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因果)

은혜를 중히 여기라

근와(槿瓦) 2018. 1. 10. 00:47

은혜를 중히 여기라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부처님의 제자 중 교범바제(憍梵波提)라는 스님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계율을 잘 지켰을 뿐만 아니라 계율에 대해 명확히 해석하는 능력이 있어 해율제일(解律第一)이라는 칭호를 얻은 분입니다.

 

어느 해 가을, 오곡이 무르익은 벌판을 거닐던 교범바제 존자는 오동통하게 무르익은 조가 너무도 좋아 손으로 살며시 쓰다듬었습니다. 그러자 좁쌀 세 알이 손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순간 스님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먹자니 남의 곡식이라 훔치는 것이 되고, 버리자니 아까운 곡식을 함부로 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버리는 것보다는 먹는 것이 옳을 것 같아 할 수 없이 먹었습니다.

 

남의 곡식을 그냥 먹었으니 빚을 갚아야지.’

스님은 신통력으로 소로 변하여 그 밭에 서 있었고, 밭임자는 3일동안 지켜보아도 소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자기의 소로 삼았습니다. 그날부터 소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주인이 크게 애쓰지 않아도 소가 스스로 해야할 일을 알아서 했기 때문에 그 집은 차츰 부자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3년을 채운 날, 소가 사람의 음성으로 주인을 불러 당부하는 것이었습니다.“내일 저녁이면 이 집에 손님 오백 명이 찾아올 것입니다. 지금부터 음식을 장만하여 그들을 잘 대접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주인은 소가 말하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여 음식을 장만하기 시작하였고, 과연 이튿날 저녁이 되자 오백 명의 손님이 밀어닥쳤습니다. 예사 손님이 아니라 칼과 창, 활을 메고 찾아온 도둑들이었습니다. 오백 명의 도둑들은 시장했던 차인지라 차려놓은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먹고 나서 생각하니 이상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여지껏 도둑질을 하고 다녔어도 먹을 음식을 미리 준비하였다가 대접하는 일은 처음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인을 불렀습니다.

어떻게 우리들이 올 줄을 미리 알았는가?”

저는 몰랐는데, 우리집 소가 손님이 오니 준비를 해 놓으라고 했습니다.”

소가 일러주었다고?”

도둑들은 외양간으로 몰려갔습니다. 순간, 교범바제 존자는 소의 껍질을 벗고 나오면서 도둑들을 향해 일장 설법을 했습니다.

나는 부처님의 제자 교범바제이다. 3년 전 들판에 곡식이 누렇게 익은 것을 구경하다가, 이 집 밭의 탐스럽게 익은 조를 손으로 만졌는데 좁쌀 세 알이 손바닥에 떨어졌다. 그것을 버릴 수 없어 먹고는, 소가 되어 3년 동안 이 집 농사를 지어주었다. 그런데 그대들은 어떠한가? 창과 칼로 위협하여 남의 재물을 마음대로 강탈하였으니, 몇백번 소가 된다 한들 그 빚을 다 갚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말에 감동한 도둑들은 창과 칼을 버리고 모두 발심하여 스님의 제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음식을 먹으러 갈 때는 독약을 먹으러 가는 듯이 하고

시주의 물건을 받을 때는 화살을 받는 듯이 하라

進食如進毒

受施如受箭

 

교범바제 존자의 일화나 옛 스님네의 이 게송이 어찌 그냥 생겨난 것이겠습니까?

수행인은 한 덩어리의 숫돌과 같이 살아서는 안됩니다. 그 숫돌에는 김서방이 와서 칼을 갈아가고 박서방이 와서 낫을 갈아갑니다. 갈아간 칼과 낫은 날카롭게 번쩍이지만, 숫돌은 닳고 닳아 마침내 숫돌이 아니게 됩니다. 그런데도 누가 와서 칼을 갈아가지 않나하고 기다린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부드럽고 좋은 옷,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는 수행인은 숫돌의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됩니다. 많이 얻어 쓰면 얻어 쓰는 만큼 의 도에는 손해가 됩니다. 가져다 주는 사람은 복을 짓게 되지만, ‘는 그만큼 빚을 지는 것입니다. 될 수 있으면 빚을지지 말아야지, 무엇하러 자꾸 빚을 집니까? 닦은 도로써 빚 갚기에 바쁘다면 의 도는 언제 이루어집니까?

 

그러므로 떨어진 옷과 나물로 시주의 은혜를 가볍게 하여 음덕을 쌓아라. 금생에 마음을 밝히지 못하면 한 방울 물도 능히 소화시키기 어려우니라.”고 하신 것입니다. 만일 모든 수행자가 이와 같은 정신으로 도를 닦는다면, 해탈의 길이 어찌 멀기만 하겠습니까? 참된 수행자라면 잘 먹고 잘 입겠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합니다. 잘 입고 잘 먹어도 살 만큼 살다가 죽는 것이고, 못 입고 못 먹어도 살 만큼 살다가 죽습니다. 못 먹는다고 일찍 죽고 잘 먹는다고 오래 사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먼저 분수를 알아서 만족할 줄 알며 살아야 합니다.

 

편안히 분수대로 만족할 줄 알라

욕심이 적으면 쾌락해지고

만족할 줄 알면 그것이 부귀이니

청빈 속에서 편히 머물지니라

安分知足

小欲快樂

知足富貴

安住淸貧

 

청빈과 지족. 이것이야말로 수행인의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되어야 합니다. 야운비구가 자경십문의 첫머리에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을 멀리 하라.”는 내용을 둔 것도 청빈과 지족이 수행생활의 기본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우기 위한 것입니다.수행자의 근본정신을 일깨우는 야운비구의 노래. 이제 이 노래를 음미하면서 자경십문의 두 번째 문으로 나아가도록 합시다.

 

나무뿌리 산과일로 주린 창자 위로하고

송락과 풀옷으로 이 몸을 가릴지며

들학과 푸른 구름 친구로 삼아

높은 산 깊은 골에서 남은 삶을 살리라

菜根木果慰飢腸

松落草衣遮色身

野鶴靑雲爲伴侶

高岺幽谷度殘年

 

참고

범소유상(凡所有相) : 대저 온갖 모양은,

개시허망(皆是虛妄) : 모두 허망한 것이니,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 : 만약 모든 모양이 모양 아닌 줄을 본다면,

즉견여래(卽見如來) : 바로 여래를 보리라.

 


출전 : 자기를 돌아보는 마음(일타큰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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