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대강좌(132)-수월 · 혜월스님의 무심도행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부산 혜월노장(慧月老丈)님은 견성한 스님입니다. 한번은 절에서 산꼭대기 절 근방에 논을 몇 마지기 일구어 놓고 농사를 지었는데 산돼지가 벼를 전부 뜯어먹어도 놓아 두므로 한 수좌가 노장님 보고「저 산돼지를 지키십시오.」「그러지.」이렇게 대답하고는 옆에 가만히 서서 돼지가 오면 돼지 잘 먹으라고 숨도 크게 안 쉬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노장님이 왔다갔다해도 돼지가 도망을 가지 않습니다. 스님들이 와서「노스님 돈을 얼마를 들여 해 놓은 농사인데 돼지가 다 먹으면 어쩌라고 그럽니까.」「우리는 이 벼가 아니라도 먹을 게 있지 않은가. 돼지란 놈은 농사를 짓나 장사를 하나 천생 좀 먹어야 될게 아니냐.」그런 식으로 나옵니다. 또 마당에 벼를 널어 놓고 새가 오면 그것좀 쫓아 달라고 하면「그리하지」하고 서 있는데 노장님 앞으로 새가 몰려와 주워 먹고 있습니다. 그거 먹으면 안 된다고 손을 내저어 쫓으면 가서 주워 먹고 그리 가면 또 이쪽으로 오고 새가 그 노장님을 전혀 겁내지 않습니다. 사람이 살생할 마음으로 해물지심(害物之心)이 없어지면 그렇게 됩니다. 남을 해칠 마음이 없어지면 온갖 것이 나한테 따르는 법입니다.
또 그 노장님이 있던 어느 절 위에 한참 올라가면 암자가 있는데 가는 길에 바위 모퉁이를 지나야만 법당으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혹 바위 모퉁이에 시퍼렇게 생긴 살모사 한 마리가 움크리고 앉아 있다가 부처님께 올리는 마지를 들고 아이들이 올라가면 머리를 딱 쳐들고 짝짝 소리를 내고 씩씩거리며 혀를 내두르고 있어서 지나갈 수가 없게 되면 아이들이「저 나쁜 독사란 놈좀 쫓아 주십시오.」그럽니다.「그리하지, 나쁘기는 너희가 나쁘지 독사가 나빠.」하고 이 노장님이 가서 독사를 쓰다듬어 주면서「너를 나쁘단다. 저희가 나쁜 줄 모르고 그러니 참 뭐가 나쁜지 모르겠다.」이래 가면서 독사 머리를 들고 있으면 이놈이 죽은 모양으로 흔들지도 않고 축 늘어져서 가만히 있습니다. 저쪽으로 가만히 놓으면 그쪽에 가만히 도사리고 앉아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평생을 앓지도 않고 솔방울 같은 거나 따 먹고 빗자루 만들어 가지고 가난한 집에 나누어 주고 그런 게 일입니다. 평생을 그렇게 지냈는데 일화(逸話)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중국에 누구누구 일본에 어떤 선사라 하지만 우리나라에 참 희한한 얘기가 많습니다.
한번은 그때 돈으로 이십오원을 들여 가지고 산골짜기를 돌 · 나무로 막아 놓고 그 위에 흙을 져다 부어 놓고는 팥을 갈았는데 가을에 팥을 타작해 보니까 반 말 닷 되가 나왔습니다. 옛날 돈으로 이십오원이면 팥을 여러 섬 살 때입니다. 수좌들이 모두들 한 마디씩 합니다.「아 노스님, 돈 이십오원을 들여 가지고 고생만 하시고 겨우 이것뿐이니 이거 밑지는 장사가 되었습니다.」「그러면 멍텅구리 아니냐. 돈 이십오원은 이 세상에 어디에 그대로 있어. 팥만 반말 공짜로 생겼지.」일평생 사는 게 그런 식으로 삽니다.
저 북간도에 가서 돌아가신 수월(水月)스님이라는 도인(道人)이 있었는데, 내가 젊어서 평생 모시고 도를 배우다 같이 죽으려고 내가 그때 개운사 강원(開運寺講院)에 있다가 여름 방학을 이용해서 한번 갔는데 그 분은 평생 40년 동안 그곳에서만 계십니다. 그 스님이 누구에게나「나한테 농사 지은 양식이 있으니까 탁발(託鉢)하지 말고 이거 먹고 공부하라고 늘 이랬는데, 어찌된 일인지 나한테는 나가라고만 하셔서 아마 일부러 시험해 보는게 아닌가 하고 별 짓을 다 했는데도 나에게는 기어코 나가라고만 하시는 겁니다. 가만히 보니까 진짜로 나가라는 것 같아서 나오기로 작정한 뒤에 동냥이나 한 댓새 해서 양식이나 좀 보태 드리고 떠나야겠다고 동냥을 나섰습니다. 그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흑룡강(黑龍江)이 나오고 한국 독립군들의 근거지인데 일본 토벌대들이 비행기를 가지고 가서 만주 사람 한국 사람 무수히 죽인 바로 그 뒤에서 무서운 개를 많이 기르고 그럽니다. 여러 사람들에게「수월스님을 어떻게 아느냐.」이러니까 나이 많은 노장님 한 사람이 동냥이나 해 먹고 사는 분으로 알지 별 사람으로 안 본다는 겁니다. 모두들 수월 노장을 이렇게 모른다고 하기에 내가 우리 고국(故國)에서는 굉장한 도인으로 안다고 수월 노장에 대한 얘기를 죽 해주니까 그때에야 얘기를 듣고 보니 정말 도인인가 보다고 하면서 이 얘기를 합니다.
만주 개는 세퍼드보다 더 무섭습니다. 사람들 잡아먹을 정도이고 키도 세퍼드보다 더 큰데 그 개한테 내가 혼이 난 적이 있습니다. 수백리 먼 길을 가게 돼서 길을 묻고 싶어도 개가 나올까봐 일부러 다른 곳으로 피해서 산을 넘어 다니고 그럽니다. 그곳에 한국 사람이 한 七백호 살고 중국 사람이 한 三백호 사는데 수월노장님의 모습이 참 기이하다는 겁니다. 옷도 다 떨어져서 빨간 것 · 푸른 것 · 흰 것 모두 누덕누덕 기어입고 짚신도 상주(喪主)들 신 모양으로 불룩해 가지고 머리에 쓴 것도 이상스럽게 걸레인지 모자인지 모를 정도로 이런 걸 쓰고 오는 걸 보면 그야말로 죽은 개도 기겁을 해 짖게 생겼는데도 그렇게 사나운 개들이 그 노장님 보고는 가만히 엎드려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수월스님 보고는 무서운 개가 짖지 않는다 하는 소문이 나 있다는 겁니다.
이와 같이 탐진치(貪瞋癡)의 삼독(三毒)이 뿌리채 딱 떨어지면 호랑이와 함께 있을 수가 있고, 토끼나 노루가 그 사람 앉아 있는 곳에 뛰어들어오고 그러는데 그렇게까지 없어져야 하는 겁니다. 그때 나는 나를 보고 자꾸 짖어대는 개를 보고 속으로 참 부끄럽고 고개를 못들었습니다. 명색이 장삼 입고 수도하는 중이라면서 개가 짖도록 되어 놨으니 이게 말이 됩니까. 그 해물지심(害物之心)이 남아 있어서 그럽니다.
지금도 우리가 정화(淨化)한다고 이러지만 교단종풍(敎團宗風)을 바로잡아서 앞으로 이제 무수한 도인이 나오도록 하느라고 전체를 위해 하는 짓이지마는 한쪽으로는 많은 사람이 싫어하는 짓을 기어코 해 놨으니 남한테 나쁜 과보(果報)도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 시기심(猜忌心)이 있고 해물지심이 있으면 개가 짖는 겁니다. 과거에 모두 남에게 손해를 주고 핍박을 주어서 그 업이 남아 가지고 그래서 짖습니다. 가령 사냥군이 아무리 목욕을 깨끗이 하고 몸에 향수(香水)를 바르고 새옷을 입고 다녀도 개가 틀림없이 그 사람만 오면 문둥이 오는 것처럼 짖어댑니다.
출전 : 금강경대강좌(청담큰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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