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대강좌(211)-자셔야 자신거죠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생각으로 아무리 생각해 봤자 될만큼 되고는 더 안됩니다. 그러므로 이러니저러니 망상 내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일 아무 생각없이 부지런히 해라. 망하든지 흥하든지 집착할 것 없이 농사짓게 되거던 농사짓고 장사하게 되거던 장사해야 합니다. 흉년이 들든지 풍부하게 되려는지 앞으로의 일을 알 수 없습니다. 볏단 거두어 놓고도 그렇고 타작 다 해서 곳간에 들여 놔도 그런줄 알고 하면 아무렇게 해도 안심이 되는 겁니다.
여기 인과를 믿는 기이한 얘기가 있습니다. 스님이 상좌를 하나 뒀는데 이 상좌가 꼭 스님에게 어겨서 반대로 말을 합니다. 무슨 뜻이 있는 말인데도 그렇게 합니다. 봄에 산 한쪽에 밭을 일구어 가지고 메밀을 갈았는데 그것을 갈아 놓고 와서는「야, 야, 금년 가을에는 메밀은 실컷 먹겠다.」그러면 그 상좌는「자셔야 자신거죠.」하고 빗대서 대답합니다.「네, 그렇겠습니다.」하고 대답하면 마음이 편할 건데 이것도 수양이 덜 돼서 그런 겁니다.「저놈이 꼭 내가 말을 하면 긍정을 안 하고 반대로만 하고 고약한 놈이다.」속을 썩입니다.
그 뒤에 메밀이 꽤 커서 김 매 주고 거름을 뿌려주고 나서「이만큼 잘 됐으니까 가을엔 꼭 먹는가 보다.」이러니까 이놈이 또「암만 해도 자셔야 자신겁니다.」이렇게 말합니다. 스승이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말은 옳아서 나무랄 수도 없고 속으로만 꽁해 가지고 그럭저럭 메밀이 다 익어서 다 베어 가지고 와서 타작해 가지고 마당에 널어 놓고는 두들기면서 스승이 하는 소리입니다.「인제 내년까지는 잘 먹었다.」「암만 그러셔도 자셔야 자신거지요.」그 말은 그렇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어른 대접을 해야 할 텐데 속이 상해서 빨리 말려 가지고 가루를 만들어 가지고는「오늘 저녁은 많이 먹어 놨구나.」하니 상좌가 또「암만 그러셔도 자셔야 자신 겁니다.」반죽을 하고 물을 뿌려 가며 연방 누르면서「참 오늘 저녁에 냉면 한 그릇 잘 먹겠구나.」
「암만 그러셔도 자셔야 자신 거지요.」그래서 이놈 봐라 두고 보자 하고는 냉면을 실제로 좋은 동치미국에다가 말아 놓고는「너도 냉면 먹고 나도 이렇게 참 냉면 한번 잘 먹는 게 아니겠느냐.」하니 역시「그래도 자셔야 자신 거지요.」그래서 냉면 그릇을 밀뜨리면서,「이놈의 자식 어른을 놀리느냐.」그러니까「보십시오 자셔야 자신 게 아닙니까.」그러니까 그 아이 말이 옳은 겁니다. 세상에 믿을 게 하나도 없는거지요, 그게 스님이 아이한테 딸리는 겁니다. 인격적으로 모자라고, 하는 것도 딸리고 생각도 딸리고 아이가 웃을 일입니다. 스님도 그런 줄 알고 말이 옳은 줄은 첫마디부터 알긴 알지만 내가 어른이라는 그런 <아상>이 있어서 그 <아상> 때문에 그러나 결국은 그만 국수를 못먹었습니다.「아! 거 네 말이 옳구나.」그랬으면 마음이 편히 지냈을 건데 서로 안 지려는 <아상> 때문에 둘이 똑같긴 같습니다. 나중에는 생기든지 말든지 사발이 깨질 때 깨지더라도 농사를 또 부지런히 지어야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이 누가 먹더라도 그것도 먹는거니 아무 생각없이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장사를 하고 오고가는 데도 난리가 나도 아무 생각없이 남이 뛰면 나도 뛰어서 피난간다고 가도 그게 죽으러 가는 건지 어떻게 압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갑니다.
중국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부자집 외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산에 들에 놀러 다니다가 좋은 천리마(千里馬)를 얻어서 기뻐하니 마을 사람들이 아버지한테 와서 좋은 경사(慶事)라고 치하를 하러 왔습니다. 그러니 그 영감도「먹어야 먹는거라」는 사미 모양으로「어찌 그게 화근(禍根)이 아닌 줄 알겠느냐」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니 모두 인사 간 사람들이 싱거워졌습니다. 수천 냥짜리 좋은 말을 얻었는데 그 아들이 그것을 타고 밤이고 낮이고 만날 좋다고 돌아다니다가 나무에 걸려 떨어져 가지고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그러니 이번엔 동네 사람들이「그 영감이 보통이 아닌 것 같다. 다리가 부러질 것을 미리 알고 대답한 것 같았다.」고 하면서 모두들 가서「참 안됐습니다.」하며 위로하니까 그 영감 말이「그것을 어찌 복의 근본이 아닌 줄 알 수가 있겠느냐.」또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그놈의 영감 알기는 아는 모양인데 말은 어찌 저렇게 하느냐고 투덜거리며 모두 돌아갑니다. 그 뒤에 난리가 나서 젊은 사람은 다 군대에 불려 나가는데 그 아들은 군대를 안 갔습니다. 이때는 다리 부러진 게 덕이 됐습니다.
세상 일이라는 것이 그때그때 어떻게 됐다고 해서 그게 아주 망하는 건가, 이렇게 말할 수도 없는 거고, 지금 한참 잘된 것이 나중에는 큰 화근이 되어 백 년 살 것을 십 년도 못살고 죽는 일이 생겨 날지도 모르는 겁니다. 좋은 일이 이무리 생겨도 그것을 좋다고 생각 안 하고 아무리 지금 불행한 일이 생겼다 하더라도 그것도 나중에 복 받을 일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오히려 조작이 붙은 속입니다. 그것도 저것도 없는 도대체 아무 생각없이 하는 것이 무소주(無所住)입니다.
출전 : 금강경대강좌(청담큰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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