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의 태를 기르라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조종(祖宗) 문하에서 마음으로 마음을 전해서 은밀한 뜻을 가르쳐 주는 것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기화상(琪和尙)은 말하기를 '조사의 도를 깨달아 지혜를 발휘하는 사람은 이 말세에는 없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이 권수문(勸修文)에서 모두 대승경론의 뜻에 의지하여 밝게 증명하고, 현재에 전하는 법을 믿고 알아서 밝힌 이치와 살아 나오고 죽어 들어가는 맑고 더럽고 가고오는 득실을 대강 분별하였다.
이 결사(結社)에 동참하여 마음을 닦는 사람들에게 그 본말을 알리어 모든 논쟁을 쉬고 그 방편과 실제를 분별하여, 대승법문을 바로 수행하는 길에서 빗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바른 인연을 함께 맺고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으며, 행원(行願)을 함께 닦고 불지(佛地)에 함께 나며 도를 함께 깨닫는 등, 이와 같은 일들을 모두 함께 배워 미래세가 다하도록 시방세계에 자유자재하게 노닐려는 것이다.
서로 주인과 객이 되어 함께 도와 공을 이루고, 바른 법륜(法輪)을 굴리어 널리 중생을 구제하여 부처님의 막중한 은혜에 보답하려는 것이다. 우러러 생각하오니, 부처님의 눈으로 이 미약한 정성을 살펴 주시고 법계의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이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으려는 원을 발하게 하소서.
중생들이 오고가는 곳은 육도(六途)다. 귀신은 어두운데서 시름하는 고통에 잠기어 있고, 새와 짐승들은 날고 달리는 슬픔을 지녔으며, 아수라는 잔뜩 성을 내고, 하늘은 항상 즐거워한다. 그러니 생각을 가다듬어 보리로 나아갈 수 있는 이는 오직 사람뿐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난들 어떻게 하겠는가.
나는 저번에 대승경전을 열람하면서 요의승(了義乘)의 경론에서 말한 것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어느 한 법도 삼학(三學)의 문으로 귀착하지 않는 것이 없었고, 어느 한 부처님도 삼학에 의지하지 않고 성도한 이는 없었다.
<능엄경(楞嚴經)>에 말하였다.
'과거의 모든 여래도 이 문에서 성취하였고, 현재의 보살들도 지금 저마다 원명(圓明)에 들어가며, 미래에 배울 사람들도 마땅히 이 법에 의지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지금 아름다운 기약을 맺고 미리 은밀한 서약을 하여 청정한 행을 닦아야 한다. 그래서 진실한 가풍을 우러러, 스스로 낮게 여기지도 말고 계율과 선정과 지혜로써 몸과 마음을 닦고 번뇌를 덜고 덜어서, 물가와 숲 아래서 성인의 태를 길러야 한다. 달빛을 보면서 한가히 거닐고 시냇물 소리를 들으면서 자유자재하며 여기저기 거리낌이 없어, 곳을 따라 세월을 보냄이 마치 물결에 띄운 배와 같고 허공을 나는 날렵한 새와 같아야 한다. 몸은 이 우주에 드러내면서도 그윽한 마음은 법계에 잠겨, 인연을 따라 감응하면서 어떤 틀에 매이지 않으니, 나의 사랑하는 뜻이 바로 여기에 있다.
수도인이 명리를 버리고 산에 들어갔더라도 이런 행을 닦지 않고 거짓으로 점잔을 빼면서 신심있는 시주들을 속인다면, 그것은 차라리 명리와 부귀를 구하고 주색에 빠져 심신이 혼미한 채 일생을 헛되이 보내는 것만도 못할 것이다.
출전 : 勸修定慧結社文(普照禪師)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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