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대강좌(106)-흐르는 물 같은 인생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인생의 근본이 되고 있는 <나>란 과연 무엇인가. 죄를 짓고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져서 한 없는 고생을 하기도 하고 복을 지어서 천상(天上)에도 나고 사람 세상에 나와서도 국왕 대신이나 큰 부자로 복을 많이 받기도 하지만 그 근본 주체는 다 마음이란 <내>가 하는 일입니다. 그러면 <나>는 무엇인가. 그 핵심을 집어 내보라는 것입니다. 우주 전체가 내가 아닐 게고 오장육부인가, 귀구멍인가, 머리인가, 다리인가, 팔인가, 그 핵심이 있을 것이니 이것이 먼저 확인되어야 합니다. 옛날에는 심장이 뭘 생각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대뇌가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대뇌의 어느 세포인가. 대뇌만 하더라도 세포가 여러 수백만개인데 그 가운데 어떤 세포가 나라 할 수 있을까. 그것 다 종합한 것이 나다하면 너무 막연한 말입니다. 그것은 여러 가지 물건을 모아 놓은 세포의 집단이지 어째 그게 나일 수 있는가. 나라는 소리는 그 핵심을 말합니다. 여기 三五억 인구가 있지만 그건 다 내가 아니고 마누라도 부모 형제도 내가 아닙니다. 내가 무엇인지 모르고 오늘은 이 사람 따라가고 내일은 저 사람 따라가고 엎어졌다 자빠졌다 사는 겁니다.
한평생 살아 봐도 누구를 위해 살았는지, 나를 위해 살았는지, 남을 위해 살았는지 까닭도 모르고 한평생 살아가는 겁니다. 그러니 모두 바보가 되어 한강에 가자 하면 한강에 가고 창경원에 가자 하면 창경원에 가고 이리 가라 하면 이리 가고 저리 가라 하면 저리 가고 모두가 이런 식입니다. 장사하는 사람도 다 그런 식이고 정치하는 사람은 더합니다. 흘러가는 물과 한가지입니다. 물이 흐르는 것은 정처없이 그저 흐르다가 바위에 부딪치면 툭 치고 흙탕물이 되기도 했다가 또 거기서 뺑뺑 돌다 막 뒤집힙니다. 한강 물이 어떻게 흐르느냐 하면 여러 억만년 흐르긴 흘러도 어떤 모양으로 흐르는 일정한 형태가 없습니다. 저쪽 모래에 부딪쳐 모래를 뒤집고 흐르고 그러니 한강물이 일정한 모양이 없습니다. 강원도에서 서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데 참 풍파가 많습니다. 강원도 오대산 산꼭대기 위로 올라갔다 아래로 내려갔다 고기가 마셔 버리기도 하고 사람이 받아 먹기도 하고 나무 뿌리에 들어갔다 돌 뿌리에 들어갔다 또 수증기가 되어 올라가는 놈 그 신세가 어찌될른지 모릅니다.
우리 인간도 한평생 사는 신세가 어찌 될른지, 오늘은 오늘 생각하고 내일은 내일 생각하고 그러니 서양 철인들이「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하는데, 이 말은 알려고 하면 머리가 아프니까 그렇게 단정해 버린 말에 불과합니다. 곧 나는 없다는 소리와 한가지입니다. 허무한 인생이고 물거품 같다, 아무 것도 아니다. 그래도 나는 시집을 잘 갔느니 장가를 잘 갔느니 돈이 많으니 합니다. 그렇지만 그게 어째서 제 돈입니까. 돈한테 이끌리는 겁니다. 돈 일원 모아 놓으면 일원에 구속되고 저걸 누가 집어 갈까 꾸어 달라면 어쩌나. 백만원 모아 놓으면 백만장만큼 생각이 많고 백억원 모아 놓으면 백억장이 낱낱이 사람을 눌러 밤에 잠이 안 오고 꿈에서까지 걱정입니다.
그러니까 돈 많은 사람은 자유롭지가 못합니다. 원수가 많아지고 친한 친구 다 떨어지고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고독해집니다. 권리가 높아도 높을수록 원수가 많고 고독해집니다. 그러니 돈도 모을 게 못되고 권리도 높을 게 아닙니다. 개 돼지 소리 들으면서 모았다가 나중에 죽을 때는「지금 죽을 줄 알았으면 마음이나 좋게 쓰고 죽을 걸.」그렇게 후회해도 소용 없습니다. 그러니까 일생을 산다는 것이 무엇 때문에 사는 건지 그 까닭을 모릅니다. 꼭 흘러가는 물처럼 아무 까닭없이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며 삽니다.
출전 : 금강경대강좌(청담큰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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