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대강좌(7)-飯食訖 收衣鉢 洗足已 敷座而坐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원문
반식걸 수의발 세족이 돈좌이좌(飯食訖 收衣鉢 洗足已 敷座而坐)
解義
밥을 얻을 때는 바리때를 잡는 법이 군대 무기 다루듯 일정한 법칙(法則)이 있어야 하고 밥먹을 때는 대중이 함께 단체행동을 해야 하는데 지금 동남아시아에서는 식당이 따로 있어 가지고 가끔 얻어다 먼저 오면 먼저 먹고 하니 불교의 방법은 무너진 것입니다. 식사를 할 때는 또 큰 가사를 꼭 입고 먹으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공양을 제공한 시주에게 복이 되라는 뜻입니다. 물마시는 소리, 수저소리 하나 없이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요새는 모두 벗어 버리고 맨몸뚱이 러닝 바람으로 모두 공양을 하고 있으니 시주한 사람에게 복이 안 갑니다.
대중들은 서로 음식을 똑같이 하고 의식주(衣食住)를 절대평등하게 해야 합니다. 그 대신 지식과 수행은 어디까지나 계급을 찾아서 아는 것이 많고 수행이 높은 사람 앞에서는 부처님같이 섬기고 절하고 그 지식 앞에 꼼짝 못하니 그것이 정말 이상적입니다. 부처님께서 만든 이 대중 사회제도를 소위 원융제도(圓融制度)라 합니다. 네것 내것이 없고 높고 낮음이 없고 꼭 평등하며 좋은 개성(個性)을 인정하면서 또 평등을 유지하고 평등사상(平等思想)을 가지고 개성을 인정하고 용납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밥도 한 그릇 가지고 안될 사람에겐 좀 더 주어라, 그래서 똑같이 나누어 먹고 절대 차별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철저한 수련을 합니다.
이렇게 찌는 삼복 더위에도 화로를 피워 놓고 겨울 옷을 서너 벌 끼어 입고 앉아서 참선을 하는 것과 같은 수련도 요사이같이 안일한 생활만을 찾는 세상에는 필요합니다. 몸뚱이 훈련이 아니라 마음 훈련이기 때문입니다. 마음만 결정하면 더운 줄도 모르고 몸에 병도 안 납니다. 이런 훈련이 특히 우리나라에 꼭 필요합니다. 한국 사람같이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하고 믿을 수 없어서는 큰 탈입니다. 우리나라는 화랑정신(和合精神)이 다시 부활해야 민족혼(民族魂)이 살아나지 지금 이대로는 게을러 빠지고 욕심만 꽉 차 있어서는 나라가 안됩니다.
공양을 끝내신 세존은 대중과 함께 가사를 벗어 놓고 발을 씻고 선상(禪床 : 앉는 자리)에 좌선(坐禪)하는 자세로 올라 앉으셨습니다. 그 당시 수행하는 비구들은 맨발로 다니게 돼 있었기 때문에 식사가 끝나면 발을 씻습니다. 이렇게 발을 씻고 선상에 올라 앉아 참선(參禪)을 하는 데까지 말을 했으면 이것이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을 한 번 다 설명한 것입니다. 이렇게 결가부좌(結跏趺坐)하고 앉으면 이제부터는 일체 정진에 들어가는 것이 참선을 하는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기원 정사에 대중을 거느리고 계시다가 때가 되니 밥을 얻어와 가지고 선상에 올라 앉으시더라,」여기까지가 이것도 금강경 법문에 큰 문제가 됩니다. 금강경 가운데 어느 구절이 가장 중요한 구절인가가 첫째 문제이겠지만, 금강경은 이 구절까지에서 일단은 다 설법해 맞춘 것입니다. 부처님과 스님들의 하루 생활은 밥 한 끼 빌어서 먹는 생활이니 그날 한 끼 먹으면 하루 다 마쳤고 다른 일 없으니 대소변 볼 것 제외하면 선상에 가만히 가부좌 틀고 앉아서 설법 듣고 하는 것으로 마친 것입니다.
천 이백 대중이 마음을 깨치신 부처님을 따라 질서정연(秩序整然)하고 장엄 거룩하게 내일도 모레도 죽을 때까지 이 육신이 죽은 다음 내생까지도 계속될 것입니다. 부처님이 천여명 대중을 거느리고 새벽에 일어나서 참선(參禪)하고 사시(巳時)가 되면 부처님이 맨 앞에 바리때를 들고 나가 거지대장이 되어 수천명이 질서 정연하게 밥을 빌어다가 나누어 먹고 참선하며 불법으로 사는 생활은 정말 멋진 생활입니다. 아무 근심·걱정 없고 친하고 먼 것도 없고 자유스런 생활·평등한 생활·이상적인 생활입니다. 육체를 초월하여 여자 걱정 남자 걱정 없고 풍년 들거나 흉년 들거나 아무 상관 없고 굶어 죽는다 해도 걱정이 안되며 배가 터져 죽을 걱정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예술적인 생활이고 신성한 생활입니다. 그러므로 이같은 불법의 진리를 실현하는 일과(日課)는 곧 불법의 설명을 맞춘 것이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출전 : 금강경대강좌(청담큰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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