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에 집착하면 경전도 장애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어떻게 하면 깨달음에 이를 수 있을까요? 중국 선불교의 중흥조인 육조 혜능대사는 대중들에게 “나에게 한 물건이 있는데 머리도 꼬리도 없고, 적색도 황색도 백색도 아닌 이것이 무엇인고?(吾有一物 是何物)”라고 하였습니다.
경허스님은 “알겠느냐? 어느 물건이 설법하고 청법하느냐? 형상 없으되 뚜렷한 그 한 물건을 일러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한 물건 찾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자나 깨나 밥 먹을 때나 일 할 때나 생각을 일으키는 ‘이 한 물건이 무엇인고’하고 일념으로 참구해야 합니다.
하도 번잡한 세상이다 보니 수행자들이 여러 가지에 마음을 쓰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그렇게 해서는 닭벼슬에도 못 미칠 것입니다. 목숨을 내놓고 자기 마음 깨치려 수행자의 길에 들어선 이는 화두 하나에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저의 은사이신 만공스님은 “사람을 대할 때는 자비심으로 대하여야 하지만, 공부를 위해서는 죽음을 각오한 극히 악하고 극히 독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이 마음자리 깨닫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없습니다. 경허스님은 “오늘은 비록 보존하나 내일은 보존하기 어렵다. 정신 바짝 차리고 게으름 없이 모든 일에 무심하고 마음에 일 없게 하면 지혜가 자연히 깨끗하고 맑아진다”고 하였습니다. 화살과도 같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우리 중생의 삶이 아니겠어요. 그러니 잠시도 딴 생각을 내서는 안 됩니다.
가끔 교학에 대해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깨치려는 것은 부처님 마음을 내 안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인데 글로써 부처님 마음을 드러내기에는 어림없습니다. 오로지 화두 하나 들어 쥐는 선(禪) 수행을 해야만 부처님 마음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조사님들이 선을 최상승법문이라고 하셨지요. 그리고 많은 스님들이 공부에 방해된다고 하여 경을 불사르곤 했습니다.
나의 경험으로 볼 때 반야를 밝히려는 경전의 정신을 모르고 문자에만 집착하면 좋은 부처님의 말씀도 도리어 공부에 장애가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많은 스님들이 현실에서 글을 쓰기 위해, 말을 하기 위해 또는 남들에게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교학 공부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것은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 공부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참고
범소유상(凡所有相) : 대저 온갖 모양은,
개시허망(皆是虛妄) : 모두 허망한 것이니,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 : 만약 모든 모양이 모양 아닌 줄을 본다면,
즉견여래(卽見如來) : 바로 여래를 보리라.
출전 : 중생이라는 이름의 부처에게(성찬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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