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땅도 몸도 허망한 것
무량백천만억겁(無量百千萬億劫)이니 무량아승지겁(無量阿僧祗劫)이니 하는데 소겁(小劫) · 중겁(中劫) · 대겁(大劫)이 있습니다. 소겁을 먼저 말하면 이 세상이 처음 생겼을 때 천당 사람이 내려와서 사는데 그 때 수명(壽命)이 팔만 사천 세였고 몸도 날아다니고 그랬지만 차차 의식주를 생각하게 하는데 따라 아무데나 자도 좋던 태평 세월이 몸도 날지 못하게 되고 의식주 세 가지가 점차 발달하므로 모든 것이 다 역시 점차 우리의 지식이 열림에 따라서 그렇게 됩니다. 마치 어린애들이 젖만 먹으면 자고 먹고 자고 늘 이러다가 차차 엄마하고 눈을 맞춰보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의식(意識)이 차차 생깁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름을 배우고 그 문서(文書)를 배워서 기억해 가지고 말이 한 마디 두 마디 늘어갑니다. 이렇게 늘어가는 것이 모두 소위 번뇌가 늘어가는 것이고 망상이 하나씩 늘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팔만 사천 세(八萬四千歲)를 살던 사람들의 수명이 백 년 동안에 한 살씩 까먹는 정도로 차츰차츰 복잡해집니다. 이렇게 줄어서 수명이 10세가 될 때까지 내려갑니다. 지금 우리가 한 70세 · 75세까지 살 수 있는 것도 나이가 이렇게 줄어서 내려 가는 도중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평균 연령이 통계적으로 위로 올라갑니다만 그것도 8만 4천 세까지 올라가는 것이 아니고 얼마 동안 어느 정도의 한계를 지나면 결국은 복과 목숨이 감해서 자꾸 내려가게 됩니다. 이것을 복도 감하고 목숨도 감한다고 하여 감겁(減劫)이라 그럽니다. 이렇게 해서 차차 10세까지 내려가면 세 살 먹은 때가 한창 청년입니다. 아주 조숙(早熟)해져서 대여섯 살 먹어놓으면 벌써 장년이 되고 일곱 여덟 살 되면 요새 한 40 · 50된 늙은이 턱이 됩니다. 아홉 살 열 살 되면 아주 60 · 70 노인처럼 됩니다. 이런 식으로 수명이 자꾸 감해 내려갈 때는 복을 감하고 생존경쟁만 치열해져 가지고 그야말로 사람이 일체 동물 가운데 제일 나쁜 동물이라는걸 우리가 요전에 얘기했습니다만 그 대표적인 현상의 인간사회가 됩니다.
사람을 많이 죽일 수 있는 것을 연구하는 게 사람이지만 그래도 짐승들은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저 일대 일로 싸우다가 하나가 지거나 하나가 이기거나 둘이 다 죽으면 끝날 뿐인데 어떻게 하면 좋은 무기로 사람을 하나 이상 더 많이 죽일 수 없나 해서 이렇게 경쟁이 심해지고 죄업이 점점 많아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극악무도(極惡無道)해지는 말겁(末劫)에는 삼재(三災)가 일어납니다. 사람의 나이가 이십 세 정명(二十歲定命)이 되면 첫째 기근겁(飢饉劫)이 와서 흉년이 자꾸 들어 먹을 것이 없게 되고 둘째는 질병겁이 오는데 생전 이름도 내용도 알 수 없는 나쁜 전염병이 돌아다니면서 집집마다 모두 앓는 사람 천지입니다. 그 다음 세 번째는 도병겁(刀兵劫)인데 산천초목(山天草木)이 모두 칼날같이 보이고 창같이 보이고 모두 죄업(罪業)으로 현상계가 그렇게 되어서 닥치는 곳마다 몸을 상하게 되고 찔려서 죽기도 하고 모두 이런 것뿐이라는 겁니다.
죄업으로 지옥 같은 그런 무서운 업을 지으니까 인간 세상이 그렇게 점차로 나쁜 상태로 됩니다. 이것을 적은 삼재, 곧 소삼재(小三災)라 그럽니다. 이 소삼재 때에 거기에서 복이 제일 많고 마음씨가 아주 나쁘지 않은 얼마의 사람만이 뒷 세상까지 살아 남았다가 그게 차차 번져서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하는데 거기서부터 다시 수명도 길어지고 복도 많아져 올라갑니다. 이것을 증겁(增劫)이라 하는데 백 년에 한 살씩 더 늘어서 열 한 살씩 살던 세상이 백 년 지나면 열 두 살 먹고 열 두 살씩 살던 세상이 백 년 되면 열 세살이 되고 자꾸 이렇게 올라가서 팔만 사천 세까지 올라 갑니다. 이렇게 수복(壽福)이 불어 올라가서 8만 4천 세가 됐다가 다시 또 내려오다가 하는데 한 번 증감하는 걸 소겁(小劫)이라고 하고 일증감겁(一增減劫)이라고도 합니다.
이 지구가 하나 생성하는 기간이 얼마 동안 되느냐 하면 팔십 번 증감을 해서 팔십 증감만 하면 지구덩이가 전자나 원자시대로 돌아가 버리고 현상은 다 흩어져 없어져서 허공으로 됩니다. 그래서 지구가 한 번 생겼다 꺼지는 기간을 팔십소겁(八十小劫)이라 그럽니다. 이 지구가 없어지는 때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지금 물리학자들이 추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텅비어 있는 공간으로 안개처럼 있든지 안개같은 그런 모양도 없이 아주 맑은 공기로 있게 되는데 그 비어 있는 기간이 이십소겁(二十小劫)이라고 그럽니다. 곧 이십 증감을 할 만한 시간동안 공간으로 비어 있는데 이것을 비어 있는 시기라고 하여 공겁(空劫)이라 합니다. 이십 증감 후에 차차 수증기가 모여서 안개가 되고 안개가 차차 모여서 구름처럼 되고 구름이 차차 모여 물이 되고 이렇게 완전히 이루어지듯이 안개처럼 모이기 시작할 때부터 완전히 이 지구의 형상이 산과 들 육지 바다 등의 형태가 이대로 되기까지 이십소겁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걸 성겁(成劫)이라고 그럽니다. 지구가 이루어지는 시기라는 말입니다.
이렇게 이십소겁이 걸려서 이 세계가 동물이나 식물이 생길 수 있도록 완전히 형성되는데 그때 천당에서 천복(天福)을 받을 만큼 다 받고 인간으로 내려가게 된 복있는 인연을 가진 사람이 이 세상으로 내려옵니다. 그래서 맨 처음에는 8만 4천 세를 살고 사람들도 다 허공으로 날아다닐 줄 알고 옷도 입을 줄 모르고 그냥 완전히 나체시대가 됩니다. 그래 가지고 차차 차차 이십 증감 동안을 이런 세계가 지나갔는데 이렇게 한 번 사람이 생기면 8만 4천 세에서 10세까지 내려갔다가 8만 4천 세까지 올라갔다가 또 10세까지 내려왔다가 올라갔다 하기를 그런 것이 이십 증감입니다. 이것을 주겁(住劫)이라고 그럽니다.
그러니 지구가 이루어지는 동안의 성겁(成劫)과 허공으로 있는 공겁(空劫)과 완성된 뒤에 이십 증감 동안 현상대로 있는 주겁(住劫)과 그 다음에는 차차 지구가 부서지는 시기가 있는데 이것도 역시 이십 소겁 동안 걸려서 다 무너지게 되는 이것을 괴겁(壞劫)이라 그럽니다. 이 지구가 형성된 채로 이십 소겁 동안 머물러 있다고 해도 엄격히 따지면 변화가 없을 수도 없지만 전체로 봐서 지구의 형상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시기이므로 이렇게 이름합니다. 무너지는 시기인 이십 소겁 동안의 괴겁 때에도 역시 태양이 폭파되어 큰 변동이 생기듯이 그런 변화도 있겠지만 차차 무너지게 되는 것입니다.
아까 소겁을 설명할 때 소삼재(小三災)를 말했는데 지구가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인 괴겁이다 하면 수화풍삼재(水火風三災)가 일어나서 지구가 다 없어집니다. 큰 폭풍바람이 일어나서 땅을 부수고 돌을 날려 버립니다. 지금 태풍같은 것 몇억 배로 불면 돌흙 낱낱이 날려서 없어질 것입니다. 이 대삼재(大三災)가 일어날 때는 화재(火災)가 먼저 일곱 번 일어나고 그 뒤에 수재(水災)가 한 번 있고 다시 화재가 일곱 번 일어난 뒤에 수재가 한 번 있고 하여 이렇게 일곱 번 수재와 마흔 아홉 번의 화재가 있고 나서는 다시 일곱 번의 화재가 있고 풍재(風災)가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대삼재(大三災)가 한 번 있기에는 화재가 56번, 수재가 7번, 풍재가 한 번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64번의 대재(大災)를 거쳐서 이 지구는 완전히 허공으로 돌아갑니다. 화재(火災)가 일어날 때는 태양이 열 개나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인도의 적도같은 데는 뜨거울 때 사람이 나서면 머리가 막 벗어질 지경인데 해가 열 개나 나와 쪼이면 지구가 몽땅 불덩어리가 되어 다 타고 맙니다. 이렇게 하기를 화재가 일곱 번이나 하고 나면 그 뒤에는 상대적으로 수재가 한 번 오는데 온 지구가 물로 뒤덮이어서 모든 물체는 다 썩어 무너집니다. 그리고 나면 다시 화재가 나서 태양이 열 개나 나타나 가지고 태워서 온 천지가 뜨겁게 탑니다. 이렇게 하기를 일곱번 하면 수재가 한 번 있고 이렇게 하기를 일곱 번 하면 화재가 49번이 되고 수재가 일곱 번이 되는데 그리고 다시 일곱 번 화재가 있은 뒤에 풍재가 옵니다. 이렇게 하고 나면 모든 동물 식물은 다 없어지고 지구도 다 부서집니다. 이것을 대겁의 삼재(三災)라고 하여 대삼재(大三災)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지구가 다 없어지고 허공으로 되는데 이렇게 부서지는 동안이 이십 소겁이 걸립니다. 그러므로 일대겁(一大劫)은 팔십 소겁이 되는데 이십 소겁을 일중겁(一中劫)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지구가 이루어지는 성겁(成劫)의 이십 소겁이 일중겁이고 지구가 머물러 있는 주겁(住劫)의 이십소겁이 일중겁 · 부서지는 동안의 괴겁(壞劫)의 이십소겁이 일중겁, 다 부서져서 허공으로 있는 공겁(空劫)의 이십소겁이 일중겁 이렇게 해서 일대겁은 사중겁이 됩니다.
그러므로 이 지구는 성주괴공(成住壞空)이 네 개의 과정을 통과하게 마련입니다. 어떤 별이든지 해든지 달이든지 다 한가지 이치로 성겁이 있고 주겁이 있고 괴겁 · 공겁이 있습니다. 이 세계에는 성 · 주 · 괴 · 공의 무상이 있고 이 사람의 몸뚱이에는 생노병사가 있고 마음에는 생 · 주 · 이 · 멸(生住異滅)이 있습니다. 그 사람 잘 생겼다고 좋다고 엎어질듯 야단이더니, 나중에는 슬그머니 권태증이 나가지고 보기 싫어집니다. 날마다 한 시간도 안 빠지고 가더니 이제 이틀에 한 번씩 가기 시작하고 차차 차차 나중에는 찾아와도 보기 싫을 지경으로 됩니다. 그렇게 그 사람 좋아하던 마음이 딱 없어지고 그래 가지고 나중에는 미운 생각이 앞서 있게 됩니다. 그러다가 미운 생각이 차차 차차 없어져 가지고 또 좋아하는 생각이 납니다. 아이고 불쌍해라 너무했다. 이렇게 변합니다. 그러니 마음에 한 생각이 생겨 가지고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벼락같이 꼭 그대로 내가 죽어도 해야지 하고 글씨를 배운다, 문장을 배운다, 소설가가 된다 하고 죽어도 한다고 이렇게 서둘다가도 슬그머니 하기 싫어지는 때가 옵니다. 남녀간에 연애하는 경우에도 이렇게 처음에는 서로 좋아하는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생(生)이라 하고 그 좋아하는 마음이 계속해서 남아 있는 동안을 주(住)라 하고 좋아하는 도수가 자꾸 식어지고 마음이 달라지는 때를 이(異)라 하고 차차 서로 지조가 없어져 쳐다봐도 인사도 제대로 안하고 좋다는 마음이 하나도 없어진 때를 멸(滅)이라고 합니다.
중생의 마음에 생 · 주 · 이 · 멸 이것이 있기 때문에 몸에 생로병사의 그림자가 나타나고 이 지구와 세계에 성주괴공(成住壞空)의 모양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니, 이것이 다 순전히 마음에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경에서 겁이라 할 때는 흔히 대겁(大劫)으로 칩니다. 그리고 지구가 성겁(成劫) · 괴겁(壞劫)때에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가만히 있는 이십 증감 동안의 주겁(住劫)때에도 현상이 변화하고 수륙(水陸)이 갈리고 그럽니다. 지축(地軸)의 방향이 바뀌어 바다가 육지가 되고 육지가 바다가 되는 것이다 그것입니다. 산꼭대기 높은 데 가서 조개껍질 같은 게 붙어 있는 데가 더러 있습니다. 육지와 바다가 갈린다는 걸 부처님께서 늘 말씀을 해 놓으셨는데 그런 예를 봐서 이 지구가 항상 안전하게 있는 그대로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자주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도 얘기하다가 갑자기 사망하듯이 지구도 역시 그런 변동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현상계인 이 땅덩어리도 그렇게 믿을 수 없는 무상한 존재이고 몸뚱이도 믿을 수 없는 허망한 것입니다.
출전 : 마음에서 마음으로(청담큰스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석가모니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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