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은 자기가 지은 것인가

연꽃스님의 아름다운 죽음

근와(槿瓦) 2018. 1. 19. 00:57

연꽃스님의 아름다운 죽음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웃파라반니(Utpalavarni)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그 얼굴과 몸이 연꽃처럼 맑고 아름다워, 세상 사람들이 그 여인을 ‘연화색녀(蓮花色女)’, 곧 ‘연꽃 여인’이라고 불렀다.


연꽃 여인은 웃제니(Ujjeni) 태생으로 첫 남편과 결혼하였으나 그가 첫 딸을 낳은 지 얼마 안 되어, 그의 남편이 자기 어머니(장모)와 불륜의 관계를 맺게 되었다. 연꽃 여인은 딸이 여덟 살이 되자 가정을 박차고 나와 바라나시(Varanasi)로 도망갔다. 여기에서 부호 상인을 만나 다시 결혼하여 잘 살았다.


다시 8년 뒤, 남편이 웃제니에 장사하러 갔다가, 어린 처녀를 소실로 데리고 왔다. 연꽃 여인은 이 소실을 사랑하며 함께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그가 자기 첫딸임을 알게 되었다. 연꽃 여인은 기구한 운명을 탄식하면서, 가정을 떠나, 라자그리하(Raja-graha)의 창녀로 몸을 던지고 말았다.


어느 날 연꽃 여인은 거리에서 부처님의 제자 목갈라나 존자(Maudgalyana, 목련존자)를 만나게 되자 그를 유혹하였다.


존자는 그 여인을 엄하게 질책하였다.

“가엾은 여인아, 그대는 자신의 육체가 얼마나 추하고 더럽혀져 있는가를 아는가? 그대는 자신의 어리석음에 속아 흡사 장님과 같아 자신의 추함을 모르고 다만 외모의 아름다움에 취하여 빠져 있구나. 늙은 코끼리가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것처럼.”

“존자여, 당신의 말씀이 옳습니다. 저는 오랜 세월 더러운 몸을 화려하게 꾸미고 나 자신과 남을 속여 왔습니다. 저는 구제받을 수 없는 무서운 인과(因果)의 힘에 얽매여 있습니다.”

연꽃 여인은 자신의 악몽 같은 과거를 울며 고백하였다.


목갈라나 존자는 이 여인을 위로하였다.


“착한 여인아, 힘을 잃지 마라. 아무리 험한 과거라도 인간은 마침내 제도함을 받으리라.”

“존자여, 그것이 진정입니까?”

“아무리 더러운 강물이 바다에 흘러 들어가더라도, 바다는 그 물을 맑게 하듯이, 우리 스승 세존의 가르치심은 더럽혀진 어떤 인간도 그 부정에서 맑게 하고, 깨침의 길로 나아가게 하느니라.”


연꽃 여인은 목갈라나 존자를 따라 죽림정사(竹林精舍)에 계시는 부처님 앞에 나아가 발 밑에 엎드려 예배드리고 울며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죄 많은 여인을 구하여 주소서. 저는 이제 거룩하신 부처님께 귀의하나이다. 그 진리(法)와 성스러운 대중들에게 귀의하나이다. 원컨대 오늘부터 이 목숨을 마칠 때까지 세존께 귀의하옵는 불자로서 저를 받아들여 주소서. 세존이시여, 저의 출가를 허락해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친히 그의 손을 잡으시고 이를 허락하셨다


“어서 오너라, 벗이여. 여기에 법(法)은 잘 설해져 있다. 고뇌의 근원을 뿌리 뽑기 위하여 마땅히 청정한 행을 닦으라.”¹

‘연꽃 여인’, 아니 ‘연꽃 스님(蓮花色比丘尼)’은 열심히 수행하여, 어느 날 포살당의 등불을 소제하다가 드디어 마음의 눈을 뜨고, 아라한(聖者)이 되었다. 특히 그는 이적(異蹟)을 행하는 신통력(神通力)이 뛰어나서 목갈라나 존자와 쌍벽을 이루었다.


얼마 뒤 부처님의 사촌 동생 데바닷타(Devadatta)가 마가다(國)의 아자타사투르(Ajatasatru)왕자와 결탁하여, 왕자는 아버지 빔비사라(Bimbisara)왕을 죽이고, 데바닷타는 부처님께 반역하였다. 교단이 큰 위기에 부딪혔다. 그러나 아자타사투르 왕이 자기 죄를 깨닫고 부처님께 나아가 참회하였다. 이로부터 왕은 데바닷타 일행의 왕성 출입을 금지하였다.


어느 날 데바닷타가 왕성으로 들어가려 할 때 마침 탁발나왔던 연꽃 스님이 성문을 나서는 것과 마주쳤다. 데바닷타는 연꽃 스님에게 달려가 크게 욕하고 구타하였다.


“이 더러운 늙은 석가의 끄나풀아, 너희가 방해하여 내가 이 성에 못 들어가는 거야.”

“데바닷타님, 당신은 부처님의 사촌이 아닙니까? 이러지 말고, 어서 부처님께로 돌아오십시오.”


화가 치민 데바닷타는 더욱 그를 심하게 때렸다. 손으로 치다가 돌로 쳤다. 연꽃 스님은 조금도 대항하지 않고 변명하지도 않고 도망가지도 않았다. 고요히 그의 매를 맞았다. 마음속으로 오로지 부처님을 생각하고, 그 명호를 불렀다.


연꽃 스님이 머리가 터져 쓰러지자, 데바닷타는 그를 버리고 달아났다. 연꽃 스님은 피를 흘리며 기어서 승원(僧院)으로 돌아왔다. 놀라 모여든 대중을 향해 연꽃 스님은 고요히 말하였다.


“형제들이여, 태어난 것은 반드시 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뇌를 초월한 곳에는 반드시 고요한 평화의 니르바나가 있습니다. 벗들이여, 부디 힘써 정진하여 이 평화의 니르바나로 오십시오. 나는 먼저 갑니다.”


연꽃 스님은 미소를 머금으며 고요히 입적(入寂)했다.


1. ‘어서 오너라, 벗이여’ 부처님께서 제자들의 입문을 허락하실 때 항상 이렇게 말했다. 교단 초기에는 이것으로도 구족계(具足戒, 승려되는 의식)가 갖추어졌다. 그러나 후기에 오면서 엄격한 작법(作法, 절차)에 따라 구족계를 받게 되었다.


참고

범소유상(凡所有相) : 대저 온갖 모양은,

개시허망(皆是虛妄) : 모두 허망한 것이니,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 : 만약 모든 모양이 모양 아닌 줄을 본다면,

즉견여래(卽見如來) : 바로 여래를 보리라.



출전 : 무소의 뿔처럼(佛光)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