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관세음보살전기-8

근와(槿瓦) 2016. 9. 29. 01:42

관세음보살전기-8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8. 묘장왕, 루나후울을 벌하다


긴 여로에 지친 대원들을 이끌고 국경에 이르렀을 무렵 가샤아바는 한 국경수비대원으로부터 그 자애로움으로 만백성의 흠모를 받던 왕비 백아(伯牙), 보덕비(寶德妃)가 서거했다는 의외의 놀라운 소식을 듣게되었다.

가샤아바는 즉시 국경수비대장을 불러 왕비서거에 대한 상세한 전말을 보고토록 하였다.


이야기를 다 듣고난 가샤아바는 한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두달전 19일의 한밤이라면 자신과 대원들이 설련봉의 동굴에서 백련을 처음 발견한 때인데 바로 그 순간에 왕비가 서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신비스런 느낌과 더불어 동굴에서 본 백련의 모습이 다시 떠오르자 이는 필시 왕비서거와 무슨 연유가 있음에 틀림없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 가샤아바는 수비대장이 내어주는 수레에 대원들을 분승시켜 시각을 다투어 궁성을 향하여 나아갔다.


궁성에 도착하자마자 대원들은 병영으로 보내어 해산케 한 다음 자신은 잠시의 여유도 없이 궁전으로 입궐하여 복명하였다.


묘장왕은 왕비서거의 충격이 아직도 채 가시지 않은 듯 깊은 우수(憂愁)에 잠긴 얼굴이 초췌해 있었으나 가신(家臣)이자, 아나라와 더불어 가장 믿음을 두고있는 충성스런 무관인 가샤아바를 대하자 잠시 우울했던 마음을 잊고 매우 반가워했다.


가샤아바는 먼저 깊이 머리를 조아려 왕비마마의 서거를 충심으로 애도하여마지 않았다. 왕은 매우 궁금한 듯 우선 여행의 전말을 고할 것을 하명했다. 가샤아바는 일단 눈물을 거두고 도고봉에 도착하여 설중(雪中)의 백련(白蓮)을 발견한 이후부터의 전말을 시종 자상하게 복명하였다.


가샤아바의 이야기를 깊이 주의를 기울여 듣고있던 묘장왕은 백련이 사라져 버리더라는 말을 듣고는 안색이 바뀌어 매우 당황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끝까지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묘장왕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장기간에 걸쳤던 가샤아바의 노고를 위로하였다.


설련봉(雪蓮峰)의 이적(異蹟)이 사실임을 알고났으면 응당 기쁨을 표시했어야 했겠지만 묘장왕의 마음은 오히려 납덩이같이 무거운 고민에 쌓이기 시작했으니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루나후울과 관련된 일때문이었다.

여기서 이야기를 잠시 앞으로 옮겨보자. 가샤아바일행이 출발한 후 루나후울은 계속해서 별채에 연금되어 있었는데 수일후 왕비가 돌연 이름모를 병을 얻어 자리에 눕게 되었다. 처음에는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어 단지 정신적인 과로라 생각하였으나 날이 갈수록 혼미한 증세가 심해져 종일 의식불명의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때때로 깨어나는 경우가 있어도 사람들과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으며 잠시후에는 다시 잠들어 혼미상태가 계속되므로 묘장왕은 기이하게 여기고 궁의(宮醫)로 하여금 진맥토록 하였다. 진맥한 궁의는 놀랍게도 왕비의 몸에 육맥(肉脈)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다른 여러 의원들로 하여금 진맥케해도 모두 한결같이 병의 증상을 확실히 판단치 못하였으므로 약을 조제할 길조차 없었다.


묘장왕은 지극히 당황하여 여러 대신들을 소집하여 이 문제를 상의하게 되었다. 모두가 얼굴에 수심이 가득찬 채 묵묵부답인데 아나라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마마! 소신이 듣자옵건대 루나후울은 원래 의술을 공부하여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신이 생각하기로 상당한 지식을 갖추어 지닌 것으로 사료되오니 일단 그에게 한번 하문하여 보심이 좋을 듯하옵니다. 지금은 연금상태에 있으나 그를 환문하시어 진맥토록 하여 보심이 좋을 듯하옵니다. 혹시라도 왕비마마의 괴병에 어떤 처방을 가지고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 아니옵니까?”
그것 참, 그럴지도 모를 일이로구먼. 곧 이곳으로 불러주게.” 하며 즉시 데려올 것을 명하였다.


묘장왕은 루나후울이 입궐하자 궁의로 하여금 왕비의 기이한 증세에 대하여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했다.

루나후울은 눈을 감은 채 조용히 궁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궁의가 말을 마치자 묘장왕은 즉시 루나후울을 향해 물었다.

그대는 왕비의 이상한 증세를 치료할 수 있겠는가?”

맥을 짚어봐야 알 수 있나이다.”

루나후울은 짧게 대답했다.


묘장왕은 즉시 시녀에게 명하여 루나후울을 내전으로 안내케 하여 왕비를 진맥토록 했다. 잠시후 루나후울은 되돌아왔다.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왕과 신하들은 모두 루나후울에게 시선을 집중한 채 그의 입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만좌의 시선을 의식한 루나후울은 조용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왕비마마는 이미 명()을 다 하시었습니다. 육맥(肉脈)이 전혀 없사온즉 이는 바로 혼백(魂魄)이 없는 징조입니다. 처음 진맥하였을 때 이미 대맥(大脈)이 끊기어 있었으며 다시 세밀히 진맥하여 보니 한가닥 희미한 맥만이 뛰고 있었습니다. 바로 운명하시지는 않겠사오나 이미 신혼(神魂)이 몸에서 떠난 이상 아마도 앞으로 칠일을 넘기기가 어렵겠사옵니다.”


안색이 창백해진 묘장왕이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중얼거렸다.

그것은 또 무슨 연유에서 그러한가?”


루나후울은 여전히 냉정하고 침착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앞으로 칠일간의 고통을 겪게되심은 아직 전생의 업()을 다 소멸하지 못한 까닭이옵니다. 앞으로 칠일동안 병석에서 그 업보를 다한 후에야 숨을 거두시게 될 것이옵니다.”


루나후울의 이러한 말을 듣자 묘장왕은 창자가 끊기듯 마음이 아파 왔으며 왕비에 대한 애처로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왕비의 이같은 병은 도대체 무슨 원인에 의한 것이오? 어떠한 희생이라도 치를 터인즉 부디 그대는 왕비의 병을 고쳐주기 바라오.”

이제 묘장왕은 애원에 가까운 처량한 목소리로 청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루나후울은 길게 탄식하면서

왕비마마의 기병을 기어이 치료하자면 부처님의 가약(家藥)인 노내단약(爐內丹藥)을 구하는 길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나이다. 대왕마마! 황공하오나 이는 기약할 수 없는 일, 부디 마음을 굳게 하옵소서.”


그러나 묘장왕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왕비를 생각하노라니 애처로와 견딜 수 없었다.

연이나 왕비는 무슨 연유로 그러한 병을 얻어 고통속에 있단 말이오. 그 까닭이나 상세히 말해주오.”


루나후울은 비로소 고개를 들어 왕을 한동안 응시하더니,

왕비마마의 이 기병의 원인은 짧은 기간에 생긴 것이 아니옵니다. 기실 모든 사람이 이 세상에 전생하면서 지각이 열림에 따라 희, , , , , , (, , , , , , )의 칠정(七情)을 안으로 하고 색, , , , , (, , , , , )의 육적(六賊)을 겉으로 갖게 되옵니다. 그리하여 응결된 인간의 정, , (, , )을 흐리게 하여 우란(擾亂)케 하고 분산시키고 있사옵니다. 그러하므로 인생은 짧은 일장춘몽과도 같다고 할 수 있사옵니다. 아무리 장수한다 해도 백년에 불과하여 정, , (, , )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는 건질 길이 없사옵니다. 왕비께오서는 더 부족한 것이 없는 고귀한 신분으로 계시었습니다마는 기실 칠정육욕에 빠지는 기회가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크고 깊어서 정, , 신의 파괴도 그만큼 빨랐던 것이옵니다. 평상시 알게 모르게 함부로 살생을 하여 마음의 충족을 구하였기에 그것이 악업으로 화해 그와 같은 병의 원인이 된 것이옵니다. 그저 그 업()이 다하면 숨을 거두시겠지요. 굳이 그 병에 이름을 붙인다면 칠정육욕증(七情六慾症)이라 할 수 있겠나이다. 절대로 치유의 방법은 없사옵니다.”


묘장왕은 듣기를 다하자마자 노발대발하여 루나후울을 힐책했다.

고이한 놈! 말을 삼가 하라. 네 이놈, 왕비의 기병(奇病)을 고치지 못한다면 그것으로 그만이지 잘도 가감허언을 만들어 제놈의 허물을 감추고 국모를 모욕하는구나! 용서의 여지가 없음을 네놈이 더 잘 알렸다.”


분노가 극에 달한 묘장왕은 좌우에 시립한 호위군관에게 엄명을 내렸다.

이 미친 놈을 당장 형장(刑場)으로 끌어내어 단칼에 처형하도록 하여라. 이놈의 목이 달아나는 꼴을 내 보리라.”


엄명이 떨어지니 좌우의 호위군관들이 달려들어 즉시 루나후울을 포박하여 형장으로 연행하였다. 이미 왕명을 전해들은 집행관이 형을 집행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루나후울은 즉시 맨흙바닥 위에 꿇어 앉히었고 왕이 도착하면 즉시 목이 잘려져 나갈 절대절명의 순간에 놓이게 되었다. 마침내 묘장왕이 문무백관을 대동하고 단상에 그 모습을 나타내자 집행관은 처형을 실시하라는 신호로 북을 세 번 울리었다.


그때 급히 뒤따라 온 노재상 아나라가 돌연 왕의 앞에 부복하더니 충심으로 간하는 것이었다.

대왕마마! 잠시 노여움을 거두시고 소신의 말을 들어주소서. 루나후울의 무례함을 벌하심은 지극히 지당한 처사이오나 지금 왕비마마의 위독함은 생사를 방황하고 있사옵니다. 이러한 지경에 살인을 명하심은 고통속에 헤매고 계신 왕비마마를 생각하시더라도 거두어주심이 좋을 듯하옵니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잠시 처형을 뒤로 미루시고 우선 왕비마마의 병환을 고칠 양책(良策)을 강구하심이 지당할 줄 아옵니다.”


묘장왕은 극도에 이르렀던 분노가 형장으로 오는 동안 약간 누그러져 있어서 사형을 하도록 명한 것을 조금은 후회하고 있었는데 마침 또 노재상 아나라의 조리정연한 간언에 다시 명령을 번복했다.

노신(老臣)의 간곡한 탄원이 있어 그의 면목을 보아 일단 죽음만은 면케 하리라. 연이나 사형은 사하되 지은 죄를 사하는 것은 아니다. 저 자를 이백대의 방봉으로 형을 치르게 하고 연옥에 금고하여 죄를 대신케하라.”


새로이 명을 받은 형리가 루나후울을 형틀에 묶어매고 계속해서 이백장봉을 치니 선혈이 낭자한 가운데 살이 튀어나가고 온몸이 남빛으로 변해 오르건만 루나후울은 어찌된 일인지 신음소리 한마디가 없었다. 태봉 이백을 가한 후 사형수의 연옥으로 압송하자 옥졸들이 달려들어 양손에는 수갑을, 양다리에는 쇠고리를, 그리고 목에는 큰칼을 씌워 옥에 쳐넣은 다음 한줄기 빛도 새어들지 못하도록 밀폐된 문짝에 못질을 해버렸다.

루나후울이 감금된지 엿새째 되는 날 밤, 한 옥졸이 그가 갇힌 연옥을 살펴 보고는, 수갑과 쇠고리, 그리고 목에 씌었던 큰칼이 사방에 흐트러져 있을 뿐 루나후울이 감쪽같이 사라졌음을 발견하고는 대경실색하여 옥관에게 급히 사실을 알렸다.


옥관은 당황하여 황급히 옥졸들을 불러 물어 보았지만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잠시 전까지도 단단히 묶여 있었습니다. 그 자는 중범이므로 두발(頭髮)까지 꼬아 천정에 매달아 두었습니다. 문이나 작은 창문까지도 봉해져 있었는데 어찌 도주할 수 있었겠습니까?”


옥관은 즉시 횃불을 밝히게 하여 구석구석 찾아보았지만 그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옥관은 사태의 중대함을 깨닫고 급히 법형대신에게 보고를 했다. 법형대신도 사태의 중대함에 간담이 서늘해져 서둘러 심야입궐했다.


때마침 왕비의 일로 밤늦도록 몇몇 대신들과 상의하고 있던 묘장왕은 이 보고에 접하자 우울하고 초조하던 심정이 즉시 노여움으로 폭발하여 노재상 아나라에게 엄명을 내렸다.

즉시 법형대신을 해직하고 옥관을 참수하여 후에 징계를 삼도록 하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빨리 군사들을 뒤쫓게 하여 루나후울을 반드시 찾아내어야 한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 한 궁녀가 황급히 등전, 부복하더니,

아뢰옵니다. 왕비마마께서 지금 막 운명하시었옵니다.” 라고 왕비서거의 소식을 전하였다.


묘장왕은 일순 눈앞이 깜깜해짐을 느꼈으나 즉시 일어나 루나후울의 일도 잊은 채 급히 내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 자리에 참석하여 있던 대신들도 황급히 뒤를 따랐다.


왕비는 여러 의원들이 그들의 의술을 다해 시술하였지만 하루하루 중태에 이르더니 구월 열아흐렛날의 차가운 달빛이 온 세상에 휘뿌려지고 있을 때 기어이 숨을 거둔 것이다.


묘장왕과 대신들은 모두 왕비의 운명을 애통해 마지 않았다. 왕비의 죽음은 묘장왕에게 커다란 충격과 함께 슬픔과 고독을 한꺼번에 몰고온 사건이었다. 그만큼 왕비의 내조의 공은 묘장왕의 선정에 큰 몫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왕비서거의 소식을 전해들은 백성들의 슬픔 또한 큰 것이어서 마치 자신들의 어머니를 잃은 듯 슬퍼했다. 집집마다 곡성이 터져나왔으며 우아하고 자비심이 깊던 왕비의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더욱 슬퍼했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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