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酒,마시면 취하는 술)

전생의 술집 며느리(일타큰스님)

근와(槿瓦) 2018. 8. 5. 00:18

전생의 술집 며느리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다음에 술 파는 업과 관련된 전생과 금생의 인과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기로 합니다. 대구 어느 대학의 교수를 지낸 안교수의 실제 이야기입니다. 안교수가 현재 생존하고 계시기 때문에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이 분이 전생에 술장사를 하였다는 것이며, 그 분이 전생에 술장사를 했는지를 어떻게 알았느냐 하는 확증을 소개하려 합니다.

 

안교수는 본래 만석꾼의 딸로서 서울의 모대학을 졸업한 뒤 세계일주까지 하고 귀국하여 결혼을 하였지만, 신혼의 단꿈이 채 가시기도 전에 6·25사변이 발발하여 남편은 납북되고 말았습니다. 안교수는 유복자인 아들을 정성껏 기르며 살았습니다. 아들은 그야말로 수재여서 대구 경북중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경기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착하고 공부 잘하는 외아들만이 유일한 정신적 의지처였던 안교수에게 어느 날 날벼락의 급보가 날아들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한강의 광나루에서 친구들과 수영을 하다가 빠져 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강의실에서 강의를 하던 그녀는 소식을 전해 듣자 기절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응급치료를 받고 정신을 차려 서울에 올라왔지만, 대학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는 아들의 시신을 보는 순간 또 다시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홍제동의 화장터에서 불가마 속으로 들어가는 아들 시체를 보면서 기가 흩어져 버린 그녀는 완전히 제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 의젓하고 교양있던 미모의 여교수가 정신병자로 돌변한 것입니다. 그녀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찢어진 옷을 입은 채 종로 네 거리를 다니며 울부짖었습니다.

아무개야! 아무개야!”

 

그 증상이 너무 심하자, 집안 식구들은 청량리 정신병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순순히 가지 않는 그녀의 온몸을 묶어 병원 지하실에 있는 중환자실에 입원을 시켰습니다. 그러나 안교수의 정신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처음 얼마 동안은 아들을 부르면서 벽에다 머리를 찧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는가 하면, 손톱으로 얼굴을 쥐어뜯기까지 하였습니다. 그야말로 자식에 대한 애착이 안교수를 폐인으로 만들어 버렸던 것입니다.

 

병원에서 몇 달을 치료받는 동안, 안교수의 정신이상 상태가 조금 나아졌으므로 가족들은 절에서 요양시키고자 하여 해인사로 보냈습니다. 그 때의 그녀는 아주 멍청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앉아 있으라면 하루 종일 앉아 있고 서 있으라면 하루 종일 꼼짝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을 뿐, 옆에 사람이 지나가도 돌아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이 증상도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앉아 있다가도 사람이 오면 일어서고. 앞으로 사람이 지나가면 뚫어지도록 무섭게 쳐다보다가 그 사람의 자취가 멀리 사라져서야 비로소 눈길을 다른 데로 돌리곤 했습니다. 이렇게 또 얼마가 지나자 이제는 사람이 앞에 오면 인사를 할 줄도 알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였으며, 차츰 스님들과 한두 마디의 대화를 시작하더니, 말이 늘어나서 세계일주를 하며 보고 들은 이야기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강의를 많이 했기 때문인지, 말도 아주 잘하였고, 듣기도 잘했습니다.

 

이 때부터 스님들은 인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 주었습니다. 전생과 금생과 내생이 다 인과업보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전생에 지은 대로 금생에 받고 금생에 짓는 대로 내생에 받는다는 이야기며, 불경 속의 게송이나 설화도 많이 들려 주었습니다.

 

이 세상의 형상으로 있는 바 모든 존재는

모두 다 변하고 생멸해 없어지는 허망한 것이니

만일 모든 현상이 실다운 존재 아닌 줄로 보면

그 때에 곧 여래 부처님을 보리라.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即見如來

 

이와 같은 게송을 읽어주고 설명해 주면 곧잘 알아듣고 외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육신은 생로병사가 있는 허망한 것이지만 우리의 마음자리는 전생에서 금생으로, 다시 내생에 이르기까지 영원히 죽지 않는 불성(佛性)이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잘 못 알아듣는 것 같았는데, 불교에 인연이 있는 이여서인지 점차 귀가 열리어 인과를 믿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스님들로부터 인과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안교수는 갑자기 무릎을 치면서 알 수 없는 말을 했습니다.

! 스님, 그러고 보니 저의 전생은 술집 며느리였습니다.”

스님들은 이 분의 정신이 또 이상해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면서 동정을 살피는데, 이번에는 치마를 걷어 올리고 버선을 벗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안교수는 오른발 복숭아뼈 부근의 빨간 점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이 점이 전생에 술집 며느리였음을 말해 주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이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는데, 그 이야기의 줄거리만을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녀가 만석꾼인 안부자 집에 태어날 때 그 집은 대구 삼덕동에 있었는데, 허름한 노인이 찾아와서 대문을 두드리며 묻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저녁 이 댁에서 여자 아기를 낳았는지를 알아 보고자 하여 왔습니다.”

이 말을 들은 안부자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노인을 사랑채로 불러 들인 다음 사람을 내실로 들여보내 알아 보게 한 결과, 방금 딸을 낳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허름한 노인은 다시 물었습니다.

한 가지만 더 여쭈어 보겠습니다. 아기의 오른쪽 발 복숭아뼈 밑에 빨간 점이 있는지를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갓난아기의 발에 불을 비추어 살펴보니, 과연 빨간 점이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노인은 대성통곡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안부자가 곡절이 있음을 알고 약주를 대접하며 그 사연을 물었습니다.

저희 늙은 내외는 저 수성못 가에 살고 있습니다. 일찍이 아들을 하나 두어 결혼을 시켰지만, 아들은 가난한 것이 한이라며 북만주로 돈 번다고 가서 행방불명이 되어 버렸고, 며느리만 데리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며느리가 어찌나 효부였던지 시부모를 모시는 정성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며느리는 우리 노부부를 먹여 살리기 위해 수성못 가에 자그마한 선술집을 차렸습니다. 술을 받아다가는 찬 물을 타서 마을 사람들한테 팔아 시부모를 지극정성으로 봉양했습니다. 젊은 과부가 술을 판다고 하니 이런 저런 남자들이 모여들어 술을 사 먹었기 때문에 세 식구는 끼니걱정은 않고 살 수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며느리 덕에 편안히 살았지만, 며느리는 추운 겨울에도 솜옷 한 벌 제대로 못해 입고 맨발로 지내다 보니 감기가 들었고, 감기가 폐렴이 되어 기침할 때마다 피를 토하더니, 병원에 가서 치료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지난 봄에 죽어 버렸습니다.

 

며느리가 죽고 난 뒤에 저희 늙은 내외는 눈물로 세월을 보내며 불쌍하게 죽은 며느리 생각을 한시도 놓지 못하였는데, 어제 저녁 꿈에 며느리가 나타나 절을 하면서, ‘아버님 어머님, 불효한 저를 용서하십시오. 저는 오늘 산너머 부잣집에 태어납니다. 제가 어머님 아버님을 꼭 도와 드릴 것이오니 너무 걱정마십시옵소서하고 일어나면서 복숭아뼈를 가리키는데, 보니까 빨간 점이 있었습니다. 잠을 깨어 안 늙은이에게 이야기를 하였더니 그도 똑같은 꿈을 꾸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달도 밝고 며느리 생각이 더욱 간절하여 발길이 저도 모르게 이 집에 미쳤습니다만, 이제 말씀을 듣고 보니 틀림없는 저희 며느리의 환생입니다.”

 

만석꾼 안부자는 노인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한데다, 구중궁궐 같은 만석꾼 집 안채에서 방금 낳은 아이의 오른발 복숭아뼈 밑에 붉은 점이 있음을 알아맞힌 것 등을 미루어 노인의 말을 그대로 믿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안부자는 당장 필요한 필수품도 주고 좋은 논 열마지기를 주어 노인 부부의 생계를 도와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안교수의 어릴 때 별명이 술집 며느리가 되었고, 할아버지가 야단을 해서 나중에는 부르지 않았지만 네다섯 살까지는 술집며느리라고 놀려서 많이 울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이상의 이야기를 끝낸 다음 안교수는 말했습니다.

스님들께서 전생 이야기를 자꾸 해 주시니 그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틀림없습니다. 보살님이 전생에 지극정성으로 시부모님을 봉양한 공덕으로 금생에 만석꾼 집에 태어난 것 아니겠습니까?”

구정물에 손 한 번 넣어 본 일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상추쌈조차 옆에서 싸서 주면 받아먹기만 했습니다. 평생을 무엇이나 뜻대로만 하고 호강만 하였는데, 결혼해서 남편을 잃고 이제는 하나뿐인 자식까지 잃었으니, 이 모두가 술을 판 과보요, 전생의 인과인 것 같습니다.”

 

그녀가 시부모 공양을 지성으로 한 복은 복대로 받았지만, 술장사를 하였을 때에는 술을 팔기 위해 술을 먹으라고 권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의 뜻과는 달리 술을 먹은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싸움도 하고 넘어져서 다치거나 죽게 되는 인연도 맺었을 것입니다. 그 업보를 받아 그녀는 금생에 아들을 잃고 정신을 잃는 업보를 받은 것이며, 이와 같은 자신의 인과응보를 분명히 깨닫고 안교수는 완전히 정상인으로 돌아와 사회생활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살의 길을 걷는 사람은 절대로 다른 사람의 밝은 지혜를 미혹되게 하거나 맑고 깨끗한 마음을 번뇌롭고 탁한 길로 인도하여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그 업의 지중함을 둘째로 치더라도, 스스로 보살이기를 포기하는 큰 허물이 된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아울러 술을 그릇되이 파는 그 자체가 중생의 지혜를 끊고 중생을 탁한 길로 인도하는 첫걸음이 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참고

범소유상(凡所有相) : 대저 온갖 모양은,

개시허망(皆是虛妄) : 모두 허망한 것이니,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 : 만약 모든 모양이 모양 아닌 줄을 본다면,

즉견여래(卽見如來) : 바로 여래를 보리라.

 

저의 소견 : 먼저 이 글에 등장하시는 일명 안교수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 책(범망경 보살계)이 발간되어진 해가 19924월로 되어 있는 바,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의 이야기이며 또한 그 당시의 안교수님의 연세가 결혼도 하시고 아들도 두시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에 이르러서는 상당한 연세가 되시는 줄로 생각되어지기 때문입니다. 완쾌되시어 무난한 생활을 영위하시는 중이시라면 자칫 지난 날의 악몽을 되새겨지게 됨이 아닌가 하는 염려에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죄송함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발췌해서 올리는 목적은 요즈음 우리 사회가 너무 술에 의존(세계에서 최상위권임)하는 경향이 짙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심히 크다고 할 수 있기에 조금만이라도 어떤 경종을 울리는 교훈이 되지는 않을까 싶어서 선택한 것이오니 많은 양해를 구하는 바입니다. 아울러 이 책을 펴낸 도서출판 다라니에도 많은 양해를 또한 구합니다.

 


출전 : 범망경 보살계(일타큰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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