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은 자기가 지은 것인가

괴로움은 자기가 지은 것인가

근와(槿瓦) 2016. 8. 22. 00:36

괴로움은 자기가 지은 것인가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산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기사굴산에서 나와 왕사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셨다. 이 때 아지라가섭(阿支羅迦葉)이 작은 볼 일이 있어 왕사성을 나와 기사굴산으로 향하다가 멀리서 세존을 뵙게 되었다.


세존을 뵙고는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瞿曇)이시여, 여쭐 일이 있는데 혹 한가하다면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은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나는 지금 걸식하러 성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걸식하고 돌아오면 그 때 그대를 위해 설명해 주리라."


두 번째도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그는 세 번째로 다시 물었다. "구담이시여, 어찌하여 저에게 말씀해 주시는 것을 미루십니까? 구담이시여, 무엇이 다를 것이 있습니까? 제가 지금 물을 것이 있습니다. 저를 위해 해설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아지라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네 마음대로 물어라. "아지라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떻습니까? 구담이시여, 괴로움은 자기가 지은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괴로움은 자기가 지은 것이라고 하면 그것은 무기(無記)이니라." 가섭이 또 여쭈었다. "어떻습니까? 구담이시여, 괴로움은 다른 사람이 지은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괴로움은 다른 사람이 지은 것이라고 하면 그것도 또한 무기이니라." 가섭이 또 여쭈었다.


"괴로움은 자기와 다른 사람이 지은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괴로움은 자기와 남이 지은 것이라고 하면 그것도 또한 무기이니라."


가섭은 다시 여쭈었다. "어떻습니까? 괴로움은 자기도 남도 아닌 인(因)이 없이 지어진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괴로움은 자기도 남도 아닌 인이 없이 지어진 것이라고 하면 그것도 또한 무기이니라."


가섭이 다시 물었다. "왜 인이 없이 지어진 것이라고 하십니까? 구담이시여, '괴로움은 자기가 지은 것입니까?' 하고 물어도 무기라고 대답하시고, '남이 지은 것입니까? 자기와 남이 지은 것입니까? 자기도 남도 아닌 인이 없이 지어진 것입니까?' 하고 물어도 모두 무기라고 대답하시니, 그러면 저 괴로움은 없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이 괴로움은 없는 것이 아니다. 이 괴로움은 있는 것이다."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구담이시여, 이 괴로움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를 위해 설법하시어 저로 하여금 괴로움을 알고 괴로움을 보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느낌이 곧 자기가 느끼는 것이라면 '괴로움은 자기가 짓는 것이다'라고 나는 당당하게 설명하리라. 만일 남이 느끼고 남이 곧 느끼는 이라면 그것은 곧 남이 짓는 것이다. 만일 그 느낌이 자기도 느끼고 남도 느끼는 것으로서 다시 괴로움을 준다면 이러한 것은 자기와 남이 짓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자기와 남을 인하지 않고 인이 없이 괴로움이 생긴다고도 나는 또한 말하지 않는다. 이 모든 극단을 떠나 중도(中道)를 설명하나니, 여래는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고 설법하느니라. 이른바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내지)……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발생하며, 무명이 소멸하면 행이 소멸하고 ……(내지)……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아지라가섭은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이 때 아지라가섭은 법을 보고, 법을 얻고, 법을 알고, 법에 들어가 모든 의심에서 벗어나 남을 의지하지 않고 알고, 남을 의지하지 않고 제도되어, 바른 법과 율(律)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제도되었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하여 목숨을 마칠 때까지 우바새가 되겠습니다. 저를 증명하여 알아주소서." 아지라가섭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따라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이 때 아지라가섭은 세존을 하직하고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송아지를 보호하려는 암소한테 떠받쳐 죽었는데, 목숨을 마칠 때 모든 감각기관[根]이 청정하고 얼굴빛은 밝고 깨끗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 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계셨다. 많은 비구들도 또한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다가 '아지라가섭이 세존에게서 법을 듣고 하직하고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소한테 떠받쳐 죽었는데, 목숨을 마칠 때 모든 근이 청정하고 얼굴빛은 밝고 깨끗하였다'는 소문을 전해 들었다. 모든 비구들은 걸식을 마치고 다시 성을 나와 가사와 발우를 두고 발을 씻은 뒤에 세존께서 계신 곳에 나아갔다. 그리고는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많은 비구들은 오늘 이른 아침에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아지라가섭이 부처님에게서 법과 율을 듣고 하직하고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송아지를 보호하려는 소한테 떠받쳐 죽었는데, 목숨을 마칠 때 모든 감관이 청정하고 얼굴빛은 밝고 깨끗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는 어떤 세계로 가서 어느 곳에 태어났으며, 무엇을 얻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는 이미 법을 보고, 법을 알고, 법에 나아가, 법에서 다음 생을 받지 않고 이미 반열반(般涅槃)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가서 그 몸에 공양하라."


그 때 세존께서 아지라가섭을 위하여 제일의 기별(記莂)을 주셨다.



출처 : 잡아함경-465쪽~(302번 아지라경)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