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집(四集 : 서장,도서,선요,절요)

서장(書狀)

근와(槿瓦) 2016. 4. 2. 16:09

서장(書狀)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옛 어른들이 이르시기를선방에 가려거든서장(書狀)이나 보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화두 학자가 걸리기 쉬운 병통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점검해 놓은 책으로, 화두 공부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은서장자체를 잘못 해석하고 있어서 읽으나마나 한 책이 되었습니다.

 

화두만 바로 할 일이지, 왜 깨달았다는 생각을 붙여서 시커먼 귀신굴에 처박히느냐?”

 

너의 답은 체()에 치우친 것이다. 너의 답은 용()에 치우친 것이다. 깨달음이 아니니 다시 공부해라.”

 

이렇게 화두 학자들이 병통에 걸린 것을 대혜스님이 편지로 거래하며 바로 잡아준 내용을 책으로 묶은 것이서장입니다.

 

화두만 부지런히 하면 자연히 그 뜻이 불거지므로 깨치기를 기다리지 말고 순수하게, 또렷또렷하게 화두만 지어가면 됩니다. 화두를 할 때는 깨닫겠다는 생각이 앞서면 안 됩니다. 그 생각도 망상이기 때문에 오히려 방해만 됩니다.

 

경계가 나더라도 깨달았다는 생각을 내지 말고 행주좌와 어묵동정에 항상 의단이 놓쳐지지 않는 것을 안으로 비춰보면 됩니다. 그런 살림이 없으면서 견성을 했다고 하는 것은 도깨비굴에 들어 앉은 것입니다. 그것은 선이 아니라 사기(詐欺)라고 해도 괜찮습니다.

 

그것을 대혜스님은서장에서 묵조사선(黙照死禪)이라 하여 경책하신 것입니다. 대혜스님은서장에서 묵조사선을 치신 것이지 조동종 묵조선을 치신 것이 아닙니다. 참으로 묵조선은 간화선이나 같아서 은산철벽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화두가 참으로 타파가 되면 그것이 진묵조(眞黙照)입니다. 그 뜻을 바르게 간파하는 것이 화두입니다.

 

서장에 나타난 원래의 내용은 이와 같은데, 요즘은서장을 뒤집어 해석해서 묵조선 다르고 간화선 다르다고 사견(私見)을 붙입니다.

 

묵조사선은 이미 거꾸러진 선이기 때문에 서로 다르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또 일구선은 상대되는 것이 없습니다. 상대가 끊어졌는데 어떻게 반대가 되겠습니까? 간화선의 반대되는 선이 있다면 그것은 상대성에 떨어지는 것입니다.

 

 

출전 : 正日禪師法語集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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