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에 젖은 세상(無量壽經)
부처님이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들은 하잘것없는 일들을 다투어 구한다. 악과 괴로움으로 뒤끓고 있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 때문에 허덕이며 겨우 생계를 꾸려 나간다. 신분이 높거나 낮거나 가난한 자나 부자나 남녀 노소를 가릴 것 없이 모두 돈과 물질에 눈이 어두워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이 있거나 없거나 간에 근심 걱정은 떠날 날이 없다. 불안 끝에 방황하고 번민으로 괴로와하며, 욕심에 쫓기느라 조금도 마음 편할 틈이 없는 것이다.
논밭이 있으면 논밭 때문에 걱정하고 집이 있으면 집 때문에 근심하며, 가축과 하인과 돈과 재산 · 의복 · 음식 세간살이에 이르기까지 이것 저것 걱정 아닌 것이 없다. 있으면 있다고 해서, 없으면 없다고 해서 걱정하고 한숨짓는다. 때로는 뜻밖의 수해나 화재 혹은 도둑을 만나 재산을 잃어버리고 원통해하고 슬퍼한다. 이런 생각이 맺히면 마음은 멍들어 돌이키기가 매우 어렵다. 만약 재산을 모두 잃거나 벌을 받게 되어 신명이 위태롭게 되면 그는 모든 것을 고스란히 버리지 않을 수 없다. 누구 하나 그를 따라가는 이도 없다. 아무리 신분이 높고 부자라 할지라도 사람들은 이렇듯 괴로움과 근심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 때로는 이와 같은 고통 끝에 죽는 일이 있다. 그들은 일찌기 선한 일을 행하지 않고 도를 닦거나 덕을 쌓지 않았으므로 죽은 뒤에는 혼자서 외롭게 어두운 세상으로 가게 된다. 그가 가는 세상은 선업이나 악업의 결과에 따라 받는 과보다. 그럼에도 이 선악에 대한 인과(因果)의 도리마저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가족이나 친척들은 서로 공경하고 사랑할 것이며, 미워하거나 시기해서는 안 된다.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은 서로 보살피고 도와 탐하거나 아껴서는 안 된다. 항상 부드러운 말과 화평한 얼굴로 대해야 한다. 만약 마음속에 남을 미워하는 생각을 지니면 금생에서는 비록 조그마한 말다툼이라 할지라도 다음 세상에는 그것이 큰 원수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당장에는 충돌이 되지 않는다 해도 마음속으로는 깊은 원한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사를 되풀이하면서 서로 앙갚음을 하는 것이다.
인간은 애욕 속에서 혼자 태어났다가 혼자서 죽어 간다. 즉 자신이 지은 선악의 행위에 따라 즐거움과 괴로움의 세계에 이른다. 자신이 지은 행위의 과보는 그 누구도 대신해 받아 줄 수 없다. 착한 일을 한 사람은 좋은 곳에, 악한 짓을 저지른 사람은 나쁜 곳에 태어난다. 태어나는 곳은 달라도 과보는 당초부터 기다리고 있으므로 그는 혼자서 과보의 늪으로 가는 것이다. 멀리 떨어진 다른 세계로 따로따로 가버리기 때문에 이제는 서로 만날 길이 없다. 한번 헤어지면 그 가는 길이 서로 다르므로 다시 만나기는 어렵다.
그렇건만 사람들은 어째서 세상의 지저분한 일을 버리지 못하며, 몸이 건강할 때 부지런히 착한 업을 닦아 생사가 없는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려고 하지 않는가.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길을 찾지 않는가. 도대체 이 세상에서 무엇을 바라고 있단 말인가. 어떠한 즐거움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이와 같이 세상 사람들은 선한 일을 하면 선한 과보가 오고, 도를 닦으면 깨닫게 된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사람이 죽으면 다음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나고, 은혜를 베풀면 복이 된다는 것을 안 믿는다. 그들은 선악에 대한 인과의 도리를 믿지 않고, 그런 것이 어디 있느냐고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처럼 삐뚤어진 소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는 바른 생각을 가졌다고 내세운다. 세상이 어지럽고 인심이 거칠어지고 사람들이 애욕을 탐하게 되면, 진리를 등지는 사람은 늘고 그것을 깨닫는 사람은 줄어든다. 세상은 항상 어수선하여 믿고 의지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거나 낮은 사람이거나, 가난한 사람이거나 부자거나 세상일에 얽매여 허덕이고, 저마다 가슴에 독(毒)을 품고 있다. 그러한 독기 때문에 눈이 어두워 함부로 일을 저지르는 것이다. 깊이 헤아리고 생각하여 온갖 나쁜 일을 멀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착한 일을 찾아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애욕과 영화는 오래 갈 수 없다. 언젠가는 내게서 떠나가고 말 것들이다. 참으로 이 세상에서 즐길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제 다행히 바른 법을 만났으니 부지런히 닦아라. 마음속으로부터 정토(淨土)에 왕생하려는 원을 세운 사람은 반드시 밝은 지혜를 얻고 뛰어난 공덕을 갖추게 될 것이다. 욕심에 팔려 여래의 계(戒)를 어기고 남 뒤에 처져서는 안 된다.
나는 그대들을 기쁘게 해 주고 싶다. 자기 자신에 대한 생로병사의 고통을 멀리해야 할 것이다. 우선 스스로 결단하여 몸과 행동을 바르게 갖고 착한 일을 많이 하며 부지런히 정진하고, 몸을 청정하게 갖고 마음의 때를 말끔히 씻어내며, 말과 행동을 떳떳하게 하여 겉과 속이 다르지 않게 하라. 그래서 미혹에서 벗어나 중생을 구제하고 원을 굳게 세워 선업을 쌓아라. 일생의 고통이란 사실 순간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무량수 부처님의 국토에 태어나면 끝이 없는 기쁨을 오래오래 누리게 된다. 그 세계에서는 해탈의 기쁨을 오래오래 누리게 되고 미혹의 뿌리를 뽑아 버렸기 때문에 탐하고 성내고 어리석은 데서 오는 괴로움도 없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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