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의 기원

이 세상의 기원(起源)

근와(槿瓦) 2014. 6. 13. 00:48

이 세상의 기원(起源)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그 무렵 사위성의 동원(東園) 녹자모 강당에서 와세타, 바라드와자의 두 사람이 불제자가 되고자 넉 달 동안 예비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세존께서는 저녁 무렵 선정에서 일어나시어 강당으로 내려와 뒤뜰을 걷고 계시려니까, 와세타는 재빨리 이것을 발견하고 바라드와자를 재촉하였다.

“벗이여, 빨리 세존에게로 가자. 몸소 하시는 법화(法話)를 들을 수가 있을테니.”

두 사람은 세존에게 나아가 예배를 올린 뒤, 세존의 뒤를 따라 슬슬 걸어 갔다.

세존은 돌아보시고 말씀하셨다.

“와세타여, 그대들은 바라문의 집안에서 나와 출가한 사람들이다. 바라문들이 그대들을 비난하는 일은 없느냐?

“세존이시여, 그들은 온갖 말로 저희들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비난이냐?”

“세존이시여, 그들은 말합니다. 바라문은 훌륭한 계층, 기타는 열등한 자들이다. 바라문은 신의 입에서 태어난 신의 상속자이다. 너희들은 이 훌륭한 계층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신의 발에서 태어난 열등한 계층인 대머리 출가자에게로 갔다. 이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그들은 이와 같이 비난하고 있습니다.”

“와세타여, 바라문들은 옛날 일을 알지 못하므로 그와 같이 말하는 것이다. 바라문 계층의 여자도 다른 계층의 여자마냥 경도가 있고 임신을 하여 젖을 먹이고 있지 않는가. 그들 역시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난 것으로, 신의 입에서 태어난 자식, 상속자, 뛰어난 자라고 하는 것은 부질없이 남을 깔보는 말로써 그 말은 거짓말이고 부덕(不德)을 낳는 것이다.

와세타여, 찰제리, 바라문, 비사(毘舍), 수타라(須陀羅)의 네 계급 가운데 찰제리가 살생을 하고 도둑질을 하고 음탕한 짓을 하고 거짓말, 욕설, 이간질, 꾸며댄 말을 하고 탐욕과 진에와 사견을 품는 일이 죄이며 죄의 보를 받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똑같이 바라문에게 있어서도 죄이고 보를 받는 것이다.

또 찰제리가 그 같은 죄를 짓지 않는 일이 착한 일이고 착한 결과의 나타남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똑같이 바라문에 있어서도 비사에 있어서도 수다라에 있어서도 똑같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바라문은 바라문 계층의 뛰어남을 자랑한다 하더라도, 그것에는 조금도 근거가 없고 식자도 인정 않는다. 어느 계층의 자일지라도 출가하여 도를 닦고 번뇌를 멸하고 청정한 행을 이루고서 깨달음을 얻으면, 사람들은 그를 제일의 사람이라고 부른다. 법은 이 현세에서도 내세에서도 출생보다 수승한 것이다.

와세타여, 교사라의 바사닉왕은 내가 그 영내의 석가족에서 출가한 자라고 알고 있다. 석가족은 진실로, 바사닉왕에게 복종하고 신종(臣從)의 예를 올리고 있는 터이다. 그러나 그 바사닉왕은 부처를 좇고 부처를 섬겨 공경의 예를 베풀고, 교답마는 태어남이 바르되 나는 출생이 나쁘고 교답마는 힘이 있되 단정하고 나는 힘이 없어 추하다고 말한다. 그는 법을 존중하고 법을 섬기고 있다. 법은 진실로 현세에 있어서도 내세에 있어서도 생보다 뛰어난 것이다.

와세타여, 그대들 제자는 여러 가지 계층에서 출가하고 있는 자들이지만 ‘그대는 누구인가’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출가한 석자(釋子)의 무리이다’라고 대답하라. 부처를 믿고 따르며 마음이 확고하여 흔들림이 없는 자는 유행자이든 바라문이든 신들이든 악마이든 여하한 자의 사이에 있어서도 ‘나는 세존의 자식이다. 세존의 입에서 태어나고 법으로써 키워지는 법의 상속자이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 자이다. 왜냐하면 부처의 이름은 법의 몸이고 신의 몸이며 법 가운데 존재하고 신의 도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와세타여, 기나긴 시간 동안 이 세계는 생성하고 멸한다고들 한다. 이 세계가 멸할 때 많은 중생은 광음천(光音天)에 태어나며 의(意)로 이루어지는 몸을 가지며 기쁨을 양식으로 하여 저절로 빛나는 것이다. 이 세계가 생성시에 그 많은 중생은 광음천에서 이 세계로 내려 온다. 역시 뜻으로 이루어진 몸을 가졌고 기쁨을 양식으로 하여 스스로 빛나면서 하늘을 날으고 있다. 그때에는 이 세계가 다만 물이고 어둠이다. 달도 해도 별도 빛나지 않고, 밤도 없고 낮도 없고, 해도 달도 없고, 여자와 남자의 구별도 없다. 그렇건만 시간이 지나면 그 물 표면에 감로지(甘露地)가 떠오른다. 펄펄 끓는 우유의 표피(表皮)마냥 향기가 높고 응유(凝乳)나 버터 빛깔로 달콤한 벌꿀의 맛을 가지는 것이다.

그 세간의 중생들 가운데 탐욕이 강한 사람이 손가락에 찍어 이 감로지를 맛보아 집착을 일으키고, 다른 중생들도 모두 이에 따라 지미[(地味) 불교에서 천수(泉水)]를 맛보고 마침내는 손으로써 움켜 환약(丸藥)을 만들어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로부터 중생들의 몸뚱이에 광명이 사라지고 달과 해와 별이 나타나며 밤과 낮으로 나누어져 낮과 달과 해(年)가 정해졌다. 이리하여 이 세계가 생겼던 것이다. 그 중생들은 이리하여 오랫동안 살아 왔던 것인데 지미(地味)를 먹음에 따라 몸이 무거워지고 용모에도 변화가 나타났으며 아름다움과 추악함의 구별이 생겼다. 아름다운 자는 추악한 자에게 교만하여 이 세계에 교만이 나타나자 감로지가 없어졌다. 중생들은 모여 오오 감로여 감로여 하며 슬피 울었다.

와세타여, 감로지가 없어지고 마치 뱀 껍질과 같은 지피(地皮)가 나타났는데, 지피가 없어져 갈대가 나타나고 갈대가 사라져 멥쌀이 생기고 차츰 욕심이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게끔 되었다. 멥쌀은 저녁에 열매를 수확하면 아침에 다시 여물고 아침에 수확하면 저녁에 여무는 것이었으나, 이것을 먹고서 점점 인간의 몸이 무거워지고 미추(美醜)는 두드러져 남녀의 구별이 나타나고 성욕이 생겼다. 처음에 남자와 여자가 접촉하면 부정한 것으로 혐오하였지만, 앞서의 불법은 지금의 여법(如法)이 되고 부부의 관계가 나타나고 집이라는 것이 생겼다.

사람들 중 나태한 자는 아침저녁으로 멥쌀을 수확하는 일을 수고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저녁 양식을 아침에 한꺼번에 수확했고 이틀분 사흘분의 양식을 한꺼번에 수확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밭은 거칠어져 약간의 멥쌀을 얻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것을 한탄하여 경계를 정하고 쌀을 분배하여 소유를 정하게 되었다. 더구나 나태하고 욕심 많은 사람들은, 이번에는 남의 소유를 침범하여 수확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도둑이 나타나고 비난이 나타나고 거짓말이 나타나고 몽둥이를 들고서 때리는 일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이것을 한탄하여 한 사람의 능력 있는 바른 사람을 뽑아 도둑과 거짓말에 대처했고, 바르게 형벌할 권리를 부여했다. 뽑힌 한 사람은 벌주어야 할 것을 벌주고 꾸짖을 사람을 꾸짖고 추방할 자를 추방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쌀의 몫을 바쳤다. 사람들에게 뽑히고 기쁨을 주었으므로 대희(大喜)하여 밭을 보호했으므로 찰제리(刹帝利), 법에 의해 다스렸으므로 왕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이것이 찰제리 성의 시작이다.

와세타여, 사람들 가운데 어떤 자는 점차 악법이 나타남을 한탄하여 악법을 제거하고자 생각했다. 그들은 숲속에다가 나뭇잎으로 작은 집을 짓고 불을 물리치고 식량을 저축치 않고 조용히 명상에 잠겼다. 또 어떤 자는 숲의 나뭇잎 오두막집에 들지 않고 고을이나 마을 근처에 살며 글을 지었다. 악법을 제거하는 자 곧 바라문은 명상자, 낭음자(朗吟者)라는 이름이 생겼다. 이것이 바라문의 기원이다. 또 어떤 자는 남녀가 결합하여 가정을 이루고 갖가지의 장사를 했다. 이것이 비사(毘舍)의 기원이다. 또 어떤 자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잔혹하고 비천한 일을 계속했다. 이것이 수다라(須陀羅)의 기원이다. 네 계급은 이렇듯 자연히 생겨난 것이다. 와세타여, 이 찰제리에서도 바라문에서도 비사에서도 수다라에서도 자기들의 관습을 싫어하고 출가하는 자가 있다. 이는 세간을 버린 출가자라고 일컫는 사람들로서 이 네 계급에서 출가자가 나타난 것이다.

 

와세타여, 찰제리일지라도 바라문일지라도 비사일지라도 수다라일지라도 몸과 입과 뜻으로 악한 짓을 하고 사견을 품으면 죽어 지옥에 떨어지는 일은 마찬가지이다. 어느 계급의 자일지라도 몸과 입과 뜻으로 착한 일을 하고 바른 생각을 품으면 죽어 천계에 태어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찰제리나 바라문이나 비사나 수다라나 몸과 입과 뜻으로 악을 억누르고 깨달음에 이르는 법을 닦아가면 반드시 깨달음에 든다. 그러므로 와세타여, 네 계급에서 출가하여 불제자가 되고 번뇌를 멸하고 청정한 행(行)을 다하여 죄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깨달음을 얻어 성자가 되면 중생들 가운데 제일이라고 일컬어진다.

이것은 여법(如法)한 것으로 불법이 아니다. 왜냐하면 법은 현세에 있어서나 내세에 있어서나 생보다는 뛰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와세타와 바라드와자는 세존의 가르침을 기뻐하였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