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경(大悲經)

대비경(1.범천품)

근와(槿瓦) 2015. 9. 12. 01:08

대비경(大悲經)제1권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천축(天竺)삼장 나련제야사(那連提耶舍) 한역   홍승균 번역

 

1. 범천품(梵天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시나성(拘尸那城)의 역사족(力士族)이 사는 곳에 있는 사라쌍수(娑羅雙樹) 사이에 계셨다. 이때 세존께서 반열반(般涅槃)할 때를 당하여 혜명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너는 사라쌍수 사이에 사자왕(師子王)이 오른쪽 옆구리를 대고 눕는 방법대로 자리[敷具]를 펴놓도록 하라. 나는 오늘 밤에 반열반에 들겠다. 아난아, 나는 이미 최후의 열반에 들었고, 모든 유위(有爲)의 언설(言說)을 끊어 없앴으며, 이미 불사(佛事)를 다 지었다. 감로(甘露)이며 굴택(窟宅)이 없는 적멸정(寂滅定)의 매우 깊고 미묘하여 보기도 어렵고 깨치기도 어렵고 헤아리기도 어려운, 밝은 지혜로 알 수 있는 모든 성현(聖賢)의 법을 설하였다.내가 이미 위없는 법의 바퀴를 세 번 굴렸으니, 사문(沙門)이나 바라문이나 하늘이나 악마나 범천(梵天)이나 사람은 세상과 함께 하는 법을 가지고는 굴릴 수 있는 자가 없다. 내가 이미 법의 북을 치고 법의 고동을 불며, 법의 깃발을 세우고 법의 배를 설치하며, 법의 다리를 만들고 법의 비를 내리었다.나는 이미 삼천대천세계에 빛을 비추어서 큰 어두움을 소멸하여 없앴고, 중생들에게 해탈의 바른 도리를 열어 보여서 천인(天人)을 이익으로 가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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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하였으니, 제도해야만 하는 자는 이미 남김없이 제도하였다.나는 이미 모든 외도(外道)와 모든 다른 논의들을 항복받았으며, 악마의 궁전을 흔들고 악마의 세력을 꺾었다. 대사자(大師子)의 포효로 모든 불사(佛事)를 지었으며, 장부(丈夫)의 업(業)을 세워서 근본 서원을 가득 채웠다. 법안(法眼)을 보호해 지녀서 큰 성문(聲聞)을 가르쳐 보살(菩薩)의 수기(授記)를 주었으니, 미래에 불안(佛眼)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아난아, 앞으로 나는 다시 무엇을 짓는 일이 없을 것이고 다만 반열반에 들게 될 것이다.”그때 아난이 이 말씀을 듣고서 근심의 화살을 맞은 듯 너무나 슬프고 괴로워서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세존(世尊) 바가바(婆伽婆)시여, 열반이 너무나 빠르십니다. 수가타(修伽陀)시여, 열반이 너무나 빠르십니다. 세간의 눈이신 당신이 돌아가시면 세간은 고독하고 세간을 구할 자가 없으며 인도할 스승이 없습니다.”그러자 부처님께서 혜명 아난에게 말씀하셨다.“근심하고 슬퍼하지 말라. 아난아, 생법(生法)ㆍ유법(有法)ㆍ유위법(有爲法)ㆍ괴법(壞法)이 소멸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런 이치는 없다.내가 전에 너에게 말하였거니와, 모든 사랑하는 것들이나 마음에 맞는 일들은 반드시 헤어지고 흩어지는 법이다. 아난아, 너는 이미 자애로운 마음과 둘이 아니며, 마음에 악함이나 신업(身業)이 없다. 그리하여 효성으로 봉양하고 순응하여 따르며 한량이 없을 정도로 나를 모시고 봉양하였다. 아난아, 그런데 만일 어떤 천인(天人)이나 아수라 등이 성문(聲聞)과 연각(緣覺)을 모시고 공양하되, 한 겁(劫)이 안 되거나 한 겁이 차는 기간을 하였다고 하자. 그리고 또 만일 여래를 보시하여 공양하기를 한 순간을 하였다고 한다면, 그 복은 앞의 것보다 많으니라. 너는 이미 큰 신통의 부처를 공양하여 나아가 반열반에 들기까지 공양하였으니, 당연히 큰 복과 광대한 공덕을 얻되, 마치 감로(甘露) 중의 제일 감로와 같으며, 가장 나중의 감로는 최후의 열반이 될 것이다. 그러니 아난아, 너는 슬퍼하지 말라.”그때 아난은 슬퍼하는 눈물을 닦고 곧 여래를 위하여 사라쌍수 사이에 사자가 오른쪽 옆구리로 눕는 법대로 자리를 설치하였다. 그러자 곧 삼천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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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모든 나무와 약초와 수풀들이 모두 여래가 열반하는 곳을 향하였는데, 넘어질 것 같은 것도 있고, 구부린 것도 있고, 땅에 닿을 듯한 것도 있고, 땅에 쓰러진 것도 있었다.그리고 이 삼천대천세계에 흐르는 크고 작은 온갖 하천과 샘물과 호수들은 부처님의 신력(神力)으로 해서 흐름을 정지하고 멈춰 있었다.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새나 짐승들은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묵묵히 있으면서 먹지도 울지도 않았으며,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해와 달과 별들, 불빛과 밝은 구슬들, 그리고 심지어 반딧불까지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모두 모양을 드러내지 않고 빛이 없어서 이를 비추지를 못했다.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사나운 불길들이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모두 다 꺼져버렸으며, 타지도 않고 열기도 없고 무엇을 태우거나 굽지도 못했다.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지옥에서 솟는 사나운 불길도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모두 하나같이 서늘해졌으며, 저들 모든 지옥에 있는 모든 중생들은 잠시 동안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모두 안락함을 얻었다.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축생(畜生)들도 모두 한결같이 자애로운 마음과 염려하는 마음을 일으켰으며, 서로 미워하거나 해를 입히거나 목숨을 끊지 않았다. 모든 아귀(餓鬼)도 굶주리거나 목마르지 않았으며, 모든 중생이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심신이 뛸 듯이 기뻤고 고통에서 벗어나 쾌활함을 얻어서, 뜻대로 제일가는 안락함을 갖추게 되었다.세존께서 오른쪽 옆구리로 누우셨을 때, 삼천대천세계 안에 있는 수미산왕ㆍ철위산(鐵圍山)ㆍ대철위산ㆍ목진린타산(目眞隣陀山)ㆍ향산(香山)ㆍ설산(雪山) 및 모든 흑산(黑山), 그리고 넓은 땅과 바다 등이 모두 다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니, 이른바 동(動)ㆍ용(踊)ㆍ기(起)ㆍ진(震)ㆍ후(吼)ㆍ각(覺)이었다.삼천대천세계의 모든 풍륜(風輪)이 다 움직이지 않았으며, 모든 중생이 잠시 동안 모든 하던 일들을 중단하고 맑은 기분으로 머무르게 되었다. 잠이 오지 않고 마음이 산란함이 없었으며, 다들 숨을 쉬어도 묵묵히 소리가 없었다.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모든 천룡(天龍)과 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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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긴나라ㆍ마후라가, 그리고 범천(梵天)ㆍ석천(釋天)ㆍ호세왕(護世王) 등이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각각 그들의 궁전과 침상과 자리와 원과 숲이 모두 다 캄캄하여 다시는 아무런 위엄스러운 빛이 없는 것을 보고서 즐겁고 아끼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들 권속(眷屬)은 걱정스럽고 갑갑하여 즐겁지가 않았다.일천 세계(世界)의 주인인 범천왕(梵天王)과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오만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믿으면서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이해했다. ‘이 세계와 모든 중생들을 생각해 보면 바로 내가 만든 것이며 바로 내가 변화시킨 것이다.’저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부처님의 신력으로 해서 자신의 궁전과 침상, 자리 등이 캄캄하고 빛이 없는 것을 보고서 사랑스럽고 즐거운 마음이 생기지 않았고 마혜수라(摩醯首羅:自在天)와 정거천(淨居天:第四禪天)도 역시 그러하였다.이때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이렇게 생각했다.‘이것이 대체 무슨 힘이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서 나로 하여금 궁전과 침상과 자리에 대한 즐거움을 누릴 수 없게 하는가?’그때 대범천왕은 이 삼천대천세계에서 부귀(富貴)를 조작하는 대자재(大自在)의 주인들을 두루 살펴보았다. 그런데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가 오늘 밤에 반열반에 들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이 그 신비로운 힘의 변화가 불가사의하고 일찍이 없었던 현상을 일으키게 된 것이었다. 이 신력은 바로 여래가 열반에 드시는 모습이었다.대범천왕은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는, 걱정스럽고 기분이 좋지 않은데다 떨리면서 머리털이 곤두섰다. 그래서 급히 범중(梵衆)을 데리고 함께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갔다. 그리하여 삼천대천세계의 여러 나머지 범천(梵天)들도 모두 성법(聖法)을 믿고 받아들여 그 성법에 편안히 머물렀다.이때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도착하여 머리를 대고 예를 표한 다음 부처님께 아뢰었다.“세존이시여, 저에게 가르쳐 주시길 원합니다. 어떻게 머물며 어떻게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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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입니까?”이렇게 말하자, 여래께서 즉시 대범천왕에게 물었다.“범천이여, 너는 지금 실로 이와 같이 생각하여 말하지 않았느냐? ‘내가 바로 대범천(大梵天)으로서 내가 남들을 이기나니 남들은 나만 같지 못하다. 나는 바로 지혜로운 자이다. 내가 바로 삼천대천세계의 크게 자재로운 주인이며, 나는 중생을 만들어 내고 중생을 변화해 내며, 세계를 만들어 내고 세계를 변화해 내지 않는가?’하고 말이다.”대범천이 말하였다.“그렇습니다, 바가바여. 그렇습니다, 수가타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그러면 너는 누가 만들었으며 누가 너를 변화시켰는가?”그러자 범천은 묵묵히 가만히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범천이 묵묵히 있는 것을 보고 다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만일 어느 때에 삼천대천세계에 겁화(劫火)가 일어나서 불길이 대단하게 치솟는다면, 네 생각은 어떠한가? 이것은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인가?”그러자 대범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지금 이 대지(大地)는 물이 모인 것에 의지하여 머무르고, 물은 바람에 의지하여 머무르며, 바람은 허공에 의지한다. 이와 같이 대지는 두께가 680만 유순(由旬)으로 갈라지지도 흩어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범천이여, 네 생각은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인가?”범천이 대답하였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이 삼천대천세계에 백억의 해와 달이 돌고 있는데, 범천이여, 네 생각은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변화시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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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천이 대답하였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언젠가는 일월천자(日月天子)가 궁전에 있지 않아 궁전이 텅 비게 될 것이다. 범천이여, 네 생각은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범천이 말하였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이와 같이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의 계절은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범천이 말하였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이와 같이 수경(水鏡)ㆍ소유(蘇油)ㆍ마니(摩尼)ㆍ파리(頗梨)와 나머지 깨끗한 그릇이 나타내는 모든 색상(色像)과 이른바 대지(大地)ㆍ산하(山河)ㆍ수림(樹林)ㆍ정원[園苑]ㆍ궁전ㆍ사택(舍宅)ㆍ취락(聚落)ㆍ성읍(城邑)과 낙타ㆍ나귀ㆍ코끼리ㆍ말ㆍ노루ㆍ사슴ㆍ새 등의 짐승들, 그리고 해ㆍ달ㆍ별과, 성문ㆍ연각ㆍ보살ㆍ여래와 석범(釋梵)ㆍ호세(護世)ㆍ인비인(人非人) 등 갖가지 색상에 대하여 범천이여, 네 생각은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범천이 말하였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이와 같이 산과 절벽과 깊은 골짜기, 그리고 크고 작은 모든 북치고 노래하고 춤추는 놀이와, 노루ㆍ사슴 등 새와 짐승과 인비인 등이 내는 소리가 범천이여, 네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범천이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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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만일 중생들이 꿈속에서 갖가지 색을 보고 갖가지 소리를 들으며, 갖가지 냄새를 맡고 갖가지 맛을 보며, 갖가지 촉감을 느끼고 갖가지 법을 알며, 갖가지 유희를 하고 갖가지 소리로 울며, 신음하고 울부짖고 두렵고 무섭고 괴롭고 즐거움을 받는 등의 일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범천이 말하였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예를 들어 네 가지 종성(種姓)의 사람들이 단정하기도 하고 누추하기도 하고, 가난하기도 하고 부유하기도 하고, 복과 덕이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고, 착한 계율을 지니기도 하고 나쁜 계율을 지니기도 하고, 착한 지혜를 갖기도 하고 나쁜 지혜를 갖기도 한다. 그런데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범천이 말하였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모든 중생들이 두려워하고 괴로워하며 해로움 당할 것을 걱정하는 것들, 이른바 물ㆍ불ㆍ칼ㆍ바람ㆍ절벽ㆍ독약(毒藥)과, 나쁜 짐승과 원수와 인비인(人非人)의 두려움, 그리고 갖가지 해로움과 일상적으로 있는 두려움 등이 범천이여, 생각에는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범천이 말하였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중생들이 가진 갖가지 질병인 이른바 풍냉(風冷)ㆍ열병(熱病)과 모든 잡병(雜病)들, 계절의 바뀜에 따른 네 가지의 큰 상위(相違), 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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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은 것이나 선세(先世)의 업보, 이른바 눈ㆍ귀ㆍ코ㆍ혀ㆍ몸 등의 질병, 그리고 또 중생들의 갖가지 마음의 뜨겁고 고뇌스러움 등에 대해서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은 네가 지은 것이며, 이것은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이것이 네가 힘을 쓴 것인가?”범천이 말하였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중생들이 겪는 광야의 위험한 적이나 수재(水災) 등의 어려움과, 또 중겁(中劫)의 도병(刀兵)과 역병(疫病) 및 기근 같은 것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범천이 말하였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중생들이 겪는 사랑하는 자를 떠나보내야 하는 괴로움, 곧 부모와 형제와 자매와 종친(宗親)과 선지식 등을 이별해야 하는 괴로움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범천이 말하였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중생들이 짓는 갖가지 악업(惡業)인 이른바 생구(生口)ㆍ주국(酒麴)ㆍ자광(紫礦)ㆍ압유(押油) 등의 도구를 파는 일과, 큰 바다나 텅 빈 들 등 위험한 곳을 찾아 사방으로 돌아다니는 일이나, 갖가지 신선의 방술(方術)과 다른 갖가지 끊어야 하는 일들의 법에 대해서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범천이 말하였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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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중생들이 갖가지 업도(業道)를 짓는 바, 이러한 업의 인연으로 해서 지옥과 축생과 아귀의 인천(人天)의 과보를 받는다. 중생이 갖고 있는 신(身)ㆍ구(口)ㆍ의(意)의 선행과 악행 및 세간(世間)이 가지는 열 가지 악업도로 해서 모든 중생들이 자비나 연민이 없어서 모든 고뇌와 이롭지 못한 일들인 악도(惡道)에 떨어지는 인연을 짓는, 이른바 살생ㆍ도둑질ㆍ사음ㆍ망어(妄語)ㆍ양설(兩舌)ㆍ악구(惡口)ㆍ기어(綺語)ㆍ탐(貪)ㆍ진(瞋)ㆍ사견(邪見) 같은 것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떤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범천이 말하였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중생들이 가지고 있는 갖가지 괴로운 일들인 이른바 목베임과 손발의 절단, 코베임과 귀베임, 마디마디를 찢어 해체하는 일, 끓는 기름을 붓는 일, 불로 굽고 지지고 볶는 일, 창칼로 찌르고 채찍으로 갈기는 일, 감옥에 갇히고 싸우고 다투고 송사하는 일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떤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범천이 말하였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중생들이 짓는 음욕(婬欲)과 사행(邪行)들, 더러 청정하게 계율을 유지하는 어머니를 간음하고 딸을 간음하고 누이를 간음하며, 그리고 그 밖의 악업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떤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범천이 말하였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중생들이 겪게 되는 갖가지 죽이거나 해롭게 하는 벌레ㆍ주검ㆍ주술(呪術)ㆍ방약(方藥)ㆍ귀신과 도깨비의 나타남과 다른 갖가지 악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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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惡業)의 방편인 단명(斷命)의 인연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떤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범천이 말하였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세간이 가진 생로병사(生老病死)와 걱정ㆍ비애ㆍ고통ㆍ번뇌, 무상법(無常法)ㆍ진법(盡法)ㆍ변역법(變易法), 그리고 네 가지 종성의 사람들에 대해 꺼리고 어려워함이 없는 것과, 싫증나지 않는 사랑스러운 갖가지 사물을 부패시켜 괴멸하고 흩어져 망가지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범천이 말하였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중생들이 가진 탐(貪)ㆍ진(瞋)ㆍ치(癡)의 장애로 인한 번뇌의 속박 및 다른 갖가지 고뇌의 구속, 그리고 이런 인연으로 해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견고하게 집착하여 성내며 어리석은 마음을 내게 하여 한량없는 갖가지 업행(業行)을 짓게 하는 일들을 범천이여, 마음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범천이 말하였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세 가지 악취(惡趣)인 지옥과 축생과 아귀도에서 사는 중생들이 받는 갖가지 일의 고뇌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범천이 말하였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씨앗으로 나는 것이든 씨앗 없이 나는 것이든 모든 수목과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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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들과 물과 뭍에서 나는 꽃과 과일과 향이 나는 나무들이 가지는 갖가지 좋은 맛인 달고 쓰고 짜고 맵고 시고 떫은맛들로서 모든 중생들의 즐겨하고 즐겨하지 않음을 따라 보태거나 더는 것들을 범천이여, 생각에 어떠한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범천이 말하였다.“아닙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5도(道)를 유전(流轉)하면서 나서는 죽고, 이루고는 허문다. 이러한 중생이 가진 무명(無明)의 가리움과 애착하는 번뇌가 서로 응하여 분주히 치닫고 굴러 흐르면서 처음과 끝을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 미래의 세계에 생사를 통해 유전하면서 이를 끊지 못한다. 사람ㆍ하늘ㆍ마천(魔天)ㆍ범천ㆍ사문(沙門)ㆍ바라문 같은 자들이 세간에 어지러운 실타래처럼 엉켜서 끊임없이 내닫고 굴러 흐르면서 여기저기를 오고 가고 한다. 모든 중생들은 이처럼 유전하면서도 여기서 헤어날 줄을 모른다. 범천이여, 생각에 어떤가? 이것이 네가 지은 것이며, 네가 변화시킨 것이며, 네가 힘을 쓴 것인가?”범천이 말하였다.“아닙니다, 바가바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그렇다면 너는 무슨 인연을 따라 이런 생각을 하고 말을 했는가? ‘이들 모든 중생들은 바로 내가 지은 것이며, 내가 변화해 낸 것이며, 내가 힘을 썼다. 존재하는 세계는 바로 내가 지은 것이며, 내가 변화해 낸 것이며, 내가 힘을 쓴 것이다’라고 말이다.”범천이 말하였다.“세존이시여, 제가 지혜롭지 못한 사악한 견해와 거꾸로 된 마음을 아직 끊어버리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여래께서 설하시는 바른 법을 듣고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일찍이 그와 같은 나쁜 견해를 가지고 그와 같은 나쁜 말을 했던 것입니다. ‘이들 모든 중생들은 바로 내가 지은 것이며, 내가 변화해 낸 것이다. 존재하는 세계도 바로 내가 지었으며, 내가 변화해 내었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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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말입니다.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또 다시 부처님께 이 이치에 대하여 여쭙겠습니다. 존재하는 세계는 누가 지은 것이고 누가 변화해 내는 것이며, 모든 중생은 누가 짓고 누가 변화해 내며 누가 힘을 썼습니까? 이것은 어떤 힘에 의해서 생긴 것입니까?”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범천이여, 존재하는 세계는 업(業)이 지은 것이고 업이 변화해 낸 것이며, 모든 중생 또한 업이 짓고 업이 변화해 낸 것으로 업의 힘에 의해서 생긴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범천이여, 무명(無明)이 행(行)을 인연하고 행이 식(識)을 인연하며, 식이 명색(名色)을 인연하고, 명색이 6입(入)을 인연하며, 6입이 촉(觸)을 인연하고, 촉이 수(受)를 인연하며, 수가 애(愛)를 인연하고, 애가 취(取)를 인연하며, 취가 유(有)를 인연하고, 유가 생(生)을 인연하며, 생이 노사(老死)ㆍ우비(憂悲)ㆍ고뇌(苦惱)를 인연한다. 때문에 이와 같이 큰 괴로움이 모이는 것이다.범천이여, 무명이 멸하여 차례로 우비와 고뇌까지 멸하면, 다시는 아무런 짓는 것이 없어서 짓는 일로 하여금 편안히 놓아두게 한다.오직 업과 법이 있어서 인연이 화합하기 때문에 중생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이와 같은 업과 법의 화합을 여읜다면, 그런 자는 생사의 유전(流轉)을 멀리 여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범천이여, 이와 같이 세간의 업이 다하고 번뇌가 다하고 괴로움이 다하고 괴로움이 쉬어서, 이와 같이 벗어나는 것을 적정(寂定)의 열반을 얻었다고 말한다.범천이여, 저기에서 누가 열반을 얻는가? 업이라면 그 업이 다하고, 번뇌라면 그 번뇌를 여의고, 괴로움이라면 그 괴로움이 없어지는 자이다. 이러한 법들은 모든 부처님들의 신력(神力) 때문이며, 모든 부처님들이 힘을 쓰기 때문에 있는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범천이여, 만일 모든 부처님들이 세상에 나와서 드러내어 설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법들이 있다는 것을 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범천이여, 이와 같이 모든 부처님 세존이 이 세상에 나와서 이와 같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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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고 매우 깊어 깨닫기 어려운 광명의 법문(法門)을 드러내어 설하였기에, 이처럼 모든 중생들이 생법(生法)을 들어서 생(生)에서 해탈을 얻고,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번뇌하는 것에 대한 법을 들어서 저러한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번뇌하는 법에서 해탈을 얻는다.범천이여, 이러하기 때문에 모든 부처님들은 이를 나타내고 짓고 힘을 쓰는 것이다. 범천이여, 모든 부처님들이 이를 지어서 열어 보이고 드러내어 설한다. 이른바 모든 행(行)이란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아서 항상함이 없이 굴러 움직이며, 일정함이 없고 구경이 없는 진법(盡法)이며 변역법(變易法)이라고 말한다. 설사 모든 부처님들이 멸도(滅度)한 뒤 바른 법이 가리어 매몰된다 하더라도, 역시 이와 같이 보탤 것을 나타내 보이시니 이른바 모든 행이란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다. 만약 부처님께서 모든 행이 한 순간의 빛의 그림자와 같다는 것을 나타내지 않는다면 모든 행이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으며, 마치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음을 마땅히 설하시지 않았을 것이다.범천이여, 모든 부처님께서는 모든 행이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은 것이며, 꿈과 같은 것이며, 메아리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며, 덧없이 굴러 움직이는 진법이요 변역법이라는 것을 안다. 때문에 모든 행이 마치 그림자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다고 설하는 것이다.지혜로운 자는 여기에서 그 모양을 본다. 그런데 그 모양이란 반연(攀緣)이며 인연의 이치이다. 그래서 모든 행이 덧없이 굴러 움직이는 진법이며 변역법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파괴되고 흩어지며 시절이 바뀌나니, 한 순간으로부터 하루의 낮과 밤, 반 달 내지 한 달, 일 년 내지 백 년, 일 겁에서 백 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다 괴멸한다. 아무리 큰 불이라도 타고 나면 꺼지고, 아무리 큰 물이라도 흐르고 나면 다시 그치며 아무리 강한 바람이라도 불고 나면 그친다.세계와 대지는 있다가도 없어지며, 큰 산으로서 이른바 철위산(鐵圍山)과 대철위산, 수미산 및 모든 흑산(黑山)들도 있다가는 없어진다. 해와 달과 별, 그리고 모든 권속(眷屬)들도 있다가 없어진다. 밝지도 않고 비추지도 않다가 그만 떨어져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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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하늘의 궁전은 있다가도 없어지며, 모든 왕도(王都)ㆍ성읍(城邑)ㆍ취락(聚落)ㆍ수림(樹林)ㆍ원지(園池)ㆍ즐길 만한 일들도 생겼다가는 없어진다. 모든 천인(天人) 등은 생겼다가는 없어지고 없어졌다가는 다시 생겨난다.모든 지혜로운 자들은 이런 모양을 보고 나면 마음이 이를 싫어하여 떠나게 된다. 이처럼 모든 행이 덧없어서 헤어지고 무너지고 변하여 바뀌고 다하여 없어지기 때문에, 평등하게 믿는 마음이 생겨 집을 버리고 집을 나간다. 그리하여 모든 행이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물속의 해와 달과 별 등 모든 빛의 그림자를 보고 나면 그런 모양들은 모두 그들의 반연이며 인연의 이치일 뿐이기에 보리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모든 지혜로운 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훈계를 받고 선지식의 가르침을 얻거나 혹은 스스로 사유하여 모든 행이 마치 그림자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믿는 마음이 생겨서 집을 버리고 집을 나간다. 그러다가 수다원과(須陀洹果)를 깨달아 얻기도 하며, 사다함과(斯陀含果)를 얻기도 하고,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얻기도 하고,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기도 한다.대승(大乘)을 믿는 자로 말하면, 더러 초인(初忍)을 얻기도 하고 혹은 제이인(第二忍)과 제삼인을 얻기도 하여 위없는 보리에 도달하기도 한다.가령 모든 부처가 멸도(滅度)한 뒤에도 이 세간에서는 또한 이처럼 법을 설하고 유행한다. 그리하여 중생들이 법을 듣고 나면 삼승(三乘)을 얻게 되리니 성문승과 벽지불승과 모든 종지(種智)가 위가 없는 대승이 그것이다.범천이여, 너는 마땅히 이 법의 순서를 알아야 하며, 또한 모든 부처들의 힘을 씀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지혜로운 자는 그 모양을 보고 마음에 싫어져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바, 모든 행이 한갓 덧없는 괴로움으로서 일정함이 없이 굴러 움직이는 진법이며 변역법일 뿐으로,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범천이여, 이런 것들이 또한 모든 부처의 경계이며 모든 부처가 힘을 쓰신 것이다. 중생들로서 이미 이를 수행하여 성취한 자는 이와 같은 정법(正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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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소리를 듣고는 여래에 대하여 생각하고 공경하여 믿게 되니 모든 행이 덧없이 무너지고 사라져서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여러 중생들 중에는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일찍이 범행(梵行)을 닦는 이가 있고 더러는 집에 있으면서 금계(禁戒)를 받아 지키기도 한다. 이런 인연으로 해서 이와 같은 모든 행이 덧없이 허물어져 없어지는 것이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다는 것을 이해하여 알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알고 나면 믿음이 생겨서 집을 버리고 집을 나간다.모든 불세존이 비록 세상에 아직 나오지 않았더라도, 여전히 모든 부처님들이 힘을 쓰시고 모든 부처님들께서 심어 놓은 선근(善根)이 있기 때문에 보리에 도달하는 것이다.범천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것들이 모두 모든 부처님들의 경계이며 모든 부처님들께서 힘을 쓰신 것이다.범천이여, 이 삼천대천세계는 범(梵)의 찰토(刹土)가 아니며 외도육사(外道六師)의 찰토도 아니고, 단지 우리들 모든 부처님들의 찰토일 뿐인 것이다.범천이여, 나는 옛날 여기에서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那由他) 아승기겁 동안 보살행을 닦았다. 한량없는 아승기의 모든 여래가 심은 한량없는 아승기의 선근(善根)을 청정하게 금계(禁戒)로 지니고 애써 범행(梵行)을 닦았으며, 또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를 통해 어려운 행과 괴로운 행을 닦아서 이 불토(佛土)를 포섭하여 닦고 다스려 청정하게 하였다.여러 중생들이 닦는 선근에 대해서는 그들이 견뎌내어 청정하게 한 것을 따라 그 그릇과 시기에 따라서 득도(得度)하게 하였다. 내가 긴긴 밤에 4섭사(攝事)로써 이들 중생을 포섭하였으니, 이른바 보시ㆍ애어(愛語)ㆍ이행(利行)ㆍ동사(同事)이다. 저들은 나의 서원(誓願)의 힘에 의해서 이 불토에 태어나서 나의 설법을 듣고 곧장 이를 믿고 이해하여 다시는 돌아가 범석(梵釋)이나 호세(護世) 등 모든 천왕(天王)들을 믿는 일이 없었다.범천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할 것이다. 이곳은 부처님의 찰토이며, 범석이나 호세의 찰토가 아니고, 또 외도육사의 찰토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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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과 백천의 범중(梵衆)들이 근심어린 모습으로 이렇게 말했다.“불세존께서 드물고 훌륭하고 묘한 법을 통달하셔서, 저희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이 여래의 처소에서 보기 드문 마음이 생깁니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마침내 드물고 한량없고 불가사의한 다함없는 경계를 가지셨습니다.”그리고 대범천왕은 즉시 귀의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그리고는 세존께 가르침을 청하면서 이렇게 아뢰었다.“바가바(婆伽婆)시여, 바가바께서는 저의 큰 스승이십니다. 수가타(修伽陀)시여, 수가타께서는 저의 큰 스승이십니다. 부디 세존께서는 저에게 가르쳐 주소서. 어떻게 머물러야 하고 어떻게 수행(修行)해야 합니까?”부처님께서 범천에게 고하였다.“이 삼천대천세계는 나의 불토(佛土)이다. 내가 지금 이를 너에게 맡기니 너는 마땅히 나의 말에 순종하여 참된 도와 좋은 눈이 끊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며, 위가 없는 불안(佛眼)ㆍ법안(法眼)ㆍ승안(僧眼)이 끊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고 말후(末後)의 법을 멸한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범천이여, 마땅히 장자(長子)인 동진(童眞) 미륵보살마하살이 있어서 그가 부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고 법을 따라 화생(化生)할 것이다. 그리하여 큰 자비와 연민으로 모든 중생을 이익 되게 하려고 할 것이며 즐거움을 얻어 안온하게 하려고 할 것이다. 그도 또한 이 삼천대천세계의 법다운 보처(補處)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여기에 머물러 다르지 않을 것이다.그런데 네가 이미 지금 나의 가르침을 받았으니, 또한 그에 대해서도 역시 순종하여 이와 같은 진도(眞道)의 법에 대해서 불안과 법안과 승안이 단절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어째서인가? 범천이여, 이러한 법들이 모두가 끊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 시절을 따라 불안과 법안과 승안이 끊어짐이 없도록 해야 하며, 제석과 범천의 천안(天眼)과 인안(人眼)과 해탈안(解脫眼) 나아가 열반안(涅槃眼)이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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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천이여, 이 때문에 내가 지금 너에게 나의 불토인 삼천대천세계를 맡겨 부탁하는 것이다. 범천이여, 나는 이미 이처럼 가르쳤으니, 너는 마땅히 이를 따라 순종하여 말후에 법을 멸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하라.”이에 삼천대천세계의 범천과 대범천이 모두가 먼저 성법(聖法)에 대하여 이미 바른 믿음을 얻었으므로 그들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즉시 이 성법에 대하여 깊이 그 바른 믿음을 얻었다.

 

 

출처 : 대비경(불교학술원)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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