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惺牛, 鏡虛禪師)

분별심이 없거늘 일체 법이 무슨 소용이리요

근와(槿瓦) 2016. 4. 6. 04:47

분별심이 없거늘 일체 법이 무슨 소용이리요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일찍이 경허가 연암산 천장암에 머무르고 있을 무렵 암자에서 좀 떨어진 산모퉁이 골짜기에 지장암(地藏庵)이란 초가 암자가 하나 있었다. 경허는 이 토굴에서 정진하곤 했는데, 이 토굴과 경허에 얽힌 빼놓을 수 없는 일화가 하나 남아 아직까지 전해지고 있다.

 

엄동설한의 한겨울을 토굴에서 혼자 정진하며 지내기로 작정한 경허는 낡고 헐어 벽에 틈이 벌어지고 문창이 뒤틀린 토굴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불장(佛藏)에 소중히 보관되어 있던 경전들을 가지고 와서 남김없이 뜯어서 풀칠하여 문도 바르고 벽도 바르고 방바닥도 바르고 천장까지 모두 발랐다.

 

토굴로 찾아간 제자들이 이 광경을 보고 모두 깜짝 놀라 물었다.

스님, 성스러운 경전으로 이렇게 벽과 바닥을 발라 도배 장판을 하여도 됩니까?”

 

경허는 태연히 대답했다.

자네들도 이러한 경계에 이르면 이렇게 해보게나.”

 

토굴로 찾아간 제자들은 경허의 깊은 경지에 삼배를 올리고 물러나왔다.

 

붓다가 설한 모든 거룩한 법문은 중생의 온갖 병을 치유하기 위한 신비한 처방이요 묘약이다. 84천 법문이 84천의 번뇌 망상을 끊기 위한 것이니, 모든 번뇌망상을 이미 다 끊었다면 84천 법문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위없는 바른 깨침을 이루어 일체의 망념을 벗어난 구경무심지(究竟無心地)의 대해탈인에게 아무리 깊고 묘한 불조의 말씀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부처님이 말씀한 모든 법은

온갖 분별심을 없애기 위해서다

내게는 이미 분별심이 없거니

그 모든 법이 무슨 소용이 있으리요.

 

佛說一切法 爲除一切心

我無一切心 何用一切法

 

 

출전 : 경허 길위의 큰스님(한중광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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