 하지 말고 실제 경험을 해보세요. 아무리 복잡한 속에서도 마음을 잡고 항마좌를 하고 앉기만 하면 마구니를 항복받을 수 있거든요.



출전 : 인생귀로(西庵대선사법어집)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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