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큰스님 말씀

중관파(中觀派,백일법문 上)

근와(槿瓦) 2015. 12. 29. 00:43

중관파(中觀派)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중관파는 인도대승불교의 한 학파인데 이것을 일으킨 시조는 용수(龍樹)보살입니다. 그의 생존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150~250년으로 추정합니다. 그는 남인도의 바라문 집안에서 태어나 인도 고대종교인 바라문교의 베다경전을 학습하였으며, 어려서부터 그 학식이 뛰어났습니다. 그러나 그는 성장하여 육신의 욕망을 탐닉하다가 고난을 당하자 그것이 고통스런 불행임을 깨닫고, 어느 산 위에 있는 불교의 탑을 찾아가 계율을 받고 출가하였습니다. 출가한 뒤에 먼저 소승불교를 배우고 다시 더 깊은 뜻을 담은 경전을 찾아 헤매다가, 마침내 많은 대승경전을 얻어 심오한 대승불교의 진리를 깨우쳤습니다. 그리하여 남은 생애 동안 대승불교사상을 전파하며 부처님의 근본뜻을 선양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용수보살이 활약할 무렵, 인도의 사상계는 밖으로 실재론적(實在論的)인 이론으로 무장된 수론(數論) · 승론(勝論)  · 정리파(正理派) 등 여러 철학이 흥기하였으며, 안으로는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를 비롯하여 독자부(犢子部) 등 소승불교의 여러 부파가 또한 실유론적(實有論的)인 이론에 치우쳤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외도(外道) 및 소승불교의 실유론적인 견해를 척파하고, 부처님이 설한 진실한 법인 중도(中道)를 선양하기 위하여「반야경(般若經)」의 공사상(空思想)에 입각한 중도 사상을 주장하였습니다.

 

용수보살의 대표적 저술인「중론(中論)」의 귀경게(歸敬偈)에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상주하지도 않고 단멸하지도 않으며, 하나도 아니고 다르지도 않으며,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不生亦不滅 不常亦不斷 不一亦不異 不來亦不去)’라는 게송이 있습니다. 이것은 열반(涅槃)의 의미를 드러내기 위한 것인데 열반은 원래 생(生)하는 것도 멸(滅)하는 것도 아니므로 연기하여 생한 일체의 모든 법은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상주하지도 않고 단멸하지도 않는 것으로서 어떠한 자성(自性)이 있지 않은 공(空)임을 표명한 것입니다. 이 여덟 가지 부정, 즉 팔불(八不)은 중생들의 수많은 미혹된 견해를 대표하는 생(生)  · 멸(滅) ·  단(斷) · 상(常) · 일(一) · 이(異) · 래(來) · 거(去)의 여덟 가지 견해를 부정한 것으로서 외도들의 사견(邪見)과 불교 내의 유부(有部) 등의 유견(有見)을 척파한 것입니다. 즉 일체 존재가 저절로 생긴 것이라거나, 어떤 절대자로부터 파생한 것이라거나, 또는 미세한 물질들이 화합하여 생긴 것이라는 등, 중생들이 여러 삿된 견해에 빠져 바른 법을 보지 못하므로, 용수보살이 이러한 편견을 타파하기 위하여 팔불설(八不說)을 주로 한「중론(中論)」을 지어 공사상을 주장한 것입니다.

 

그가 주장한 공(空 : sunya)은 단순히 모든 것을 부정하는 허무주의도 아니고, 도피와 체념에 사로잡힌 회의주의도 아니며, 결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음을 뜻하는 무(無)도 아닙니다. 그의 공사상의 근저에는 어디까지나 연기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곧 연기하여 생겨나는 일체의 법은 고유한 본성 즉 자성이 없으며, 고정적인 자성이 없으므로 공하다고 설한 것입니다.「중론」에서 설하는 제일의제(第一義諦)와 세속제(世俗諦)의 내용은 이 뜻을 잘 설명합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일체가 공이며 이러한 견지에서 제법을 관하는 것이 제일의제입니다. 그러나 제법이 비록 공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적으로 연기하여 상대적인 세계가 성립되기도 하니 이같은 세간의 입장이 곧 세속제입니다.

 

「중론」에서는 제일의제는 세속제에 의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고, 또 이 이제(二諦)의 도리를 잘 파악하지 못하면 깊은 불법의 뜻을 알지 못한다고 설하여, 공이 결코 단순한 무(無)가 아님을 역설하였습니다. 그는 이와 같은 공사상에 근거하여 그 당시의 잘못된 사상계를 비판하였을 뿐만 아니라 또한 불교의 근본진리인 중도를 천명하였습니다.

 

곧 ‘여러 인연으로 생한 법(衆因緣生法)이 곧 공(空)이며 또한 가명(假名)이며 또한 중도(中道)라고 설하여 중도의 뜻을 간명하게 정의하였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세 가지 진리인 공(空) · 가(假) · 중(中)의 삼제(三諦)는 후대 불교사상 발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이 삼제게(三諦偈)의 내용을 깊이 수용한 중국불교의 천태종(天台宗)에서는 이것을 비유비무(非有非無)의 중도로 파악하여 천태종 특유의 원융삼제(圓融三諦)를 주장하게 됩니다.

 

용수보살은「중론」을 비롯하여「십이문론(十二門論)」 · 「회쟁론(廻諍論)」 · 「육십송여리론(六十頌如理論)」 · 「보행왕정론(寶行王政論)」등과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의 주석서인「대지도론(大智度論)」그리고 기타 여러 저술을 남겼는데. 그 저술 대부분의 중점은 바로 공사상의 천명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그는 외도와 소승불교를 타파하고 대승불교를 크게 중흥시켰으므로 불교계에서는 용수보살을 부처님 이래로 제일이며 대승불교의 선구자요 최대의 공로자로 추앙합니다.

 

그의 입멸 후 그의 사상은 제자인 제바(提婆)보살에 계승되고, 마침내는 인도에서만 수많은 뛰어난 학승을 배출하게 되어 중관파라는 학파를 형성하여 인도에서 불교가 쇠퇴할 때까지 지속적인 번영을 이루었습니다. 특히 8세기에 활약한 적호(寂護) 논사는 용수보살 이후 최대의 사상가라고도 지적되는데, 그는 당시까지 지속되어 오던 부파불교의 교리와 유식설 등의 사상을 중관사상에 서서 비판하고 흡수하여 유가행중관파(瑜伽行中觀派)라고 불리는 후기 중관파의 사상적 체계를 수립하였습니다. 그의 사상은 인도에서 계승된 것은 물론, 티벳에도 전해져서 티벳불교가 중관학에 기울어지게 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론(中論)

용수논사의 대표적 저술인「중론(中論)」에서 중도설에 대하여 명확히 언급하는 것으로, 초품(初品)에 등장하는 팔불게(八不偈)가 있습니다. 이것은 생멸(生滅) · 단상(斷常) · 일이(一異) · 래거(來去)등의 여덟 구가 부정적으로 표시된 것으로 이 팔불(八不)에 의해 도출된 사상이 팔불중도(八不中道)입니다. 이 팔불게(八不偈)는 제 24품에 나오는 삼제게(三諦偈)와 더불어 중관론의 중도사상을 표방하는 대표적 교리로서 예로부터 유명합니다. 먼저 팔불중도(八不中道)에 대하여 설명하겠습니다.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항상하지도 않고 단멸하지도 않으며, 동일하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으며,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 능히 이 인연을 설해서 모든 희론을 멸하니 모든 설법자 중에서 제일이신 부처님께 머리 숙여 예배하나이다.

 

不生亦不滅 不常亦不斷

不一亦不異 不來亦不去

能說是因緣 善滅諸戲論

我노首禮佛 諸說中第一 <중론>

 

이것이 유명한 생멸(生滅) · 단상(斷常) · 일이(一異) · 래거(來去)로 표현된 팔불중도라는 것인데 그 대표적인 내용은 맨 처음의 생멸(生滅)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불생불멸(不生不滅)이 성립되지 않으면 불상부단(不常不斷) · 불일불이(不一不異) · 불래불거(不來不去)가 성립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팔불중도의 근본의미가 불생불멸에 있다는 것은 선각적인 스님들은 누구나 다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불생불멸이라고 하는 것은 생과 멸(滅)의 양변을 여의었다는 뜻입니다. 이 생 · 멸(生 · 滅)의 양변을 여읜 것이 중도이고, 단 · 상(斷常)의 양변을 여읜 것이 중도며, 일 · 이(一異)의 양변을 여읜 것이 중도고, 래 · 거(來去)의 양변을 여읜 것이 중도입니다. 그러므로 중도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불생불멸이라 하면 그것이 곧 중도인 것입니다.

 

용수보살이「중론」을 지을 때 제일 첫머리에 이 게송을 갖다 놓은 것은, 모든 중생들이 생 · 멸의 변견에 처해 있으므로 생 · 멸의 변견을 완전히 부수고 중도 정견(正見)을 펴기 위한 것입니다. 용수보살은 평생을 중도적인 입장에서 불법을 소개하고 한편으로는 사견(邪見)을 여지없이 항마검으로 걸겨버렸습니다. 우리 부처님이 말씀하신 수많은 법문 가운데 중도법문이 제일인 것입니다.

 

또 중론에서 중도사상을 간단하면서도 명확하게 표현한 것으로 삼제게(三諦偈)가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공(空)  · 가(假) · 중(中)의 세 글자로 중도사상을 간결하게 요약한 것입니다. 이 삼제게는 용수 당시 인도불교의 중도사상을 잘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중국에서 성립된 삼론종(三論宗)은 물로 천태종(天台宗)과 화엄종(華嚴宗)의 성립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것입니다.

 

모든 인연으로 생기는 법을 나는 곧 무(無)라고 하고 또한 가명(假名)이라고 하며, 중도의 뜻이라고 하느니라.

 

衆因緣生法을 我說卽是無요 亦爲是假名이요 亦是中道義니라. <중론>

 

‘모든 인연으로 생기는 법(衆因緣生法)’이란 일체제법이 연기하여 생함을 말합니다. 이 연기법은 그 본성이 무(無), 즉 공인데 아주 아무 것도 없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분명히 연기하고 있으므로 가(假)인 것입니다. 연기를 하면서 공하고 공하면서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은 공도 아니고 거짓도 아니며(非空非假) 동시에 공이고 거짓(亦空亦假)이며 이것이 곧 중도입니다. 이 공(空) · 가(假) · 중(中)이라는 삼제(三諦)는 전부 원융해 있습니다. 즉 모든 연기의 내용은 공(空)이지만 가(假)와 중(中)이 모두 내포되어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중론」의 삼제게는 중국에 와서 불교교리를 조직하는 데 있어서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교의가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삼제게의 내용을 해석한 것으로 후대에 유명한 삼제원융(三諦 圓融)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삼제원융이란 즉공(卽空) · 즉가(卽假) · 즉중(卽中)으로 즉(卽)은 공(空)과 가(假)와 중(中)이 한 곳에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하여 공과 가와 중은 서로 포용하므로 일체의 만법 자체가 그대로 공하고, 공한 그대로 연기하며, 연기한 그대로가 공도 아니고 가도 아니면서 또한 그대로 공이고 가라고 합니다. 이것이 곧 중도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유명한 삼제원융이라는 삼제게의 의미인데, 중국의 수나라 때 혜문(慧文)선사가 「중론」을 보다가 그 가르침을 혜사(慧思)에게 전하여, 천태종의 교리를 조직하는 근본교의가 되었습니다. 여하튼 이 삼제게 사상에 입각하여 자세히 살펴보면 천태는 물론 화엄도 여기에 들어있고 대승의 일승원교(一乘圓敎)사상이 모두 다 여기에 들어가 있습니다.

 

 

출전 : 백일법문 상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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