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三界,(六道)]

삼계(영혼과 윤회)

근와(槿瓦) 2015. 8. 25. 01:22

삼계(영혼과 윤회)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제1장 천상의 단계와 종류

욕계의 6천은 1단계 사왕천, 2단계 도리천, 3단계 야마천, 4단계 도솔천, 5단계 화락천, 6단계 타화자재천을 말한다.

 

(1) 욕계 : 욕계는 욕심이 많은 중생들이 사는 세계라는 뜻이다. 욕(慾)은 욕심, 욕구 등 심적인 현상으로서 애욕(愛慾), 특히 물질욕, 식욕, 음욕, 수면욕, 명예욕 등 오욕이 많음을 가리킨다.

 

또 다른 뜻으로는 오관(五觀)의 대상인 빛(色), 소리(聲), 향기(香), 맛(味), 촉감(觸) 등 5종의 대상(五境)에 욕심을 부리는 마음을 뜻한다.

 

그러므로 욕계는 욕심이 많은 곳이며 색계와 같이 물질의 세계이지만 그 물질은 굴곡이 심하고 대소의 차이가 심하여 중생들의 생활에 불편을 주는 세계이다. 이 세계는 중생들의 업력이 부정하기 때문에 현현하므로 욕계의 중생들이 마음이 청정하고 행동이 착하면 자연도 정화되어 인간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극락정토의 세계로 바뀌어진다는 것이다.

 

(2) 색계 : 색계는 물질의 세계라는 뜻이다. 물질은 변천하면서도 그 성질이 서로 부딪치면 구애되고(變礙) 또 은닉되지 않으며 외부로 나타나 보이게 하는 시현(示現)의 성질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뜻에서 색계라고 한다.

 

색계는 욕계와는 달리 물질의 세계이기는 하나 그 물질이 아주 아름답고 청정하며 절묘한 물질(淨色)로 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세계의 이름도 특히 색이라는 이름만을 붙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세계는 욕계 중생보다 월등하게 복력이 많은 중생이 태어나 많은 복락을 즐기는 세계이다.

 

(3) 무색계 : 무색계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물질로 형성된 세계(無色所屬)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무색은 무상(無相)의 뜻을 갖는다. 즉 모습이 없는 진리의 체성(法體)을 뜻하므로 본질적인 물질과 순수한 정신만이 충만하여 있는 세계이다. 그러나 그 세계에 사는 중생들은 아직도 정신적인 번뇌가 미세하게 남아 있으므로 사바세계의 중생계에 속한다.

 

무색계는 욕계와 색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평화와 복락이 많은 세계이다. 그러므로 삼계에서는 가장 으뜸가는 세계이며 이 세계에서 더욱 정진하면 성불의 경지에 이른다.

 

색계와 무색계는 정지(定地)라 부르는데, 정지는 중생이 이들 세계에 나면서부터 그 마음의 바탕이 이미 선천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마음(定心)을 가진 중생들이 태어나는 세계임을 뜻한다. 그러나 정지 중에 무색계는 정이 많고 혜(慧)가 적다는(定多慧小) 말이 있다. 반면에 색계는 무색계만은 못하지만 정과 혜가 균등하다고 한다. 이를 정려(靜慮)라 부르며, 정(靜)은 정(定)을 뜻하고 여(慮)는 혜(慧)를 뜻한다. 정려와 정혜는 선(禪)을 뜻하며 선은 정신의 안락을 뜻한다.

 

중생은 물질적인 애착은 없고 다만 정신(心法)의 번뇌는 아직 남아 있다고 한다. 대중부와 화지부 등에서도 계와 같이 모습이 보일 정도로 커다란(麤頭) 물질은 없어도 미세한 물질은 있다고 주장한다. 여하튼 무색계는 모나는 곳(方處)이 없는 세계로서 욕계 위에 색계가 있고, 색계 위에는 무색계가 있다고 믿어 온 것이 일반적인 학설이다.

 

이들 육천에는 직접 수미산에 의거한 천국이 있는가 하면 완전히 공중에 의거한 천국도 있다. 사왕천과 도리천의 두 천국은 수미산에 의거한 천국이라는 뜻으로 지거천(地居天)이라 한다. 나머지 야마천과 도솔천, 그리고 화락천과 타화자재천 등 4천은 공중에 의거한 천국이라는 뜻에서 공거천(空居天)이라고 부른다.

 

사왕천에는 수미산을 둘러싸고 있으며 그 중앙에 궁전이 있는 행천(行天)이 있다. 그리고 이곳에는 36억의 천인들이 살고 있다. 또 이들을 영도하는 사천왕 중에서 특히 우리 인간계를 수호하는 호세천(護世天)은 제두뢰타(提頭賴吒)와 비사문천(毘沙門天)이다. 이 두 천의 천인들은 천왕과 더불어 인간세계를 두루 시찰하며 네 천하를 유람한다. 그런데 이들이 오욕락을 받는 도중에 전생에 닦은 선업이 다 없어지면 지옥, 아귀, 축생계에 다시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인간으로 태어나면 많은 복락을 받으며, 일체 국가에도 여행하고 유람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죄업을 범하면 다시 고통을 받기도 한다.

 

수미산에 그림자가 나타나면 인간들은 이를 밤이라 한다. 그런데 인간계의 북쪽 하늘의 별들을 유지시키는 것은 바람의 힘이며, 바람의 동력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 북쪽 별들을 인간들은 북두칠성이라고도 하는데, 사실상 이 별들이 우리의 세간과 국토를 능히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① 욕계

사왕천의 생활

먼저, 사왕천의 천인들은 어떠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그들은 전생의 선업으로 사왕천에 태어날 때 우리 인간계와 같이 모친의 태에 의하여 출생하는 것이 아니라 홀로 부모가 될 천인의 무릎 위에 순간적으로 출생한다. 이를 화생(化生)이라 하고 화현(化現)이라 한다. 그리고 출생 직후의 아이는 크기가 우리 인간의 1세 또는 2세(혹은 5세) 정도 크다. 천인들은 지혜가 있어 모든 것을 잘 구별할 줄 알기 때문에 무릎 위에 태어난 아이를 보고 곧 이 애는 내 아이라고 하며 각별히 돌봐준다.

 

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우리 인간계에서는 상상치도 못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거의 수승한 업력에 힘입어 지혜가 밝아 내가 어떻게 해서 사왕천에 태어났는가를 알게 된다. 자신의 과거의 인간세계에 있으면서 몸으로 선행을 닦았고, 입으로 옳고 착한 말만 하였으며, 마음으로는 항상 옳은 생각만 하였기 때문에 그 인연으로 이 하늘 나라에 태어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그 아이는 생각하기를 “나는 설사 이 하늘 나라에 태어나 수명대로 다 살고 또 다시 인간세계에 태어난다면 마땅히 신(身) · 구(口) · 의(意)의 삼업을 정화하며 과거보다 몇 배 이상 정진하여 모든 선행을 닦을 것이라고 서원을 한다.

 

이와 같이 출생하여 서원을 하고 생각을 하는 동안 그 아이는 문득 배가 고픔을 느낀다. 그러자 곧 아이 앞에는 보배로운 그릇에 백 가지 맛이 나는 청정한 식사가 놓여진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복이 많은 천인에게는 음식 색깔이 백색이고, 복력이 중간쯤 되면 그 음식은 청색으로 변하며 또 만약 복력이 아주 적으면 그 음식 색깔은 곧 붉은색으로 변한다. 그 음식은 입에 넣기만 하면 마치 우유 덩어리를 불에 던지면 즉시 없어지는 것과 같이 소화되어 버린다. 그리고 갈증이 나서 물을 생각하면 즉시 보배로운 그릇에 물이 담겨 앞에 나타난다. 물은 감로수이며 그 물도 역시 천인들의 복력에 따라 음식과 같이 백색, 청색, 적색으로 나누어 진다.

 

이와 같이 천국에서는 전생에 선행을 얼마나 닦았는가를 알려면 음식 색깔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생활면에서는 하등의 차별이 없다. 그 천인은 출생하여 음식을 먹고 나면 즉시 신체가 장대하여지며 다른 천인들과 다름없이 신체가 훌륭하게 구비된다. 그는 욕지(浴地)에 들어가서 목욕을 즐겁게 하고 나와서는 향수나무에서 마음대로 향수를 취하여 바른다. 다음에 겁구의수(劫具衣樹)라는 나무에서 마음대로 옷을 입고 장엄수(莊嚴樹)라는 나무에서는 장식품을 마음대로 가져다가 몸에다 장식한다. 과일을 먹고 싶으면 백미의 자연 과실을 따서 먹고, 오락을 즐기고 싶으면 악기수(天樂器)라는 나무 아래로 가서 천국만이 있는 악기를 가지고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천녀들과 함께 원림속에서 즐긴다. 여러 가지 나무들은 그 천인이 다가가면 자연히 가지가 고개를 숙여 필요한 만큼 가져가도록 해 준다. 그러나 천국에서 즐기다 보면 다 그렇지는 않지만 간혹 세월이 가는 줄을 모르고 향락에 빠져 수도하며 마음 닦는 것을 잊어버리는 천인도 있다. 그들은 무지로 말미암아 결국 과거에 닦은 복력이 다 없어지는 줄 모르고 천상세계를 유람하고 놀다가 그 향락에 염착심(染著心)을 내게 된다. 그때는 사방을 두루 알던 지혜가 없어지고 머리가 혼탁해져서 동쪽을 보면 서쪽을 잃어버리고 서쪽을 보면 동쪽을 잃어버리게 된다. 전생 일도 잘 알던 지혜가 없어지게 되며 어떻게 선행을 닦아 이곳에 태어났는가를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음녀들과 오욕에 빠져 오락만 즐긴다. 그리하여 인간계를 비롯하여 더 나쁜 세계로 다시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는 것도 모두 인과의 철칙이다. 그러므로 마음속의 번뇌가 없어지기 전에는 방심하지 않고 수도를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아무리 천국이라 할지라도 방탕하면 다시 나쁜 세계로 떨어지게 되므로 계속 선행과 지혜를 닦으며 정진해야 한다.

살생하지 않는 계율만 철저히 잘 지켜도 사왕천에 태어날 수 있다. 물론 여타의 계율도 닦는 것은 물론이다.

 

도리천의 생활

도리천의 천인들이 출생하는 형태를 보면 만약 인간이 도리천에 태어났다면 태어나는 즉시 인간으로 있었던 전생의 업식(業識)이 없어짐과 동시에 도리천에서 생활할 수 있는 천인의 의식이 새롭게 발생하게 된다. 즉 천인의 마음이 천국에 태어나는 즉시 아라야식을 중심하여 팔식이 구비되고 육체인 6근(六根)이 구비된다.

 

이와 같이 구비되는 절차가 인간계와 같이 어머니 태 중에서 점차로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일시에 구족하여 우리 인간계의 2세 내지 3세(혹은 6세) 가량의 큰 아이로 태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천인은 태생이 아니라 화생(化生)인 것이다. 그 아이는 인연이 가장 가까운 천인의 무릎 위나 다리 사이에 화현(化現)하여 나타나서 앉아 있으면 그 천인은 곧 이 아이는 내 아들 또는 딸임을 인식한다. 아이는 음식을 먹자마자 즉시 어른들과 같이 장대해지며, 천인들의 키는 자그만치 1유순이나 크다.

 

아이는 급속히 커서 마음대로 다닐 수 있으며 따라서 목욕물에 들어가서 씻고 목욕도 하며 마음껏 오락을 즐기기 시작한다. 그는 목욕을 하고 향수가 달린 나무와 영락(瓔珞)과 옷이 달린 숲속에 가서 마음대로 옷을 골라 입고 향수를 바르며 장식품도 가진다.

 

이와 같이 출생한 도리천의 천인들은 인간의 백년을 하루로 하여 천세를 산다. 그런데 이 천인은 천국에 태어나자마자 곧 전생 일을 잘 아는 숙명통(宿命通)을 가진다. 그는 전생에 인간으로 있을 때 남에게 잘 보시하였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웃어른을 잘 모시며 사회질서를 잘 지켰다고 기억해 낸다. 또 악을 범하지 않고 착한 일을 많이 하였던 과보로 이곳에 출생하였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과응보로 선보를 받은 천자는 출생하자마자 무엇인가를 먹고 싶어한다. 그러면 즉각 보배로운 그릇에 맛있는 하늘의 음식이 가득 담겨 앞에 놓이게 된다. 여기서도 위에서 말한 사왕천과 같이 음식의 색깔이 천인의 복력에 따라 상중하로 나타난다. 이와 같이 천인들은 생각만 하면 나타나는 사식(思食)을 한다.

 

즉 그 식사는 과거에 닦은 복력이 최고로 많으면 음식의 색깔은 백색이고, 복력이 중간이면 음식의 색깔은 청색이고, 복력이 최하인 천인에게는 적색의 음식이 나타난다. 그리고 과실 등 음식을 먹으면 호화롭게 꾸며진 궁전에 들어가 백천의 천녀들과 함께 가무하고 춤추고 즐겁게 산다.

 

도리천은 천국이면서도 퇴락하는 고통이 있게 되는데 천국의 고통을 경전에서는 여덟가지 종류로 들고 있다.

(1) 어떤 천인은 갑옷을 입고 아수라들과 전투할 때 비가 부정하게 오고 갑옷이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

(2) 아수라와 전투할 때 용감한 아수라를 보면 그 마음이 약해지고 퇴락하게 되는 고통이 있다.

(3) 어떤 천인에게는 식사할 때 식사가 나빠져서 수치심을 갖게 된다.

(4) 복력이 작은 천인은 제석천왕이 알아보지 못하는 고통이 따른다.

(5) 복력이 없는 천인은 몸의 색깔과 정력과 형상 등 일체가 나빠지는 고통이 따른다.

(6) 복력이 없는 천인(劣天)은 오관으로 접촉하는 물질과 소리와 향기와 맛과 촉감 등이 나빠지며 다른 천인과 용모가 똑같지 않은 고통이 따른다.

(7) 복력이 없는 천인은 그 천국에서 타락할 대 천녀들이 그를 버리고 달아남을 겪는다.

(8) 복력이 없는 천인은 만약 유희하는 전당에 오를 때 평소 있었던 신통이 저열해져서 속히 도착하지 못한다.

 

이상이 도리천에 있는 8종의 실괴사(失壞事)들이다. 이는 우리 인간계에서도 늙고, 병들고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으며 결국 삶의 욕구에도 불구하고 사망해야 하는 고통이 있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그 천인은 결국 천세를 살고 다시 인간계로 떨어지거나 더 못하는 세계로 떨어지고 만다.

 

 

아수라와 천인의 전쟁

전쟁은 우리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생계이기 때문에 천국에서도 전쟁을 한다는 것이다. 그 싸움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한 예를 들면 제석천왕은 제석천에서 누리는 쾌락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아수라의 미녀를 탐내다가 결국 아수라왕과 전투를 하게 된다. 제석천의 이웃에 있는 아수라세계에는 천국에 비하여 좋은 음식은 없지만 많은 미녀들이 있다. 제석천에는 좋은 음식과 미녀도 있었지만 아수라에는 더욱 많았다.

 

비마질다라는 아수라왕이 있었다. 그는 머리가 아홉이고 머리 위에 눈이 천 개가 되며 그리고 999개의 손과 8개의 다리가 있는 거구로 입에서는 항상 불을 토하는 괴물이었다. 이와 같은 아수라왕에게는 누구에게도 비할 수 없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그 딸의 이름은 열의(悅意)라 부르는데 마침내 제석천왕의 눈에 띄어 제석천왕은 아수라왕에게 부탁하여 아내로 맞았다. 그후 제석천왕이 다른 미녀와 정원에서 놀고 있음을 열의가 목격하고 부친인 아수라왕에게 일러 바쳤다. 비마질다왕은 이 말을 듣자마자 크게 노하고 군사를 동원하여 제석천을 공격하게 됨으로써 서로 전투를 하게 되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제석천왕이 아수라왕에게 아름다운 딸이 있다는 말을 듣고 보물을 많이 줄 터이니 딸을 달라고 청하였으나 아수라왕은 이 말을 듣고 자신을 모독하였다고 하면서 크게 노하였다. 성질이 급하고 표독하기로 유명한 아수라왕은 곧바로 군사를 일으켜 제석천을 공격하였다. 이와 같이 대전투가 일어나 장시간 싸우다가 화해하여 아수라왕은 딸을 주고 대신에 제석천왕은 많은 보물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제석천왕은 모든 천인들을 집합시켜 놓고 장식이 잘 되고 성능이 좋은 무기를 가지고 아수라를 공격하여 비마질다 아수라왕을 생포하고 양손과 양발과 목을 묶어 선법 강당으로 끌고 오라고 명령을 내린다.

 

이때 상대편의 아수라왕도 모든 아수라의 부하들에게 모든 천인을 공격하여 제석천왕을 생포하여 양손과 양발과 목 등을 묶어서 칠엽강당(七葉講堂)으로 끌고 오라고 명령하였다. 그리하여 양군이 일시에 봉기하여 전투를 시작함으로써 대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그런데 결국 제석천왕이 그 전투에서 승리하게 되며 동시에 아수라왕을 사로잡아 선법당에 구속하게 된다. 아수라왕은 선법당과 제석천의 장식품, 그리고 천인들의 쾌락을 보고 흠모심을 내며 매우 수승한 곳이라 찬탄한다. 그는 이곳을 벗어나려고 하면 그 구속은 더욱 심하여 고통을 더 받게 된다.

 

문헌에 의하면, 비마질다 아수라왕이 결박된 것은 우리 마음이 모든 마구니에게 결박된 것과 같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아수라왕이 삿된 사유, 즉 남을 해치려는 나쁜 마음을 가졌을 때 더욱 결박되고 이와는 달리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이익을 주며 바르고 정당한 생각을 하며 아집이 없을 때는 곧 그 결박에서 해탈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의미 심장한 뜻으로서 모든 것은 마음이 선악에 의하여 그 결과가 나타난다는 유심조의 사상과 통한다.

 

즉 아수라왕이 최초에 나쁜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제석천을 공격하였고 결국 그 마음으로 인해 구속까지 당한 것이다. 그 원인은 삿된 마음에 있다. 그러므로 삿된 생각은 결국 악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이유가 성립되는 것이다. 실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마음 안에서 정(正)과 사(邪)를 가려 고통을 즐거움을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수라왕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난 대인격과 덕망이 있고 신통도 많은데 도리천의 천인과 일월의 모든 천인들이 나의 위에서 허공을 마음대로 유람하고 다닌다. 그러므로 나도 허공에 있는 해와 달을 취하여 나의 귀에 장식하며 자유로이 유람 다닐 것이다’하고 스스로 화를 내며 싸울 것을 결심한다. 그는 곧 이웃에 있는 동타(撞打) 아수라에게 마음으로 전달하니, 동타도 곧 아수라왕의 마음을 알고 주위의 아수라들에게 명령하여 무장케 하고 보거를 타며 아수라왕의 처소에 도착한다.

 

제석천왕은 시봉하는 천인에게 명령하기를 ‘너는 야마천과 도솔천과 화락천과 타화자재천에 가서 각 천왕들에게 아수라들이 무수하게 와서 전투하려고 하니 연합하여 전투하자는 친서를 전달하라’고 한다.

 

그때 그 천인은 곧 모든 천왕에게 가서 제석천왕의 뜻을 전달하니 천왕들은 제석천왕의 뜻임을 알고 즉시 갑옷으로 무장하여 무수한 부하들을 인솔하고 수미산의 동서남북에 진을 친다. 그밖에 묘장귀신(妙匝鬼神)과 선주용왕(善住龍王)들도 제석천왕의 뜻을 생각으로 전해 듣고 곧 무장하여 도리천에 나타난다.

 

이와 같이 제석천왕은 연합군을 편성하여 자신도 갑옷과 무장을 갖추어 입고 전장에 나아가 아수라족과 싸운다.

 

그런데 천인들의 무기는 우리 인간의 무기와 같이 살상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이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들은 아수라가 가지고 있는 무기와 색깔도 거의 같으며 성능이 같다고 한다. 그리고 서로 찌르고 부상 당하여도 흠집과 상처가 없고 다만 다친 인연으로 내적인 고통만을 극심하게 받는다.

 

이와 같이 천인들은 서로 전투하는 도중에 심한 부상을 당하였다 하더라도 외부로 상처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천인들은 내적인 고통을 느끼게 되며 매우 예민한 감정을 갖고 있는 천인들이기 때문에 조금만 다쳐도 안으로 고통을 심하게 느낀다.

 

이상과 같이 도리천 즉 삼십삼천은 갑자기 아수라 세계와 전투가 벌어져 육욕천을 동원하는 등 여러 천국이 일시나마 소란하게 된다. 이는 아무리 천국이라 하여도 아직 번뇌가 있는 범부의 세계에 속하므로 욕심과 진심이 있다는 증거를 표시한 것이다. 하늘에 있으면서도 전투를 일삼으며 질서를 파괴하는 아수라 세계를 비유하여 우리 사회에서 무질서하고 사태가 복잡하게 된 것을 수라장(修羅場)이 되었다고 표현한다.

 

야마천(夜摩天)의 생활

야마천은 일명 염마천(焰摩天)이라 부르며, 또 수시로 낙(樂)을 받는다는 뜻에서 시분천(時分天)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천국은 위에서 설명한 도리천의 바로 위에 있는 천국으로서 사왕천과 도리천까지는 수미산의 상봉 이하인 지층에 위치한 천국이라는 뜻에서 지거천(地居天)이라 하고, 이 야마천부터는 공간에 의지하여 있다는 뜻에서 공거천(空居天)이라고 부른다. 이 야마천은 도리천보다 배 이상이 더 큰 천국이며 복력도 배가 더 많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야마천은 높이는 도리천으로부터 68만천 유순의 높이에 위치하고 궁전과 누상의 높이도 도리천의 누상보다 두배나 높다. 그 땅은 32처(處)가 있으며, 땅의 높이는 5천 유순이다. 이 천국은 허공에 건설되어 있는데, 이는 마치 허공 가운데 구름이 모여 있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 천국이 허공에 떠서 있을 수 있는 것은 바람이 떠받들어 유지시키고 그 밑에는 물에 의하여 유지되기 때문이다. 또 물은 바람에 의하여 유지되며 그 바람을 염바풍(閻婆風)이라고 이름한다.

 

야마천에는 큰 산봉우리가 있으며 그 위에 1천 개의 궁전이 있다. 그 궁전은 매우 화려하게 장엄되어 있으며 천자와 천녀들은 야마천왕을 둘러싸고 춤추고 노래하며 논다. 천인들은 출생하면서부터 큰 힘이 있어서 공중으로 마음대로 날아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산 위에 있는 천전(天殿)으로 날아가서 오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이곳 궁전 속에서 천녀들이 가무하고 새들이 아름답게 노래하므로 참으로 극락과 같은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궁전에는 모든 것이 구족한 애승처(愛勝處)가 있고 칠보로 장식된 승묘한 원림이 있으며 경치가 뛰어난 연화지(蓮花池)가 있다. 그곳에서 새들과 오리와 원앙새 등 뭇새가 상하로 날아다니며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여러 가지 색깔의 기들이 바람에 휘날려 더욱 아름답게 한다.

 

이곳의 궁전들은 허공에 왔다갔다 이동하기도 하고 궁전과 궁전이 서로 합해지기도 하며 또 이산(離散)하기도 하는데, 이를 행전사(行殿舍)라 한다. 이 행전사는 밝은 빛이 나는 보배로 꾸며져서 아름답기 한이 없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가무와 승묘와 음성이 단절되지 않으며 무수한 꽃이 만발하고 그 향기는 온 궁전을 향기롭게 하여 더욱 장관을 이룬다.

 

또한 야마천은 산과 계곡으로 이동하는 나무도 있어 자연환경은 더욱 말할 수 없이 좋다. 어떤 천인들은 너무도 화려한 환경에 심취하여 도를 닦을 줄 모르고 전생에 닦은 복력과 지혜에만 의지하기만 한다.

그러한 천인들은 결국 무지에 쌓여 세월이 가는 줄도 모르고 오락에 빠져 말년에는 다시 하급 세계로 타락하고 만다.

 

야마천은 도리천보다 배가 되는 2천세를 살고 또 더 살 수 있고 덜 살 수도 있지만 일부 천인들은 결국 인간계로 다시 떨어지거나 아니면 더 못한 세계로 떨어지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조사들은 일시적인 쾌락으로 세월만 보낼 우려가 있는 천국에 태어나는 것보다는 진리 탐구와 선행에 용맹하며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는 인간계를 원한다.

 

도솔천(兜率天)의 생활

도솔천은 일명 도사다천(覩史多天)이라 부르기도 한다. 도솔천은 후신보살(後身菩薩)이 천국에서 교화하며 모두가 수행하여 기쁨과 만족을 얻는다는 뜻으로 희족(喜足) 또는 지족(知足)이라 이름하기도 한다. 야마천의 위에 있는 천국인 이 곳은 야마천보다 배가 더 크며 복력도 배로 많다. 이 천국의 내용은 야마천의 경우와 유사한 점이 많다. 여기에는 미륵보살을 비롯하여 5백 보살이 설법하면서 천인들을 교화하는 도량도 있다. 그러나 어떤 천인은 더욱 정진하여 진리 탐구에 열중하지 않고 쾌락에만 몰두하였기 때문에 전생에 닦은 복력이 다 없어지고 과거에 수행한 지혜도 없어지게 된다. 그러한 천인들은 전생의 일을 기억하는 숙명통이 없어지고 결국 중간에 죽기도 한다. 끝까지 산다면 4천세까지 살다가 도솔천을 떠난다.

 

이와 같이 도솔천의 복락은 우리 인간계에서는 상상치도 못하는 복력을 누리고 있지만 여기서도 타락하는 천인이 많이 있다.

 

도솔천에는 5백여 보살이 거주하는 처소가 있다. 이들 보살 중에 도솔천왕이 있으며 천왕의 이름은 적정(漃靜)이라 한다. 도솔천왕을 비롯하여 모든 보살들은 천인들을 위하여 무명과 번뇌 또는 인연과 인과 그리고 윤회 등을 설법한다. 그러면 모든 천인들은 이러한 정법을 일심으로 뜻을 집중(一心專意)하여 진실하게 듣는다. 이러한 청법(聽法)의 선업으로 인하여 위신과 복덕이 더욱 수승해지고 이목구비의 형상도 백천 배 더 훌륭하게 된다. 이와 같이 천국에서도 진리를 존경하고 더욱 정진하면서 수행하면 적어도 보살의 성인 지위에 올라가고 또 천복을 감소시키지 않고 유지시킨다. 그렇지 못하는 천인은 천국에서도 복력이 줄어들고 또 욕계의 하등 세계로 타락하고 만다.

 

 

화락천(化樂天)의 생활

화락천은 도솔천보다 배가 크고 복력도 배가 더 많은 천국이다. 이곳에 태어나려면 전생에 육체적 행동이 진실하고 착실(身行善)해야 하며, 말이나 행동이 거짓되지 않고 이간질하지 않으며, 악담하지 않고 모략 중상과 간사한 말을 하지 않는 선행(口行善)을 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생각이 옳고 그릇되지 않은 진리적 이념과 정의감을 갖고 중생 구제의 생각이 떠나지 않는 사상(意善行)을 닦아야 한다. 이러한 선업을 닦은 사람이 이곳에 화생으로 태어나며 인간계의 5세와 6세(혹은 8세) 정도의 큰 아기로 태어난다. 그리고 출생하자마자 육체는 어른들의 천인과 똑 같고 판단도 어른과 같다.

 

기록에 의하면 화락천에 사는 천인의 키는 8유순이며 의복의 길이는 16유순이고 넓이는 8유순이다. 그리고 중량은 1가리사(迦利沙, 兩)의 16분의 1에 불과하며 혹은 1수(銖)라고도 한다.

 

이와 같이 키가 크지만 천국은 오히려 올라올수록 중량이 가벼워진다. 이들은 수명이 8천세이며 여기서도 8천세를 못다 살고 중간에 죽는 중요(中夭)의 천인도 있다.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의 생활

타화자재천은 타인을 위하여 마음대로 악기(樂具)를 나타내어(化) 즐겁게 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즉 천인들이 남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마음대로 악기 등을 변화시켜 자유자재하게 즐겁게 하는 신통력을 발휘함을 뜻한다. 이곳은 화락천보다 배가 더 큰 천체이며, 이들의 복력도 화락천보다 배 이상이 더 많다. 그러므로 모든 생활과 환경이 말할 수 없이 좋다고 한다. 이 천국은 욕계의 육천 중에서 가장 위에 있는 천국이며 동시에 제일 훌륭하고 제일 큰 천국이다. 그러나 향락에 빠지기 쉬운 천국인지라 많은 천인들은 복락을 즐기다 전생의 일을 아는 숙명통을 잃는다. 이것이 바로 천인의 타락 현상이다. 이들은 중간에 사망(中夭)할 수도 있다. 만약 타화자재천의 수명을 다 산다면 1만6천세를 산다. 그리고 평소에 진리 탐구에 정진을 많이 한 천인은 그 수승한 복력에 따라 색계와 무색계 등 더욱 훌륭한 세계에 가서 태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천국의 향락에 집착하여 방일만 하면 결국 타락하여 인간계나 그 이하의 지옥에까지도 떨어질 수도 있다.

 

이상으로 욕계의 육욕천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우리 인간계를 비롯하여 육욕천도 윤회의 도상에 있는 중생들이 사는 세계이다. 윤회하게 된 근본 원인은 진리에서 이탈하는 무명 때문이다. 그 무명으로 말미암아 모든 환경에 순응하여 진리롭게 살지 못하고 오히려 집착을 일으켜 악업을 범하고 만다. 그 집착은 곧 자기를 구박하는 것으로 집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식박(食縛)이며 또 하나는 촉박(觸縛)이다. 이들 식박과 촉박은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모든 대상을 두 가지로 나눈 것이다.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식박 : 식박은 중생이 식사할 때 그 식사의 대상에 집착하고 그 맛에 의하여 구속당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육도 중생이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분류하면 단식(摶食)과 촉식(觸食)과 사식(思食)과 식식(識食)등 4식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단식 : 단식(밥 · 국수 · 나물 · 기름 · 간장 등과 같이 형체가 있는 음식)은 일명 취식(取食) 또는 단세활식(摶細滑食)이라고 한다. 이 식사는 모아서 먹거나 집어서 먹는 방법으로서 인간계와 욕계의 육천과 팔대지옥과 귀신 등의 일부가 식사하는 방법이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인간은 쌀과 보리 등 여러 곡식을 뭉쳐서 먹거나 모아서 먹는다. 그리고 고기류 등도 먹는다. 때로는 목욕하고 옷을 입는데 여기서는 목욕하고 의복을 입는 것도 육체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므로 이것도 일종의 식사로 취급하여 세활식이라고 한다. 이러한 식사는 남섬부주, 서우화주, 동승신주가 같고 단울단월주만이 다르다. 이 주는 복력이 매우 수승하여 아주 정결한 자연의 갱미만을 먹는다. 갱미는 하늘에서 먹는 맛(天味)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

 

(2) 촉식 : 촉식은 혹은 온식(溫食)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촉감으로 식사를 삼는다는 뜻으로 이렇게 식사하는 중생은 알(卵)과 새 종류(鳥類) 등이다. 간혹 귀신도 촉식을 한다고 전해오기도 한다.

 

(3) 사식 : 이 사식은 염식(念食) 또는 의식(意食)이라고도 한다. 이 식사는 뜻과 생각으로 식사를 하는 것을 뜻한다. 어떤 중생은 사식만으로도 육체(諸根)를 건강하게 하고 또 수명이 끊어지지 않게 연장해 간다.

 

(4) 식식 : 이는 마음으로 식사한다는 뜻이다. 즉 정신 수행을 통하여 물질적인 것을 가리지 않고 순전한 정신적인 것만으로 식사를 삼아도 동시에 충분히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이는 참으로 최고의 식사에 속한다. 이를 선정에 의하여 식사한다는 뜻으로 선식(禪食)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와 같이 식식하는 곳은 색계천과 무색계천이며 이곳 천인들은 모두 식식을 한다.

 

(참조)

마신천(摩身天)에 대해서 일언하고자 한다. 경전에 의하면 마신천은 마라천(摩羅天) 또는 마천(魔天)이라고도 칭한다. 이 하늘은 마군(魔群)들이 다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하늘은 화락천과 타화자재천의 사이에 있으면서 따로 독립된 천국이 아니라 마라천궁(摩羅天宮)의 일종으로 타화자재천에 속한 천국이라고 <유가사지론>에서는 밝히고 있다.

 

② 색계천

색계에 태어나는 사람은 욕계와 같이 욕심이 많고 악업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 물질에 대한 욕심이 없고 모든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고 자선 행위를 많이 하며 남을 위하여 모든 것을 베풀어 주고 봉사하며 온갖 선행을 다한 사람들이다.

 

색계는 이와 같이 복력이 많고 착한 행동을 많이 한 사람들이 태어나는 세계이다. 이 세계는 욕계의 물질과는 매우 다르며 아주 청정하고 절묘한 물질로 구성된 세계이므로 이를 색계라고 한다. 색(色)은 물질을 의미하며 물질은 변화의 성질과 구애되는 성질이 있다고 해서 변애(變礙)라고 번역한다.

 

색계는 정묘(精妙)한 색질(色質)로 구성된 세계로서 욕계와는 달리 주야가 따로 없는 천국이다. 그러므로 천인들의 수명도 겁의 숫자로만 헤아린다. 이들 색계천의 천인은 전부가 부모에 의지하지 않고 영혼(아라야식)이 단독으로 태어나는 화생으로 출생한다. 그리고 색계의 천인들은 남녀의 구별이 없으며 자유자재하게 비래비거할 수 있는 신통력이 있다. 이와 같은 신통은 대부분 육욕천을 비롯하여 모든 천인들이 다 가지고 있으나 그 질은 천국과 다소 다르다.

 

(1) 공중에 날아갈(飛去) 때 거리에 구애하지 않고 한없이 갈 수 있다.

(2) 날아올(飛來) 때도 무엇에 구애되지 않고 한없이 올 수 있다.

(3) 도보로 걸어갈 때도 한없이 걸어갈 수 있다.

(4) 도보로 걸어올 때도 한없이 걸어올 수 있다.

(5) 천신(天身)에는 피부와 골수와 근맥(筋脈)과 혈육이 없다.

(6) 몸에는 부정한 것이 없고 대소변도 없다.

(7)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피곤함이 없다.

(8) 천녀들은 아들과 딸을 출산하지 않는다.

(9) 천인들의 눈은 눈을 깜짝하지 않고도 현란(眩亂)하지 않는다.

(10) 천인들의 몸은 마음대로 색깔을 나타낼 수 있다. 청을 좋아하면 청색을 나타내고 황색을 좋아하면 황색을 나타내는 등 적색과 백색의 모든 색을 마음대로 나타낼 수 있다.

 

이상은 천인들이 갖고 있는 열 가지의 비법이다. 이러한 신통력을 갖고 자유롭게 사는 색계의 천인들은 대부분 육욕천의 타화자재천보다 복력이 배가 더 많으며 색계의 초천(初天)부터 그 복력이 점점 상천(上天)까지 배증하게 된다. 또 식사도 선정(禪定)으로 하며 의식주에는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는다.

 

색계천의 수명과 신장을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수명을 살펴보면 범중천에 사는 천인들은 20중겁을 살며, 범보천에 사는 천인들은 40중겁의 수명을 산다. 또 대범천에 사는 천인들은 수명이 60중겁을 살며, 소광천에 사는 천인들은 수명이 80중겁을 산다. 이와 같이 점점 상천(上天)으로 배증하여 계산해 올라가면 다른 천국의 수명도 알 수 있다. 여기서 다만 무운천만은 예외로서 3겁을 감한다.

 

다음 신장을 살펴보면 신장은 너무나 커서 유순을 사용한다. 유순은 또 유선나(踰繕那)라고도 지칭하는데, 여기에는 상유순과 중유순과 하유순이 있다. 상유순은 60리이고, 중유순은 50리이며, 하유순은 40리의 길이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상중하의 유순 가운데 어느 유순에 해당하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여하튼 색계의 천인들의 키는 매우 커서 유순을 사용한다. 그러나 40리 설을 자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우선 40리로 생각하고 계산하는 것이 좋겠다. 이와 같이 생각하면 색계천의 천인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키가 크다.

 

③ 무색계천

삼계 중 욕계와 색계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무색계는 삼계 중 가장 위에 있는 천국이며 또 가장 복력과 지혜가 많은 중생이 태어나는 세계이다. 그러므로 이 세계는 보살과 같은 성인들이 선정을 닦으며 사는 영적인 세계라고 한다. 그러기에 천국의 이름도 물질(色法)이 없는 천국이라는 뜻에서 무색천(無色天) 또는 무색행천(無色行天) 그리고 무공천(無空天)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은 전생에 물질에 대한 생각(色想)을 싫어하고 염환(壓患)하는 무색정(無色定)을 많이 수행한 범부들이 출생한다고도 한다.

 

그러므로 이곳은 그 모습이 나타나는 물질로 구성된 세계가 아니며 방처(方處)도 없고 색질(色質)도 없으며 과거와 미래가 없으며 사방과 상하도 없다.

 

다시 말하면 모습을 나타내는 물질계가 아니라 모습이 없는 물질계를 뜻한다. 모습이 없다는 말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극미의 물질을 뜻한다.

 

극미의 육체와 전신을 명근(命根)으로 한다. 명근이란 수명을 뜻하며, 수명은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기 이전의 생존 기간을 말한다. 그러나 이곳도 정력(定力)에 의하여 생활하다가 인연이 다하면 명종(命終)하고 다시 욕계나 색계에 내려가 출생할 때 중유의 현상이 나타난다.

 

이와 같이 무색계도 영적인 세계이면서도 수명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명종이 있게 된다. 명종이란 수명을 끝마쳤다는 뜻이며, 수명을 끝마쳤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사망하였다는 말이다. 무색계에서 상상할 수 없는 수명을 유지하는 것은 모습이 없는 육체를 지녔기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며 인간계와 귀신계, 그리고 축생계만이 사후에 자취를 남기는 시체가 있으며 여타의 천국과 지옥계 등은 정신적인 식(識)과 더불어 동시에 소멸하기 때문에 나머지 시체는 없다는 것이다. 천국에는 출생할 때도 화생으로 태어나고 죽을 때도 자취를 남기지 않고 영혼과 더불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그것은 극미의 물질로 형성된 몸이기 때문이다.

 

1. 공무변천(空無邊天)의 천인

제1천에 속하는 공무변천에 출생하게 된 것이다. 이곳을 공처(空處)라고도 하는데 유형의 물질(色)이 무형의 물질(空)임을 생각하면서 수행한 사람들이 태어난다.

 

다시 말하면, 이곳 천인들은 과거에 담(墻) 벽과 나무와 가옥과 언덕 등을 관찰할 때 그 내용이 가상이고 공한 모습(空想)이라고 집중적으로 사유하였다.

 

그리하여 모든 색상을 초월하게 되었으며 허공무변(虛空無邊)의 무색정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인과응보에 의하여 공무변천에 출생하여서는 모든 물질에 대한 애착을 완전히 떠나 수 · 상 · 행 · 식의 정신에만 애착을 갖는 과보를 받는 것이다.

 

2. 식무변천(識無邊天)의 천인

식무변천의 천인은 공무변천에서 수행한 외공(外空)을 염오(壓惡)하고 그 허공에 대한 사유를 버리며 마음속에 있는 내식(內識)을 관조하여 출생한다. 이 천국은 안식 · 이식 · 비식 · 설식 · 의식 등 내식을 반연하여 심식이 무량하고 무변하다는 이해를 얻어 무색계의 제2정에 해당하는 식무변처정을 닦은 과보로 출생하는 곳이다.

 

3. 무소유천(無所有天)의 천인

무소유천의 천인은 위에서 말한 식무변천의 식처(識處)를 싫어(壓患)하고 더욱 정진하여 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을 수행하여 그 인과응보로 이곳에 출생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밖의 허공과 같은 현상을 관조하다가 여기서 다시 안으로 마음속의 심식을 관조하였으나 그 심식도 역시 인연이 나타나는 가상이며 실재로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심식이 무상하여 본래 없다(無所有)고 관찰한다.

 

4. 비상비비상천(非想非非想天)의 천인

비상비비상천은 이른바 비상비비상정(非想非非想定)을 수행한 인과응보로 출생한 중생들이 사는 천국이다. 이 천국은 욕계, 색계, 무색계 등 삼계 중에서 가장 높고 수승하며 최고의 천국이라는 뜻에서 유정천(有頂天)이라고도 칭한다. 번뇌를 완전히 해탈한 성불의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미세한 번뇌가 작동하는 한 세상(細想)이 없지도 않기 때문에 비비상이라 이름한다. 상(想)이 없지만 상(想)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비상비비상이라 한다.

 

이와 같이 비상비비상처천은 삼계 가운데에서 가장 최고의 천국이고 복력이 많은 중생들이 사는 곳이기도 하지만, 마음이 번뇌에서 완전히 해탈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천인들은 아직도 역시 범부이며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제2장 아수라의 세계

아수라의 세계는 사악도세계(四惡道世界)에 속하면서도 매우 부유하고 다복한 세계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아수라는 진심(瞋心)이 많아서 성을 잘 내며 싸움을 잘하는 중생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전생에 진심을 많이 내어 다른 사람들을 괴롭게 한 과보로 이곳에 태어난다. 악업의 죄를 많이 지어 태어나기 때문에 때로는 악취(惡趣)라고도 하며 지옥, 아귀, 축생과 더불어 사악취라 칭하기도 한다. 이들 아수라들은 신장이 일 유순이며 옷 길이는 2유순이고 넓이는 1유순이다.

 

아수라의 세계는 우리 인간계에서 상상할 수 없는 만큼 호화찬란하며 많은 복덕을 즐기는 세계이다. 그러나 이들은 한번 성이 나면 걷잡을 수 없이 포악하여 그 진심(瞋心)은 어느 세계에도 비교될 수 없을 만큼 극심하여 문자 그대로 수라장(修羅場)을 일으켜 업을 짓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일시적인 복락은 받지만 나쁜 업을 지을 때는 한없이 지어 미래 세계에는 나쁜 과보를 받게 된다.

 

아수라(Asura)에 대한 해석을 보면 알 수 있다.

즉 아수라는 아소라(阿蘇羅, 阿素羅)라고 발음하기도 하는데 그 번역은 무단(無端) 또는 비천(菲天)이라 한다. 먼저 무단은 용모가 단정하지 못하고 추루(醜陋)하며 특히 여자는 미녀가 많지만 남자는 추남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술이 없는(無酒) 곳이라고 한다. 비천은 모든 환경이 천국과 같지만 그러나 성품이 사나워서 항상 제석천(帝釋天) 등 천국과 전투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전투하는 신에 가까우며 천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천도에 속할 수가 없다고도 한다.

 

<아수라의 세계>

아난아, 이 삼계안에 또 네가지 아수라가 있느니라. 만일 귀신갈래에서 불법을 보호한 힘으로 신통을 얻어서 허공에 들어가는 것이 있나니 이런 아수라는 알로 낳는 것으로 귀신갈래에 속하느니라.

 

만일 천상갈래에서 덕이 모자라서 떨어진 것은 그 있는 데가 해와 달과 이웃하였나니 이런 아수라는 태로 낳는 것으로 인간 갈래에 속하느니라.

 

어떤 아수라는 세계를 붙들고 있으며 기운이 세고 두려움이 없으므로 범천왕과 제석천왕과 사천왕들로 더불어 권리를 다투나니 이런 아수라는 변화하여 나는 것이므로 천상갈래에 속하느니라.

 

아난아, 따로 한 종류의 하열(下劣)한 아수라가 있어서 바다속에서 생겨나서 물구멍에 잠겨있으면서 아침에는 허공으로 돌아다니다가 저녁에는 물에 돌아와서 자나니 이런 아수라는 습기로 나는 것으로 축생갈래에 속하느니라.

 

제3장 인간계의 네 가지 세계

인간계는 수미산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즉 구산과 비교하면 제9 철위산의 안쪽임과 동시에 제8 지쌍산의 바깥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위치한 인간의 세계는 중생들의 업력에 따라 사처(四處)로 나누어져 있으며, 이를 사주(四洲)라 한다. 사주는 남섬부주(南贍部洲)와 북구로주(北俱盧洲), 그리고 동승신주(東勝身洲)와 서우화주(西牛貨洲)를 말한다.

 

1. 남섬부주

남섬부주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계를 말한다.

 

<장아함경> 제18권에 의하면, 남섬부주는 수미산의 남쪽 하늘 밑에 있는 세계로서 일명 염부제(閻浮提)라고 부른다. 그 땅을 보면, 남쪽은 좁고 북쪽은 넓으며 넓이와 크기는 7천 유순이며 사람들의 얼굴은 지형(地形)과 같다. 다시 말하면 사람의 얼굴은 차형(車形)과 같다고 전해오고 있으며 지형대로 위는 넓고 아래는 좁은 얼굴을 가졌다고 한다. 이 지구도 남섬부주에 속하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특성을 좀 더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 인간은 전생에 십선을 행하고 기타 선행을 많이 쌓은 공덕으로 인간의 과보를 받게 되었다.

 

남섬부주에 속하는 우리 인간계는 지나치게 고통스럽지도 않고 또 지나치게 쾌락에 빠질 우려가 없는 중간의 세계이다. 인간계는 진리 탐구에 가장 알맞은 세계이며 선행을 닦고 복과 덕을 닦는 데 가장 좋은 세계로서, 지혜와 용맹을 구비한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라고 한다.기세경(起世經)에는 인간계에 대한 다섯 가지 특징을 들고 있다.

 

첫째, 진리에 용맹하고 건전한 생각(勇健)을 가진 사람이 태어나는 곳이다.

둘째, 올바른 생각(正念)을 항상 가진다.

셋째, 부처님이 출세할 곳(佛出世處)이다.

넷째, 인간계는 수행하여 선업을 닦을 수 있는 곳(是修業地)이다.

다섯째, 청정한 수행을 실천할 수 있는 곳(行梵行處)이다.

 

이상의 다섯 가지는 오직 남섬부주에 속하는 인간계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항목은 우리 인간계가 부처님이 출현할 곳이며, 또 성불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 점이다. 그리고 수행하기 좋은 곳이며 무엇이든지 용맹스럽게 해낼 수 있는 곳이 바로 우리 인간계라고 한 점은 우리 인간에게 더욱 용기를 주는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여러 세계에서 사는 인간과 천국인 등 많은 중생들이 제각기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특히 남섬부주에 사는 우리 인간계는 어느 세계보다도 진리 탐구와 자아를 완성하고 진리를 깨닫고 해탈할 수 있으며 성불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세계이다.

 

우리 인간계가 욕계의 천체가 파괴되는 괴겁(壞劫)의 시기가 돌아올 때 지옥, 아귀, 축생은 물론 육욕천의 천인들까지도 우리 인간계에 와서 구원을 받고자 한다. 그것은 괴겁이 시작하면 인간계에 와서 마음을 수행하여 죄업을 소멸하고 선정(禪定)을 닦아 다시 삼재가 미치지 않는 세계로 옮겨가기도 한다.

 

이와 같이 우리 인간계는 모든 욕계 중생들이 선정을 닦아 색계의 제사선천(第四禪天)이상의 천국으로 올라가 구제를 받은 후에 파괴된다.

 

이와 같이 볼 때 인간계는 욕계 중생의 수행처이며 진리 탐구에 가장 좋은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인간에게도 악업을 지은 사람이 많아 고생을 면치 못할 사람이 많으며 그 차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인간은 무엇이든지 하면 성취할 수 있는 지혜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불교의 인생관이다. 경전에 의하면 인간의 수명을 백년 전후로 정하고 있다. 백년 동안 진리를 닦고 선업을 짓는 데 정진하면 성불할 수 있고 동시에 악도를 면하여 극락세계에 태어날 수 있다.

 

2. 동승신주

인간계는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땅의 형태는 반월형으로 생겼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키가 매우 크고 잘 생겼으며 얼굴도 땅의 형태에 따라 역시 반월형으로 생겼다는 것이다. 키는 우리 인간의 키와 같고 수명은 우리 세계보다 2백세가 많은 3백세를 산다. 여기서도 살다가 중간에 죽기도 하고 3백세를 다 살다 죽기도 한다.

 

3. 서우화주

서우화주는 서쪽 인간계를 말한다. 서우화주는 구다니(瞿陀尼) 또는 구야니(俱耶尼) 등의 다른 이름이 있다. 이 주는 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주의 형태는 둥근 원형으로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이 세계는 만월형으로 되어 있으며 이곳 사람들도 얼굴의 모양이 주(洲)의 형태와 같이 둥근 만월형이다.

 

동승신주는 남섬부주보다는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으며 수명도 남섬부주보다 백세가 더 많은 2백세를 산다. 그러나 누구든지 2백세를 다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중에는 중요(中夭)의 죽음도 있다. 즉 박복한 사람은 살다가 중간에 죽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장은 우리가 사는 남섬부주의 사람들과 같다고 한다.

 

4. 북구로주

북구로주는 수미산의 북쪽에 있는 인간세계를 말한다. 이 세계의 형태는 사각형으로 된 방형(方形)이며 그 주의 이름을 울단월(鬱單越)이라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 사는 인간의 얼굴은 국토의 모양처럼 사각형으로 생겼다고 한다. 이 세계의 사람들이 다른 주의 인간세계보다 복력이 뛰어나게 수승하고 살기가 좋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이곳 사람들은 아집이 없는 무아의 경지에 도달하였고, 수명도 장수하여 천세를 산다.

 

인간은 출생할 때 출생의 고통을 받게 되고, 배가 고프거나 갈증을 느끼는 고통을 감수하여야 한다. 그리고 목적을 갖고 하고자 하는 일이 잘 되지 않는 고통도 있으며, 천국에 비하여 음식물이 마음에 맞지 않고 고통도 있다.

 

인간은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도중에도 핍박을 받는 고통이 있으며, 때와 계절이 변화하여 춥거나 더운 고통을 받는다. 또 가택이 마음대로 구해지지 않는 고통이 있고 대소변을 보는 고통이 있다. 그리고 어둠이 있어 마음대로 작업을 못하는 고통과 육체의 변화로 노쇠하고 병들며 사망하는 고통이 있다.

 

현세에서 마음에 들지 않게 태어난 사람은 전생에 교만하고 비진리에 종사하였으며, 모든 것을 아끼지 않고 낭비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예의가 바르지 않고 놀고 먹으며, 삼보를 공경하지 않고 남의 부채를 갚지 않으며, 남의 물건을 훔치는 등 여러 가지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이다.

 

그러나 처음 태어날 때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전생의 업력으로 빈부의 차이가 있게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이는 운명적이고 숙명적인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도 자신의 현실은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부자가 가난하게 되고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인과의 도리가 있다. 인과법에는 과거와 현재, 또 현재와 미래의 상대적인 인과응보도 있지만 현재의 찰나에 자기를 개선하고 진리를 새롭게 창조해 나가는 인과의 도리도 있다.

 

제4장 축생의 세계

축생계는 삼계(三界)와 육도(六道) 중에서 가장 종류가 많다. 그 종류는「정법염처경(正法念處經)」제18권에 34억 종류가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마음의 업력에 따라 오도(五道)에 출생하게 되는 중생 가운데에 축생의 종류가 가장 많다. 그리고 모습도 다르고 행동이 다르며 식사하는 것도 다르며 그 생활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하였다.

 

이처럼 많은 축생들의 성격도 다양하다. 여우와 개 등은 서로 증오하고 질투하고, 까마귀와 솔개와 말과 들소와 족재비와 뱀 등은 서로 잔인하게 훼방하고 상해를 가하는 습성이 있다고 하며 그 생활 상태도 서로 다르다. 이는 같은 축생이지만 서로 업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축생들 가운데에는 서로 싸우거나 방해하지 않고 안락하게 잘사는 축생도 있다. 이러한 축생은 전생에 악을 범하면서도 간혹 선심을 내어 남에게 보시도 하고 비교적 다른 축생에 비하여 여러 가지 착한 일을 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원앙새와 집비둘기(鴿) 같은 새들은 비교적 사이좋게 지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수와 맹수들은 성품이 야성적이어서 서로 증오하고 방해하여 심지어는 서로 잡아먹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축생의 4식 : 축생들이 식하는 형태는 단식(摶食), 촉식(觸食), 의사식(意思食), 식애식(識愛食) 등 네 가지 종류가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단식은 돼지와 코끼리 등이 모든 음식을 씹어 먹고 절단하여 먹는 것을 들 수 있으며, 다음 촉식은 새알 속과 알에서 밖으로 나왔을 때 식사를 촉감으로 하여 영양을 섭취한다. 예를 들면 용과 뱀 등을 들 수 있다. 다음 의사식은 소라와 조개 등 기타 어물들이 식사할 때 생각만으로 할 때가 있다고 한다. 의사식은 예를 들면 어린아이들이 어머니만 생각해도 주림과 갈증을 일시나마 면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의사식을 하는 축생은 전생에 우치심(遇痴心)이 많고 지혜가 없었던 탓으로 남에게 자선과 보시 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던 과보로 태어난다.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한다고 약속하였다가 그 사람(貧人)이 환희심을 갖고 그 집에 찾아가면 그런 일이 없다고 하며 찾아온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한 죄업의 과보이다. 이는 신용이 없는 사람은 축생보를 받을 수 있음을 뜻한다.

 

다음 식애식을 하는 중생은 전생에 진심이 많고 어리석고 무지한 마음이 많아서 다른 사람을 살해하고 기물을 파손하여 원결(怨結)을 많이 맺고 스스로 악도에 떨어져 축생보를 받고 생각만으로 사는 동물을 말한다.

 

축생의 식사는 대체로 네 가지 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 축생들은 모두가 우치하고 지혜가 없는 중생들이 태어난 것이며 태어나는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한 예를 들어보기로 한다. 사람이 죽어서 영혼이 중음신으로 있을 때 허공에서 물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면 그 물을 본 영혼은 악업이 발동하여 입이 갑자기 건조하고 갈증이 생겨 그곳으로 가고 싶어 한다. 그리하여 영혼이 그곳에 접근하자마자 물고기 등 물에서 사는 축생으로 태어나고 만다.

 

제5장 귀신과 아귀도

귀신은 경전에서 말하기를 육도 가운데에 하나인 아귀도에 속한다고 하였다. 다시 말하면 어떠한 장소에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든지 아귀도라는 1문(一門)을 통하여 백천 종류의 귀신으로 분류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귀도라는 말은 귀신 전체를 총칭한 단어이다.

 

아귀는 인간계에도 나타나는데 예를 들면 밤중에 길 가운데에 나타날 수 있고, 또 바다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상적인 아귀의 세계는 염부제에서 아래로 5백 유순을 가면 있다는 말이 있다.

 

중국에서는 사망자의 영(靈)이 귀신(鬼)이라는 말이 있고 인도에서는 아들이 조부의 제사를 지낼 수 없을 때 그 영은 곧 귀계(鬼界)에 떨어져 심한 고통을 받는 것으로 믿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아귀는 제사지낼 수 없는 유혼(幽魂)의 뜻도 포함되어 있다.

 

귀신은 간탐(慳貪)에 의한 몸의 행동과 입으로 말하는 행위와 마음의 생각으로 말미암아 조성된 미세한 업력에 의하여 과보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귀신은 불가사의하게 빠르며 동시에 극심한 기갈증(飢渴症)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들은 백천세를 지나도록 물이름도 듣지 못하는 과보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불타 죽는 소실의 과보도 받는다.

 

아귀는 여러 가지 형태의 신체적 구조가 있다. 예를 들면 배는 산과 같고 목구멍은 바늘 구멍과 같으며 머리는 반대로 크다. 이러한 체격 때문에 음식이 있어도 먹을 수가 없으며 오히려 목에서 불이 난다.

 

스스로 죄보를 받기도 하지만 우리 인간계에 내려와서 많은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들은 전생에 열 가지 선업을 닦지 않고 반대로 열 가지 악업을 행하여 받은 과보들이다. 험난한 장애물도 잘 넘어 다니고 바위굴에 의지하여 자기도 하지만 어느 때는 자신이 다니는 곳도 모르고 다니기도 할 만큼 우매하다.

 

아귀도는 일체의 귀신을 모두 포함시킨 세계를 말하며 아귀도에 속하면서 여러 종류의 귀신으로 분류된다. 귀신들이 설사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고 빠른 동작을 한다고 하더라도 인간계보다 하급에 속하는 중생류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귀신을 믿는다기보다는 경전상으로 볼 때 오히려 불쌍히 여기고 제도하는 입장에서 임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아귀들은 전생에 죄업을 많이 짓고 받는 과보이므로 불쌍히 여기고 진리를 설하여 깨우쳐 주고 제도해야 한다.

 

제6장 고통받는 지옥세계

지옥은 지하에 위치하고 있으며 우리 인간계(閻浮洲)에서 지하로 2만 유순 가량 내려가면 있다고 한다. 지옥 중에서 가장 하층에 있는 지옥은 무간지옥이라 하며 이 지옥의 위치는 4만 유순의 하층에 있다. 이 지옥으로부터 차례로 하나하나 위쪽으로 팔대지옥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지옥(想大地獄)의 세계

지옥 중생들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는 뜻에서 갱활(更活) 또는 등활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지옥인들이 생각한다는 뜻에서 상(想)지옥이라고 부른다. 생각에 따라 모든 고통이 나타나는 지옥이라는 뜻이다.

 

우리 인간계에서 한번의 생과 사는 매우 고통스러운 일인데 하루에 수십 번을 비참하게 죽으려다 살아나는 고통이야말로 가히 상상하기 힘든 고통인 것이다.

 

어떤 중생이 악한 죄업을 많이 지어 그 죄업의 인력(引力)으로 말미암아 무간대지옥에 도착하면 즉시에 옥졸들이 잡아 발에서 머리끝까지 살가죽을 벗겨 그 가죽으로 죄인의 몸을 포박한다. 그리고 화차의 바퀴(輪)에 불로 달군 뜨거운 땅인 열철지(熱鐵地) 위에 끌고 다닌다. 그리하여 죄인의 육체는 질주의 왕복 속에 파괴되고 분쇄되어 피육이 뚝뚝 떨어져 나가 고통이 말할 수 없이 심하다. 그러나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나서 또 다른 형벌을 받는다.

 

금강산이라고 이름한 2개의 큰 산이 있는데 그 중간에 10개의 지옥이 있다고 한다. 우리 인간계는 이 금강산이 대풍을 막아주기 때문에 그렇게 큰 재앙이 없다고 한다. 이와 같이 큰 산간에 후운(厚雲), 무운(無雲), 가가(呵呵), 내하(奈何), 양명(羊鳴), 수건제(須乾提), 우발라(優鉢羅), 구물두(俱物頭), 분다리(分陀利), 발두마(鉢頭摩) 등 10개의 지옥이 있으며 이들 이름에 대해서 간단히 해설해 보기로 한다.

 

(1) 후운지옥 : 이 지옥에 있는 죄인은 자연히 출생하는 모습이 마치 두터운 구름이 나타나는 것과 같다는 뜻에서 후운이라고 이름한다.

(2) 무운지옥 : 이 지옥은 죄를 받는 중생이 자연히 출생하게 되면 한 물체가 토막토막 끊어진 것과 같은 형체(段肉)로 나타난다.

(3) 가가지옥 : 이 지옥은 죄인에게 극심한 고통이 온몸에 미칠 때 가가라고 지르기 때문에 가가지옥이라 이름한다.

(4) 내하지옥 : 이 지옥은 죄인들이 형벌을 받을 때 고통이 너무나 심해서 어디에 의지할 곳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할까 걱정하는 모습을 이름하여 내하라고 한다.

(5) 양명지옥 : 이 지옥은 죄인들이 형벌을 받을 때 고통이 전신에 미칠 때 너무도 고통스러워 소리를 내어 말하고 싶지만 혀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것이 마치 염소 우는 소리와 같다고 해서 양명이라고 한다.

(6) 수건제지옥 : 이 지옥에 있는 물체들이 모두가 흑색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마치 수건제화(須乾提華)라는 꽃의 색깔과 같으므로 건제지옥이라고 이름한다.

(7) 우발라지옥 : 이 지옥은 환경의 색깔이 모두 청색이며 이 청색은 마치 우발라화라는 꽃의 색깔과 같다는 뜻으로 우발라지옥이라 이름한다.

(8) 구물두지옥 : 이 지옥은 색깔이 붉은 홍색으로 되어 있으며 이는 마치 구물두라는 꽃의 색깔과 같다는 뜻에서 이름한 것이다.

(9) 분다리지옥 : 이 지옥은 옥중의 색깔이 백색으로 되어 있는 것이 마치 분다리화라는 꽃의 색깔과 같다는 뜻에서 이름한 것이다.

(10) 발두마지옥 : 이 지옥은 옥중의 색깔이 적색으로 되어 있는 것이 마치 발두마화라는 꽃의 색깔과 같다는 뜻에서 이름한다. 구파리(瞿波梨) 비구가 악한 마음으로 사리불과 목건련(目犍連)을 비방하여 그 죄업으로 이 지옥에 타락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호규지옥은 도솔천이 우리 인간계의 4백세를 1주야로 4천세를 산다면 이 도솔천의 수량을 1주야로 하여 4천세를 산다.

 

다음 대규환지옥은 화락천이 우리 인간계의 8백세를 1주야로 하여 8천세를 산다면 이 화락천의 수량을 1주야로 하여 8천세를 산다.

 

다음 염열지옥은 타화자재천이 우리 인간계의 천6백세를 1주야로 하여 1만6천세를 산다면 이 타화자재천의 수량을 1주야로 하여 1만6천세를 산다.

 

지옥의 수명은 매우 길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죄업을 많이 지었기 때문에 지옥에 부모없이 화생(化生)으로 출생하여 극심한 고통을 받으면서도 오래 산다. 이는 전생에 죄업을 많이 지은 형벌로서 죄를 지으면 이와 같이 낙(樂)보다도 더욱 긴 기간 동안에 인과법칙대로 심한 형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출전 : 임종교육(대한불교조계종修禪會)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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