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상성도(八相成道)

항마(降魔) 7

근와(槿瓦) 2014. 4. 11. 00:11

항마(降魔) 7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고행의 결과는 없었다. 6년의 세월이 헛되이 흘렀다. 태자는 이제 부질없이 육체를 괴롭히는 것보다는 음식을 취해 몸을 기르고는 마음으로 해탈을 얻고자 생각하여 니련선하에서 목욕한 후 나무 뿌리를 붙잡고 강 언덕으로 올라가 간신히 마을로 들어갔다.

그때 우루비라 촌의 지주, 사나발저(斯那鉢底)의 딸 스자타는 나무의 신(神)에게 기원할 일이 있어서 좋은 우유를 짜서 유미(乳)를 쑤어 4월 보름날에 나무의 신에게 바치려고 숲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극도로 쇠하기는 했으나 어딘지 모르게 기품이 있어 보이는 수행자를 보고 공경하는 마음이 일어나 신에게 바치려든 유미를 드리면서,

"존귀한 수행자여, 바라건대 소첩(小妾)을 불쌍히 여겨 공양을 받아 주소서."하고 엎드려 절했다.

태자는 이것을 받아 먹고 기력을 회복하셨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일루(一樓)의 희망을 걸었다. 여러 해 전부터 태자를 따라 고행을 같이한 교진여 등 5인은 이것을 보고 놀라며 괴이하게 여겨 '교답마는 수행을 그만 두었다'고 경멸하며 태자를 버리고 베나레스의 녹야원(鹿野苑)으로 갔다.

 

죽을 받아 먹고 기운을 회복한 태자는 발걸음을 옮겨 나무가 무성한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땅이 평탄하고 사방의 조망이 청수했다. 연한 풀이 아름답게 나 있고 그 가운데는 큰 필바라수(畢波羅樹) 나무가 양산처럼 가지를 뻗어 무성한데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었다. 마침 그때 거기 있던 풀 베는 이들로부터 길상초(吉祥草)의 공양을 받아 이것으로 자리를 삼고 스스로 맹세하기를 '내가 이제 覺을 얻지 못한다면 살아서는 이 자리를 뜨지 않으리라'고 했다.

 

이리하여 태자는 이제야말로 악마를 항복시킬 때라고 생각하자 미간의 백호상(白毫相)에서 지혜의 광명을 발하셨다. 악마의 궁전은 이 때문에 진동하여 큰 공황(恐惶)을 일으켜 마왕은 음독한 사람처럼 몸부리쳤다. 그리하여 3인의 마녀를 보내어 태자의 마음을 교란시키려 했다. 엷은 비단 우의(羽衣)를 살짝 걸치고 영락으로 꽃처럼 아름답게 장식한 요염한 마녀들을 태자에게 보내어 갖은 아양을 떨게 하고 우아한 춤과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게 했다.

 

봄은 왔도다. 날씨는 따뜻하여 새싹은 돋아났도다.

멋 있는 님이여, 어찌하여 젊음의 낙을 버리고 아득한 깨달음을 구하시나요.

아름다운 우리들을 보지 않으렵니까. 속세를 떠난 선인(仙人)조차 애욕의 마음을 일으키는데.

 

태자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선한 과보에 의해 지금은 천신(天身)을 얻고 있지만, 머지않아 무상한 노사(老死)에 이르게 되리라. 얼굴은 요염하지만 마음은 쓸모 없구나. 그것은 아름답게 채화된 병에 냄새 풍기는 독을 넣은 것 같은 것이다. 애욕은 몸을 망치는 근본, 죽어서 악도에 떨어지는 원인이다."

이 말에 의해 갑자기 세 사람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보잘 것 없는 노파의 모습으로 화했다.

 

마왕은 크게 노하여 곧 1억 8천의 귀신을 모아 노전(弩箭)을 쏘고 검극(劍戟)을 번쩍이면서 필바라수 아래로 쇄도하였다. 천지는 어둡고 뇌명(雷鳴)은 무서웠다. 사자와 곰, 소나 말의 머리를 한 자, 사람 머리에 뱀의 몸을 지닌 자 등 온갖 이류이형(異類異形)의 모양을 한 악귀야차(惡鬼夜叉)등이 어금니를 악물고 발톱을 번뜩이며, 독의 불을 토하고, 창의 비를 흩날리면서 태자에게 달려들었다.

 

여기에 이 세간의 구주와 마왕과의 사이에 전투가 시작되었다. 하늘에는 1천의 별이 흘러 검은 구름은 소용돌이치고 해륙은 구풍(구風)에 휩쓸려 포도의 꽃송이처럼 진동했다. 대양은 해일을 일으키고 강물은 역류하여 천년 묵은 고목과 울창한 산들을 무너뜨리고 진탕(振蕩)이 메아리처럼 포효하는 소리는 참으로 처절하였다. 전세계는 모두 검은 장막에 뒤덮여 해는 그 빛을 잃어 하늘에는 이형(異形)의 무리가 충만하였다. 

 

마왕이 백천의 대군을 거느리고 사방에서 태자를 겨냥하여 둘러싸자 찬탄의 소리를 지르고 있던 신들도 두려워하여 도망쳤다. 지금은 태자를 돕고 있는 존재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태자가 '일찌기 오랫동안에 걸쳐 수련한 십바라밀(十波羅蜜)이야말로 나의 힘 있는 군세이며 몸을 지키는 보도, 견고한 방패인 것이다. 이 십바라밀의 선행(善行)을 대동하고 악마의 군대를 분쇄하리라'하며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악마는 풍신(風神)을 꾀어 광풍을 일으켰으나 태자의 옷끝조차 달싹할 수가 없었고, 우신(雨神)을 몰아 호우를 내리게 하여도 이슬 방울만큼도 태자를 적시게 할 수 없었다. 돌의 비, 검은 비, 불의 비를 퍼부어도 그것은 모두 꽃장식으로 바뀌고 향분(香粉)으로 화하여 사방으로 흩어질 뿐이었다. 마왕이 발사하는 암흑도 태자에게 접근하면 빛나는 햇빛으로, 던져진 무기도 꽃의 일산이 되었다. 지금은 어떠한 자도 태자를 해칠 수가 없다. 마왕은 앞장서서 외쳤다.

"출가자여, 나무 아래 앉아서 무엇을 구한다는 것인가. 빨리 떠나라. 너는 저 금강좌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태자는 엄연히,

"천지에 뒤덮인 이 세계에 있어서 이 자리에 앉을 자격자는 나 한사람이다. 먼 옛날부터 속세의 선근(善根)의 행을 닦은 자가 아니면 이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 대지의 신이여, 당장 나와서 증언하라." 하면서 대지를 가리키니, 바로 자기 밑의 대지가 열리면서 지신이 나타났다. 그 굉연한 울림에 마왕의 마음은 위축되어 두려워 떨면서, 권속들마저 돌보지 않고 앞을 다투어 도망쳤다.

 

얼마 후, 마왕이 다시 나타나 수단을 바꾸어 감언으로 태자를 유혹하려 했다.

 

수척한 그대의 안색이 좋지 못함이여, 진정 죽음은 다가왔도다.

그대는 죽을 가능성은 많고 살 가능성은 적도다.

살아라, 사는 것이야말로 선한 일이다. 살아서 좋은 일을 하라.

청정한 행을 닦아 불을 섬기면 공덕이 많을 터인데 어찌하여 이다지도 헛되이 애쓰는고. 도는 행하기는 어렵고 또한 이루기 어렵도다.

 

태자는 의연한 태도로 악마를 질타하였다.

악마여, 방일의 노예여, 무엇하러 왔느냐. 공덕은 나에게는 소용이 없도다.

신앙과 정진과 지혜를 가지고 도에 힘쓰는 나에게 어찌하여 살라고 권하느냐.

흐르는 강물도 열풍에 마르거늘, 애써 정진하는 내 피인들 어찌 마르지 않으랴.

피는 마르고 기름은 없어지고 살은 빠지더라도 마음은 더욱더 고요해진다.

정념(正念)과 지혜를 밝게 하여 선정은 더욱 견고하다. 내 일찌기 오욕(五欲)의 즐거움의 극을 다했기에 이제는 그 욕심에 바랄 것은 없노라. 이 청정한 사람을 잘 보라.

너의 제1군(軍)은 요욕(樂欲)이요, 제2군은 불쾌로다. 제3군은 기갈이요, 제4군은 갈애, 제5군은 바로 나태, 제6군은 포외(怖畏)이며, 제7군은 의심이고, 제8군은 자찬훼타(自讚毁他)이다. 악마여, 이것이 너의 군사, 너의 무기다. 용자는 승리하여 절복(折伏)시키고 평안을 얻으리.

아아, 이 생에 저주 있으라. 패하여 사느니보다는 싸워서 죽는 편을 바란다. 한 번 빠져 들면 출가자도 덕인(德人)의 도를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며 두 번 다시 갈 수가 없다. 큰 코끼리를 타고 전군을 거느려 악마를 굴복시키자. 자, 싸우자. 내가 이기리라. 너는 나를 교란하지 못하리라.

인천(人天)도 능히 너의 군대를 격파할 수 없다 할지라도, 돌이 나뭇잎을 뚫어 버리듯 내 너의 군사를 쳐부수리라.

마음은 바르게 생각은 곧게, 그리고 욕을 진정하라. 나는 천하를 주유, 많은 제자를 가르치리라.

그들도 또한 힘쓰고 정진하여 나의 가르침을 지켜 무욕에 이르면 슬픔은 드디어 사라지리라.

 

악마는 싸움의 불리함을 간파하고 흐느적거리며 비관하였다.

내가 7년 동안 세존을 좇았으나 정념(正念)에 자리잡은 覺을 얻은 사람은 빈틈이 없었다.

부드럽기가 살코기 같은 돌이로구나.

새들은 모여 단맛을 얻으려 해도 맛을 얻지 못하고 새는 사라지니 우리들은 돌을 쪼는 새와도 같구나.

악마는 슬픔에 잠겨 터덜터덜 가 버렸다.

 

이리하여 하룻동안에 위기의 절정에 달했던 태자는 이에 마음의 평화를 얻어 선정에 들어갔다.

먼저 욕을 여의고 악을 버려 초선(初禪)에 들어가 기쁨과 즐거움을 맛보았고, 제2선에 나아가서는 거치른 마음을 멈추어 선정의 즐거움에 잠기었고, 제3선에 나아가서는 평등의 생각에 들어 고락희우(苦樂喜憂)를 멸하였고, 제4선에 나아가서는 그 고요하고 청정함에 부정함이 없고 부드러우며, 어떤 물건에도 번거롭지 않은 마음으로써 과거의 생활을 생각하고 수다한 속세나, 먼 세상의 일까지도 자상히 상기하였다. 그날 초저녁에 제1의 지혜를 체득하고 무명(無明)을 벗어나 어둠을 깨뜨렸다.

 

다음은 사람들의 생사의 모양을 아는데 힘써 청정한 천안으로써 사람들의 생사의 양상과 그 업에 따라 흘러가는 상태를 보았다. 아아, 생사의 바다는 돌고 또 돌아 다함이 없고 끝없는 흐름에 잠겨 표류하여 의지할 곳도 없다. 악업을 쌓아 성자를 비방하며 사견을 품고 악도를 윤회하는 사람들과, 선업을 쌓아 성자를 따르고 바른 견해를 선도로 가는 사람들을 보고 그날 한밤중에 제2의 지혜를 체득하여 무명을 여의고 어둠을 깨뜨렸다.

 

다음은 번뇌를 멸진하는 지혜에 힘썼는데, 이것은 고(苦)이다. 이것은 고의 집(集)이다. 이것은 고의 멸, 이것은 고의 멸에 달하는 길임을 분명하게 알았고 또 이것은 번뇌, 이것은 번뇌의 집(集), 이것은 번뇌의 멸, 이것은 번뇌의 멸에 달하는 도임을 분명히 알았고, 이 밝은 지혜에 의하여 마음은 애욕과 무명에서 벗어나 이미 해탈했다고 하는 지혜를 낳으시었다. 즉 '생은 다했다. 청정한 행은 성취되었다. 해야 할 일은 성취했다. 이것이 최후의 생인데, 이후 다시는 망집의 생을 받는 일은 없다.'는 지혜이다. 그리고 그 밤의 마지막 밤에 제3의 지혜를 체득하여 무명을 여의고 어둠을 깨뜨렸다.

 

이때 대지는 기쁨으로 진동했고 세계는 환하게 빛났다. 신들은 구름처럼 모여들어 천화(天華)를 내리고 천악(天樂)을 연주하면서 세존을 찬양하였다. 세존도 기뻐하며 노래하셨다.

 

이 괴로움의 집을 지은 자를 구하여 찾아내지 못하고 윤회의 바퀴는 돌고 돌아서 괴로운 생을 몇 번이고 거듭했도다.

그러나 이제 그대 집을 지을 자여, 찾아내었도다. 다시는 집을 짓지 않아도 될지니 모든 서까래는 부러지고 마룻대는 꺾였도다.

마음은 사랑을 여의고 열반에 이르렀도다.

 

이리하여 태자는 세간의 공양을 받기에 적당한 사람, 바른 각을 얻은 사람, 즉 불타가 되셨다. 때는 태자의 나이 35세 되던, 12월 8일 새벽, 동틀녘의 명성이 반짝일 때였다.

이리하여 세존은 그 우루비라의 숲, 니련선하의 언덕, 보리수 아래에서 각을 얻어 7일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대오의 즐거움을 맛보셨다. 그 7일째인 마지막 날 초야에 인생의 괴로움에 의해 일어나는 연기(緣起)의 이치를 순역(順逆)으로 사유하였다.

 

무명에 의하여 행이 있고, 행에 의하여 식(識)이 있다. 식에 의해 명색이 있고, 명색에 의해 육처(六處)가 있다. 수에 의해 애(愛)가 있고, 애에 의해 취(取)가 있고, 취에 의해 유(有)가 있고, 유에 의해 생이 있다. 그 생에 의해 노사(老死), 근심, 슬픔, 고뇌, 번민이 있다. 참으로 이 전체의 고(苦)의 덩어리는 이와 같이 하여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명이 남김없이 멸하면 식이 없어지고, 식이 멸하면 명색이 없어지고, 명색이 멸하면 육처(六處)가 없어진다. 육처가 멸하면 촉이 없어지고, 촉이 멸하면 취가 없어진다. 취가 멸하면 유가 없어지고, 유가 멸하면 생이 없어진다. 그 생이 멸하면 노사, 근심, 슬픔, 고뇌, 번민이 없어진다. 이 전체의 고의 덩어리는 이와 같이 해서 멸하는 것이다.

중야(中夜)에도 후야(後夜)에도 마찬가지고 이 12인연을 순역(順逆)으로 관(觀)하시고 이어서 다음과 같이 생각하셨다.

 

원래 모든 법은 평등하다. 불변의 성(性)도 없고 특별한 상(相)도 없다. 본래 번뇌에 물들지 않은 청정한 것이므로 평등하다. 도를 닦는 자는 모든 법이 평등하다는 것에 관하여 대비(大悲)에다가 대비를 증장하여 세간의 생멸에 양상을 염(念)하는 생각을 해야만 한다. 세간에 차별이 있는 것이 생하는 것은,「아(我)에 탐착(貪着)하기 때문이다. 만일「我」에 집착하는 것을 그만 두면 세간에 차별 있는 것을 인정치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은 다 평등한 것이다. 그런데 모든 범부는 언제나 사념을 일으켜 우치 때문에 보지 못하고 我에 탐착하여 이것저것을 행하고 결국은 생사의 몸을 낳게 하는 것이다. 즉 업을 밭으로 식(識)을 종(種)으로 하여 무명에 뒤덮여 사랑의 물로써 윤택케 하여,「我」의 마음으로써 물을 대고 사견을 더하여 명색에서 이루어지는「我」를 낳는다. 그 명색(名色)에 의해 눈, 귀, 코, 혀, 몸, 뜻(意)의 6처가 생하고, 6처에 의해 촉이 일어나고, 촉에 의해 수(受)가 생하고, 수에 의해 愛가 일어나고, 애에 의해 取가 생하고, 취에 의해 유(有)가 생한다. 그리고 유에 의해 生이 있으며 그 생이 있음으로 해서 늙음이 있고 죽음이 있다. 이 老死 때문에 우, 비, 고, 뇌, 민이 모여 든다. 그러나 12인연에는 모이는 것도 없고 흩어지는 것도 없다. 다만 연(緣)이 합하여 有로 되고 緣이 흩어져 無로 됨에 불과하다. 즉 제1 의제(義)의 평등하다는 것을 모르므로 12 인연의 위에 차별을 보는 것인데 제1 의제 중에 「我」와 「아소(我所)」, 만드는 것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차별이 없다는 것을 알면 집착되는 삼계(三界)도 단지 한마음에서 나타난 허망한 마음의 그림자인 것을 알게 되면 집착할 것도 없을 것이다. 참으로 12인연은 모두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진실로 세존의 고요한 마음의 바다에는 지금 이와 같이 모든 것이 밝은 상을 비춰 주고 있다. 이 경지는 참으로 무엇으로서도 다 기릴 수 없는 것이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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