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방 마시고 이서방 취하는 도리

장서방이 마시고 이서방이 취하는 도리

근와(槿瓦) 2017. 4. 15. 00:07

장서방이 마시고 이서방이 취하는 도리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삼년 오년을 정진해도 힘을 못 얻으면 참구해 오던 화두를 내버리는 일이 있는데, 이것은 길을 가다가 중도에서 그만두는 것과 같다. 이제까지 쌓은 허다한 공부가 참으로 아깝다. 뜻이 있는 자라면 산수(山水) 좋고 조용한 승당(僧堂)에서 맹세코 삼 년만 문을 나서지 말아 보아라. 반드시 열릴 날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공부하다가 마음이 좀 밝아져 약간의 경계가 나타나면 문득 게송(偈頌)을 읊으며 스스로 큰 일을 다 마친 사람이라 자처하고 혓바닥이나 즐겨 놀리다가 일생을 그르치고 만다. 세 치 혓바닥의 기운이 다하면 장차 무엇으로써 감당할 것인가. 생사를 벗어나려면 반드시 참다워야 하고 깨침 또한 실다워야 한다.

 

화두가 면밀하여 끊임이 없고, 몸이 있는 줄도 알지 못하면, 이것은 <나>라는 집착은 없어졌으나 법에 대한 집착은 아직 없어지지 않은 것이다. 몸을 잊고 있다가 문득 다시 몸을 생각하게 되면, 꿈속에 만길 낭떠러지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때 살려고 발버둥치다가 마침내 깨어나는 것과 같이, 이 경지에 이르거든 오로지 화두만을 단단히 들고 가라.

 

문득 화두를 따라 일체를 잊어버리면 주관인 나와 객관인 법이 모두 없어질 것이다.

불 꺼진 재에서 콩이 튀어야 비로소 장서방이 마시고 이서방이 취하는 도리를 알게 될 것이다. 바로 이때 반야 문하(般若門下)에 와서 방망이를 맞도록 하여라(1).

 

참고

(1) 자기에게 와서 점검받으라는 뜻.

(2) 般若 : 중국 홍주(洪州)의 절학세성(絶學世誠)선사. 남악(南嶽)의 20世.

 

 

출전 : 불교성전[般若(2)ㆍ示衆]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