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열반경(57)-570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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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하고 없기도 하였다거나, 결정된 과가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았다고 말하면, 이런 사람은 모두 마군의 무리로서 마군에게 딸렸으니, 곧 애욕의 사람이며, 이렇게 애욕에 빠진 사람은 생사의 속박을 영원히 끊을 수 없으며, 마음의 모양과 탐욕의 모양을 알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부처님과 보살들은 중도(中道)를 보이나니, 왜냐 하면 모든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지만, 결정하지 아니하기 때문이니라. 그 이유를 말하면 눈을 인하고 빛을 인하고 밝음을 인하고 마음을 인하고 생각함을 인하여 알음알이가 생기거니와, 이 알음알이는 결정코 눈에나 빛에나 밝음에나 마음에나 생각하는 데 있지 아니하며 중간도 아니니라. 있는 것도 아니며,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인연으로부터 나는 것이므로 있다 이름하고, 제 성품이 없다 이름하나니, 그러므로 여래가 말하기를 모든 법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부처님과 보살들은 마침내 마음에 깨끗한 성품과 부정한 성품이 있다고 결정된 말을 하지 아니하나니, 깨끗한 마음이나 부정한 마음이 머무는 곳이 없는 까닭이며, 인연을 따라 탐욕을 내므로 없는 것이 아니라 하고, 본래 탐욕의 성품이 없으므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느니라. 선남자여, 인연을 따르므로 마음에 탐욕이 생기고, 인연을 따르므로 마음이 해탈하느니라.
선남자여, 인연은 두 가지니, 하나는 생사를 따르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대열반을 따르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인연이 있으므로 마음이 탐욕과 함께 나고 탐욕과 함께 멸하기도 하며, 혹은 탐욕과 함께 나고 탐욕과 함께 멸하지 않기도 하며, 혹은 탐욕과 함께 나지 아니하고 탐욕과 함께 멸하기도 하며, 혹은 탐욕과 함께 나지 아니하고 탐욕과 함께 멸하지 않기도 하느니라.
어떤 것이 마음이 탐욕과 함께 나고 탐욕과 함께 멸하는 것인가. 선남자여, 만일 범부가 탐심을 끊지 못하고 탐심을 닦으면, 이런 사람은 마음이 탐욕과 함께 나고 마음이 탐욕과 함께 멸한다 하느니라. 모든 중생들도 탐심을 끊지 못하여 마음이 탐욕과 함께 나고 마음이 탐욕과 함께 멸하나니, 마치 욕계의 중생이 모두 초지미선(初地味禪)이 있으므로 닦거나 닦지 않거나 간에 항상 성취할 것이고 인연을 만나면 곧 얻는 것과 같으니라. 인연이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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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화재(火災)를 말함이니, 모든 범부도 그와 같아서 닦거나 닦지 않거나 간에 마음이 탐욕과 함께 나고 마음이 탐욕과 함께 멸하나니, 왜냐 하면 탐욕을 끊지 못한 연고니라.
어떤 것이 마음이 탐욕과 함께 나고 탐욕과 함께 멸하지 않는 것인가. 성문 제자들이 인연이 있으므로 탐심을 내고, 탐심을 두려워하여 백골관(白骨觀)을 닦나니, 이것을 이름하여 마음이 탐욕과 함께 나고 탐욕과 함께 멸하지 않는다 하느니라. 또 마음이 탐욕과 함께 나고 탐욕과 함께 멸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성문들이 4과를 증득하지 못하였을 때에 인연이 있어 탐심을 내고, 4과를 증득할 때에 탐심이 멸해지나니, 이것을 이름하여 마음이 탐욕과 함께 나고, 탐욕과 함께 멸하지 않는다 하며, 보살마하살이 부동지(不動地)를 얻을 적에 마음이 탐욕과 함께 나고 탐욕과 함께 멸하지 않느니라.
어떤 것이 마음이 탐욕과 함께 나지 아니하고 탐욕과 함께 멸하는 것인가. 보살마하살이 탐심을 끊고도 중생을 위하여서 탐욕이 있는 듯이 나타내는 것이니, 일부러 나타내므로 한량없고 그지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선한 법을 물어서 구족이 성취하게 하나니, 이것을 이름하여 마음이 탐욕과 함께 나지 아니하고 탐욕과 함께 멸함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마음이 탐욕과 함께 나지 아니하고 탐욕과 함께 멸하지 아니함이라 하는가. 아라한과 연각과 부처님과 부동지를 제외한 보살들이니, 이것을 이름하여 탐욕과 함께 나지 아니하고 탐욕과 함께 멸하지 않는다 하느니라. 이런 뜻으로 부처님과 보살들이 결정코 마음의 성품이 본래 깨끗하다거나 본래 부정하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이 마음은 탐욕의 번뇌와 화합하지 아니하고 성내는 일이나 어리석음과도 화합하지 아니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해와 달이 연기나 티끌이나 구름이나 안개나 아수라에 의해 가리우게 되면, 이런 인연으로 중생들이 보지 못하나니, 비록 보지 못하더라도 해와 달의 성품이 그 다섯 가지 가리움과 화합하지 아니하였느니라. 마음도 그와 같아서, 인연으로써 탐욕을 내거든, 중생들이 마음이 탐욕과 화합하였다 말하거니와, 이 마음의 성품은 진실로 화합하지 아니하였느니라. 만일 탐심이 곧 탐욕의 성품이라 하고, 탐하지 않는 것이 탐하지 않는 성품이라면, 탐하지 않는 성품은 탐욕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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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하고 탐욕의 마음은 탐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선남자여, 이런 뜻으로 탐욕의 번뇌가 마음을 더럽히지 못한다 하는 것이며, 부처님과 보살은 영원히 탐욕의 번뇌를 깨뜨렸으므로 마음이 해탈하였다 하느니라.
모든 중생들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탐욕을 내고 인연으로 말미암아 해탈을 얻나니, 선남자여, 마치 저 설산의 험준한 곳에는 사람이나 원숭이가 모두 가지 못하며, 어떤 곳에는 원숭이는 가지만 사람은 가지 못하며, 어떤 곳에는 사람과 원숭이가 모두 갈 수 있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사람과 원숭이가 모두 가는 곳에 사냥꾼이 억센 끈끈이를 널쪽 위에 놓아 두고 원숭이를 잡는데, 원숭이가 어리석어서 손으로 건드리면 손이 들러붙고 손을 떼기 위하여 발로 밟으면 발이 또 들러붙고, 발을 떼려고 입으로 씹으면 입이 들러붙어서, 이와 같이 다섯 군데를 모두 떼지 못하게 되면 사냥꾼이 몽둥이에 꿰어 메고 집으로 돌아오느니라. 설산의 험준한 데는 부처님과 보살들이 얻는 바른 도에 비유하고, 원숭이는 범부에 비유하고, 사냥꾼은 마왕 파순에게 비유하고, 끈끈이는 탐욕 번뇌에 비유한 것이니라. 사람이나 원숭이가 모두 가지 못한다 함은, 범부와 마왕 파순의 모두 행하지 못하는 데 비유하고, 원숭이는 가고 사람은 못 가는 것은 모든 외도와 지혜 있는 이에게 비유하였으니, 마군들이 5욕으로도 속박하지 못함이요, 사람과 원숭이가 모두 가는 데는 모든 범부와 파순이 생사 중에 항상 있으면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니라.
범부들이 5욕락에 얽매이면 파순이 데려가나니, 사냥꾼이 원숭이를 붙들어 가지고 집으로 가는 것 같으니라. 선남자여, 한 나라의 임금이 자기의 나라 안에 있으면 몸과 마음이 안락하지만 다른 나라에 가면 여러 가지 괴롬이 있게 되나니, 모든 중생도 그와 같아서, 만일 자기의 경계에 있어서는 안락하지만, 다른 경계에 이르게 되면 마군을 만나 괴롬을 받나니, 자기의 경계는 4념처(念處)를 말함이요. 다른 경계는 5욕락을 말함이니라.
어떤 것을 마군에게 얽매인다 하는가. 중생들이 무상한 것을 항상하다 보고, 항상한 것을 무상하다 보며, 괴롬을 즐겁다 보고 즐거움을 괴롭다 보며 부정한 것을 깨끗하다 보고 깨끗함을 부정하다 보며, 내가 없는 것을 내가 있다 보고, 나인 것을 내가 없다 보며, 진실한 해탈이 아닌 것을 허황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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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이라 보고, 진실한 해탈을 해탈이 아니라 보며, 승(乘)이 아닌 것을 승이라 보고 승인 것을 승이 아니라 보느니라. 이런 사람을 일러서 마군에게 얽매였다 하나니, 마군에게 얽매인 사람은 마음이 깨끗하지 못하니라. 또 선남자여, 만일 모든 법에 공통한 모양과 제각기 다른 모양이 참으로 있다고 보는 이는, 이 사람이 색(色)을 볼 때에는 색이란 모양을 짓고, 내지 식(識)을 볼 때에는 식이란 모양을 지으며, 남자를 보면 남자란 모양을 짓고 여자를 보면 여자란 모양을 지으며, 해[日]를 보면 해란 모양을, 달을 보면 달이란 모양을, 해[歲]를 보면 해란 모양을, 5음을 보면 음이란 모양을, 6입(入)을 보면 입이란 모양을, 18계(界)를 보면 계란 모양을 짓나니, 이렇게 보는 이는 마군에게 얽매였다 하며, 마군에게 얽매인 사람은 마음이 깨끗하지 못하니라. 또 선남자여, 만일 내가 곧 색이라, 색 가운데 내가 있다, 내 가운데 색이 있다, 색이 내게 부속되었다고 보거나, 내지 내가 곧 식이다, 식 가운데 내가 있다, 내 가운데 식이 있다, 식이 내게 부속되었다고 본다면, 이렇게 보는 이는 마군에게 얽매인 것이니, 나의 제자가 아니니라. 선남자여, 나의 성문 제자로서, 여래의 12부경을 여의고 외도들의 경전을 익히거나, 출가한 적멸(寂滅)의 업을 닦지 아니하고 재가(在家)한 세속의 일을 경영하는 이가 있나니, 무엇을 재가한 일이라 하는가. 여러 가지 부정한 물건인 하인 · 전택(田宅) · 코끼리 · 말 · 수레 · 약대 · 나귀 · 닭 · 개 · 원숭이 · 돼지 · 양 따위나 가지각색 곡식을 받아 두거나, 스님을 멀리 여의고 속인들을 가까이하며, 성인의 말씀을 어기고 재가자들에게 말하기를 '부처님이 비구들에게 여러 가지 부정한 물건을 받기를 허락했다' 하니, 이것을 재가의 일을 익힌다 하느니라.
또 제자들이 열반을 위하지 아니하고 이끗만을 위하여 12부경을 친근하고 듣거나, 시방 승물(僧物)이나, 승만물(僧鬘物)을 입고 먹기를 자기의 것처럼 생각하거나, 다른 집을 아끼거나 칭찬하거나, 임금이나 왕자들을 친근하거나, 길흉한 것을 점치고 책력에 관한 것을 숭상하며, 바둑 · 장기 · 노름 · 투호(投壺)하는 일이나, 비구니나 처녀들을 친근하거나, 두 사미를 거느리거나, 사냥하고 고기 팔고 술 파는 집과 전다라들이 사는 데를 놀러다니거나, 여러 가지로 장사하거나, 제 손으로 음식을 만들거나, 나라의 사신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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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이웃 나라에 가거나 하는 사람들은 모두 마군의 권속이요, 나의 제자가 아니니라. 이런 인연으로 마음이 탐욕과 함께 나고 탐욕과 함께 멸하며, 내지 어리석은 마음과 함께 나고 함께 멸하는 일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런 인연으로 마음이 깨끗한 것도 아니고 부정한 것도 아니니,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마음이 해탈한다 하느니라. 만일 온갖 부정한 물건을 받지도 않고 저축하지도 아니하며, 대반열반을 위하여 12부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쓰고 남에게 해설하면 이런 사람은 나의 참된 제자인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마왕 파순의 경계를 행하지 아니하면, 37도품(道品)을 닦는 것이요, 도품을 닦으므로 탐욕과 함께 나지 아니하고 탐욕과 함께 멸하지 아니 하나니, 이것을 말하여 보살이 대반열반의 미묘한 경전을 닦아서 여덟째 공덕을 구족하게 성취한다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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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반열반경 제 24 권
송대 사문 혜엄 등이 니원경에 의거하여 덧붙임
22. 광명변조고귀덕왕보살 ⑥
"또 선남자여, 어떤 것을 말하여 보살마하살이 대반열반의 미묘한 경전을 닦아서 아홉째 공덕을 구족하게 성취한다 하는가.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이 대반열반의 미묘한 경전을 닦는 데는 처음에 다섯 가지 마음을 내어 모두 성취하나니, 무엇이 다섯인가. 믿음[信]과 곧은 마음[直心]과 계행[戒]과 선지식을 친근함[親近善友]과 많이 아는 것[多聞]이니라.
어떤 것을 믿음이라 하는가. 보살마하살이 삼보를 믿고, 보시에 과보가 있음을 믿고, 두 가지 진실한 이치[二諦]를 믿고, 1승의 도에 다른 길이 없지만, 중생들로 하여금 빨리 해탈을 얻게 하기 위하여, 부처님과 보살들이 분별하여 3승을 만든 것을 믿고, 제일의제를 믿고, 좋은 방편을 믿음이니, 이것을 이름하여 믿음이라 하느니라. 이렇게 믿는 이는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하늘이나 마군이나 범천이나 모든 중생이 깨뜨리지 못하며, 이렇게 믿으므로 성인의 성품을 얻어 보시를 행하면, 많거나 적거나 모두 대반열반에 가까워지고 생사에 떨어지지 아니하니라. 계행 가짐과 많이 들음과 지혜도 그와 같나니, 이것을 믿음이라 하느니라. 비록 이런 믿음이 있더라도 또한 견해를 짓지 아니하나니, 이것이 보살이 대반열반을 닦는 데, 첫 번째 일을 성취함이니라.
어떤 것을 곧은 마음이라 하는가. 보살마하살이 중생에게 대하여 질직한 마음을 짓나니, 모든 중생들은 인연을 만나면 아첨하고 굽은 마음을 내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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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보살은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모든 법이 다 인연인 줄을 아는 까닭이니라. 보살마하살이 비록 중생들의 나쁜 허물을 보더라도 말하지 아니하나니, 왜냐 하면 번뇌가 생길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니, 만일 번뇌가 생기면 나쁜 갈래에 떨어지느니라. 보살이 만일 중생에게 선한 일이 있음을 보면 칭찬하나니, 무엇을 선한 일이라 하는가. 불성을 말함이니라. 불성을 칭찬하므로 중생으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느니라."
이 때에 광명변조고귀덕왕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보살마하살이 불성을 칭찬하여 한량없는 중생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한다 하시오나, 그 뜻이 그렇지는 않겠나이다. 왜냐 하면 여래께서 처음 열반경을 펴실 적에 세 가지를 말씀하셨으니, '하나는 어떤 병난 사람이 용한 의원과 약과 간병할 사람을 만나면 병이 쉽게 나으려니와, 만나지 못하면 나을 수 없고, 둘은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거나 병이 나을 수 없고, 셋은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거나 병이 나을 것 이니라. 모든 중생도 그와 같아서 만일 선지식이나 부처님이나 보살을 만나서 묘한 법문을 들으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려니와, 만나지 못하면 내지 못하나니, 이들은 수다원 · 사다함 · 아나함 · 아라한 · 벽지불이요, 둘은 아무리 선지식 · 부처님 · 보살을 만나서 법문을 들어도 보리심을 내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여도 내지 못하나니 그들은 일천제요, 셋은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거나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나니, 그들은 보살이라' 하셨나이다.
만일 만나거나 만나서 못하거나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낸다고 할진댄, 어찌하여 지금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불성을 칭찬함을 인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한다 하시나이까.세존이시여, 선지식 · 부처님 · 보살을 만나서 법문을 듣거나 만나지 못하거나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지 못한다 하시거나, 이 이치도 옳지 않나이다. 왜냐 하면 이런 사람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있는 까닭이오니, 일천제들도 불성이 있으므로 법문을 듣거나 듣지 않거나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있는 까닭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무엇을 일천제라 하는가. 선근을 끊은 것이라' 하였사오나, 이 이치도 그렇지 않사 오니, 왜냐 하면 불성을 끊지 못하는 까닭이옵니다. 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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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불성은 끊을 수 없삽거늘, 어찌하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선근을 끊었다 하시나이까. 부처님께서 예전에 12부경을 말씀하실 적에 선근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항상한 것이요, 다른 하나는 무상한 것이라. 항상한 것은 끊어지지 않고 무상한 것은 끊어진다 하셨나이다. 무상한 것은 끊어질 수 있기에 지옥에 떨어지려니와, 항상한 것은 끊어지지 않는데, 어찌하여 지옥에 떨어짐을 막지 못하오리까. 불성이 끊어지지 않았으면 일천제가 아니온데, 여래 께서는 어찌하여 일천제라는 말을 하시나이까. 세존이시여, 만일 불성을 인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낸다 하오면, 어찌하여 여래께서 중생들을 위하여 12부경을 말씀하셨나이까. 세존이시여, 마치 4대하가 아뇩달못에서 흘러내리는데, 천상 사람 세간 사람이나 부처님들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지 아니하고 근원으로 돌아간다 하오면, 옳지 않나이다. 보리심도 그와 같아서 불성이 있는 이는 법을 듣거나 듣지 않거나, 계행을 지키거나 지키지 않거나, 보시하거나 보시하지 않거나, 닦거나 닦지 않거나, 지혜롭거나 지혜롭지 못하거나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이다. 세존이시여, 우다연산에서 뜬 해가 남쪽까지 왔다가 생각하기를, 나는 서쪽을 가지 않고 도로 동쪽으로 가겠다 한다면 옳지 아니한 것이니, 불성도 그와 같아서 법을 듣지 않고 계율을 지니지 않고 보시하지 않고 닦지 않고 지혜롭지 않다고 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한다 함은 옳지 않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 여래께서 인과의 성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라 말씀하거니와, 그 이치도 옳지 않나이다. 왜냐 하면 만일 우유 속에 타락의 성품이 없다면 타락이 생기지 못할 것이며, 니구타 씨에 다섯 길[五丈]만큼 자랄 성품이 없으면 다섯 길 되는 나무를 내지 못하리이다. 불성 가운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성품이 없으면 어떻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내오리까. 이런 뜻으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인과 과가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 하심이 이런 이치와 어떻게 어울리겠나이까?"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렇게 찬탄하였다.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여, 세상에는 두 사람이 매우 희유하여 우담화(優曇花)와 같으니라. 하나는 나쁜 법을 행하지 아니함이요, 다른 하나는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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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참회함이니, 이런 사람은 대단히 희유하니라. 또 두 사람이 있으니, 하나는 은혜를 짓는 이요, 하나는 은혜를 생각하는 이니라. 또 두 사람이 있으니, 하나는 새로운 법을 물어 배우는 이요, 하나는 옛것을 익히어 잊어버리지 않는 이다. 또 두 사람이 있으니 하나는 새것을 짓는 이요, 하나는 옛것을 닦는 이다. 또 두 사람이 있으니, 하나는 법 듣기를 좋아하고 하나는 법 말하기를 좋아하는 이다. 또 두 사람이 있으니 하나는 질문을 잘하는 이요, 다른 하나는 답변을 잘하는 이다. 질문을 잘하는 이가 그대요, 답변을 잘하는 이는 여래니라. 선남자여, 잘 물음을 인하여 위없는 법수레를 운전하며, 12인연의 나무를 시들게 하며, 가없는 생사의 큰 강을 건너며, 마왕 파순과 더불어 싸우며 파순이 세운 전승의 깃발을 꺾느니라.
선남자여, 내가 먼저 말한 것처럼 세 가지 병자 중에 용한 의원과 간병하는 이와 약을 만나거나 또 만나지 않고 병이 쾌차한다 함은 무슨 뜻인가. 만나거나 못 만나거나 간에 수명은 결정된 것이니라. 왜냐 하면 이 사람은 한량없는 지난 세월에 세 가지 선한 일을 닦았으니, 상품 · 중품 · 하품이니라. 이렇게 세 가지 선을 닦았으므로 수명이 결정된 것이니, 저 북구로주 사람이 수명이 천 년인 것 같아서, 병에 걸린 이가 용한 의원과 좋은 약과 간병하는 이를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거나 간에 모두 병이 낫는 것이니, 왜냐 하면 결정한 수명을 얻은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내가 말한 것처럼 병난 이가 만일 용한 의원과 좋은 약과 간병할 이를 만나면 병이 낫고, 만나지 못하면 낫지 못한다 함은 무슨 뜻인가. 선남자여, 이런 사람은 수명이 결정되지 않았으니, 목숨은 비록 다하지 아니하였으나 아홉 가지 인연을 만나면 목숨이 단명하는 것이니라.
무엇이 아홉인가. 하나는 먹어서 편안치 못할 줄을 알면서도 먹는 것이요, 둘은 많이 먹음이요, 셋은 먹은 것이 채 소화되기 전에 또 먹는 것이요, 넷은 대소변이 때를 따르지 못함이요, 다섯은 병이 났을 때에 의원의 말을 따르지 아니함이요, 여섯은 간병하는 이의 시킴을 따르지 않음이요, 일곱은 억지로 참고 토하지 않음이요, 여덟은 밤에 다님이니, 밤에 다니므로 나쁜 귀신이 침노함이요, 아홉은 방사(房事)가 너무 과도함이니, 이런 인연으로 내가 말하기를 용한 의원과 약을 만나면 병이 나을 것이요, 만나지 못하면 낫지 못한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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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니라.
선남자여, 내가 먼저 말하기를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거나 모두 낫지 못한다 함은 무슨 뜻인가. 사람의 수명이 다하였으면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거나 간에 쾌차할 수 없나니, 왜냐 하면 수명이 다한 연고니라. 이런 이치로 내가 말하기를 의원과 약을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건, 병이 낫지 못한다는 것이니라. 중생도 그와 같아서 보리심을 낸 이는 선지식과 부처님과 보살을 만나서 깊은 법문을 듣거나 만나지 못하거나, 마땅히 보리를 이룬다는 것이니, 그 까닭은 능히 보리심을 낸 까닭이며, 북구로주 사람의 수명이 결정된 것 같으니라.
내가 말하기를, 수다원으로부터 내지 벽지불이 선지식이나 부처님과 보살이 말씀하는 깊은 법을 들으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고, 만일 부처님이나 보살이 말씀하는 깊은 법을 듣지 못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지 못한다 함은 저 수명이 결정되지 아니한 사람이 아홉 가지 인연으로 목숨이 단명하는 것과 같나니, 저 병난 사람이 의원과 약을 만나면 병이 쾌차하고, 만나지 못하면 낫지 못하는 것 같으니라.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부처님이나 보살을 만나서 깊은 법을 들으면 보리심을 내고, 만나지 못하면 내지 못한다는 것이니라.
내가 먼저 말하기를, 만일 선지식이나 부처님이나 보살을 만나서 법문을 듣거나 만나지 못하거나 간에, 모두 보리심을 내지 못한다 한 것은 무슨 뜻인가. 선남자여, 일천제들이 선지식 · 부처님 · 보살을 만나서 법문을 듣거나 만나지 못하거나 간에 일천제의 마음을 여의지 못하나니, 왜냐 하면 선한 법을 끊은 까닭이니라. 일천제들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 함은 무슨 까닭인가. 만일 보리심을 내면 다시 일천제라 이름하지 않음이니라. 선남자여, 무슨 인연으로 일천제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 하는가. 일천제들은 진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하나니, 마치 수명이 다한 이는 비록 용한 의원과 좋은 약과 간병할 이를 만난다 하더라도 쾌차할 수 없는 것과 같나니, 왜냐 하면 수명이 다한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일천(一闡)은 믿음[信]이란 말이요, 제(提)는 갖추지 못하였다[不具]는 말이니, 믿음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일천제라 이름하거니와, 불성은 믿음이 아니며 중생은 갖춤이 아니니라. 갖추지 못하였거니 무엇을......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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