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金剛般若波羅蜜經)

금강경대강좌(2)-一時佛(청담큰스님)

근와(槿瓦) 2015. 12. 20. 00:47

금강경대강좌(2)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원문 一時佛

 

解義

「불법은 역사가 없다. 역사를 무시한다.」고 흔히 말합니다. 실제로 불교 사상이 그런 경향이 있고 경에도 그렇게 되어 있기도 합니다. 한 평생 걸어온 것을 내가 기억할 필요가 없으며 구태여 사람 이름도 기억하려 하지 않고 장소도 사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애착해 보았자 마음 공부에 도움이 안되는 까닭입니다. 박 누구라고 하지만 참말로 그런 사람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니 역사성을 전연 무시하는 것이 됩니다. 그런데 이것이 불교 수행에 있어서는 장점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역사적인 고찰을 한다든지 하는 때에는 불편이 많습니다. 그래서 경전에도 일시(一時)에 어느 때, 각설 이 때 그런 식으로 돼 있고 아무 날 시라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있습니다.

 

첫째, 시간은 없는 거다.「서기(西紀) 몇 해다 불기(佛紀) 얼마다 해 봤자 그것은 어림없고 말도 안된다. 왜냐하면 시간은 그 자체가 본래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둘째, 중생 따라 시간이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천당이 스물 여덟하늘이나 되는데 맨 아래 천당인 四王天의 하루가 우리 인간의 50년이 되고 忉利天에 올라가면 그 하늘 一주야가 우리의 백년이나 되며, 또 더 올라가면 우리 二백년 · 四백년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서 역사적인 시간을 말해 봤자 천당 사람에게는 안 맞으며 또 다른 세계에도 역시 시간이 맞지 않습니다. 한국의 열시는 유럽에서는 밤 한 시가 되고 인도의 아침 열 시는 미국에서는 역시 밤이 될 것입니다. 또 달나라의 시간이 다르고 하루의 시간도 다릅니다. 自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달나라의 1년, 水星· 金星의 1년은 지구의 1년과 크게 다릅니다. 이와 같이 중생의 세계가 다 시간이 다르므로 완전한 시간을 말할 수 없습니다. 불교는 인간계뿐만 아니라 전 衆生界를 구제의 대상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셋째, 불타(佛陀)의 경지에서는 시간 공간을 초월했기 때문에 인간 세상의 시간 관념에 얽매이는 것은 경답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다는 옛날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나무꾼이 산에 나무하러 올라가서 나무를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노인들이 바위 위에 앉아서 바둑을 두는 것을 보았습니다. 노인들은 수염을 날리면서 얼굴이 하도 잘 생겼을 뿐 아니라 신선 같은 거룩한 풍채에 마음이 끌린 나뭇꾼은 정신을 잃고 영감들을 쳐다보는 동안에 바둑 한 판이 다 지났습니다. 그래 너무 시간을 지체했다 생각한 나뭇꾼은 자기 지게 있는 데로 가 보니 그동안 벌써 몇 백년이 지나갔는지 지게도 없어지고 도끼 자루도 다 썩어서 조금 남았더라는 옛날 이야기가 있습니다.

 

꿈에 한 이십년 삼십년 사는 때가 있습니다. 아들 딸을 다섯 여섯 낳고 온갖 사업을 다 하고 한국 갑부가 되어 택시를 여나무대 놓고 밤이나 낮이나 재미나게 호강을 하면서 살았는데 깨고 보면 꿈입니다. 그러나 깨어서 시계를 보면 채 일분도 안되었는데 꿈에 들어가서는 20년의 생활이 지난 것입니다.

 

이렇게 꿈에 들어가 몇십년 살았다는 것도 우리의 한낱 생각일 뿐 사실 20년이 아니며 손목시계가 1초가 안됐다고 하는 것도 우리 생각일 뿐 역시 일초는 아닙니다. 일초란 생각 그것이 꿈에 이십년이란 생각으로 된 것이며 아들 딸 낳고 살림 산 그것도 내 생각이 그렇게 나타나 보인 것뿐입니다.

 

꿈이 우리의 생각으로부터 창조된 것이듯 시간과 공간은 우주와 인생의 근본인 우리의 마음으로부터 벌어진 현상이며 그 실상은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공(時空)을 완전히 초월한 부처님 세계에서는 반드시 어느 나라 몇 년 갑자년 을축년 등을 기록하는 것이 오히려 부처님 법답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내가 이렇게 들었노라. 한 때 어느 때....」그렇게만 기록했던 것입니다.

 

 

출전 : 금강경대강좌(청담큰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