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행(萬行)

만행-1

근와(槿瓦) 2016. 6. 30. 00:29

만행-1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경허선사께서는 발걸음을 오대산 쪽으로 돌리셨던 흔적이 있습니다. 경허선사가 적멸보궁 상원사를 찾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보고 싶은 제자 방한암 스님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해인사에서 헤어지고 만나지를 못했는데 보궁도 참배하고 오대산 산세구경도 할 겸 겸사겸사하여 덕유산에서 오대산을 향하여 가신 것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원사 선방은 정진하는 선객들이 끊이지 않는 정진 도량입니다.


방한암 스님이 상원사에서 정진하고 있기 때문에 찾아오신 것입니다. 앞을 내다보시는 도를 통한 경허선사께서는 이곳이 좋은 도량이라는 것을 알고 그 당시 상원사에 머물고 계시는 방한암 스님에게 이곳에서 법을 펴라고 하셨습니다. 이때 방한암 스님의 나이는 피 끓는 한창 나이인 26세이시고, 경허선사는 서서히 노쇠해지기 시작하는 56세 때의 일입니다. 언젠가는 삼수갑산으로 떠날 것을 결심하였기 때문에 경허선사로서는 마지막으로 한암을 보기 위해서 찾아오신 것입니다.


그렇게 반갑게 만나서 며칠을 상원사에서 쉬고 계시는데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 순식간에 경허선사가 오셨다는 소문이 월정사로 퍼졌습니다. 월정사 스님들과 신도들이 경허선사를 친견하러 왔습니다. 그리고 상원사에만 계시다 떠나지 마시고 월정사에도 며칠 쉬었다 가 주십시오. 그러면 저희들이 법회를 준비하여 모시겠습니다.”하며 허락을 얻으러 온 것입니다. 그래서 경허선사는 껄껄 웃으시면서 허락을 하셨습니다.


그 당시 월정사의 대강사로 알려진 유인명스님이 법문을 요청하니 경허선사께서 무슨 내용으로 법문을 듣기를 원하느냐고 하니까, 월정사 대중들이 신도들과 함께 가장 어려운화엄경설법을 듣기를 원한다고 청하여 화엄경 법문을 하게 되셨습니다. 경허선사께서 법좌에 올라 화엄경을 강설하려고 할 때 하늘의 꽃이 아래로 내려와 법좌에 흩어지는 것 같은 것을 유인명 스님은 느낌으로 아셨으며, 새와 짐승들이 몰려와서 경허선사의 법문을 듣는 자세로 월정사 근방에 내려왔다고 합니다.


법문이 시작이 됐는데 낭랑한 목소리로 법문을 하시면서 부처님의 음성에 대하여서도 법문하셨습니다. “여러분, 잘 들으시오. 부처님의 음성에는 여덟가지 훌륭한 특징이 있습니다.”


1. 극호음 : 그 소리를 듣는 자를 가르침으로 이끌어들이는 미묘한 음성이다.

2. 유연음 : 부드럽고 평온한 음성이다.

3. 화적음 : 조화롭고 잔잔하며 우아한 음성이다.

4. 존혜음 : 그 소리를 듣는 자로 하여금 지혜를 체득하게 하는 음성이다.

5. 불녀음 : 남성적이고 경외심을 일으키게 하는 음성이다.

6. 불오음 : 듣는 자로 하여금 올바른 견해를 지니게 하고 그릇됨이 없게 하는 음성이다.

7. 심원음 : 심원한 이치를 깨닫게 해 주는 음성이다.

8. 불갈음 : 듣는 자로 하여금 다함없이 깨닫게 해 주는 명료한 음성이다.


이런 8가지를 가리켜 부처님께서 설법하실 때 내는 8가지 뛰어난 소리라고 합니다. 이렇게 법문을 하고 계시던 중 경허선사 눈에 병든 선객스님 하나가 법상 밑에서 경허선사의 법문을 듣고 있는 것이 들어왔습니다. 옷은 다 낡았고 계속 기침을 하니까 같이 있던 대중스님들이 싫어하며 법당 바깥으로 병든 스님이 나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스님은 자리를 뜨지 않고 법문을 듣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콜록콜록 기침을 하는 것입니다. 경허선사는 아무 말 없이 법문을 하시면서 기침 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님 하나가 법문 도중에 내쫓듯이 병든 객스님에게 나가라고 손짓을 하는 것입니다. 그때 경허선사는 그러지 마시오.”하며 나가는 것을 말렸습니다.


그러면서 법문이 끝난 다음에 나를 잠깐 찾아오시오.”하시고 화엄경 법문을 하셨습니다. 그 당시 승속대중이 모인 자리에서 설법하게 되신 경허선사는 법좌에 올라 처음 소리를 내서 화엄경의 제목을 소리 높이 외치자 기이한 향기가 법당에 자욱이 일어나 두루 승방과 도량에 가득하였고, 경문을 외우기 시작하자 하늘에서 음악 소리가 나고 4가지 꽃이 비처럼 쏟아졌습니다.


그 음악 소리는 맑고 밝게 허공을 흔들었고 그 꽃은 안개비와 눈발이 날리듯 땅에 가득하였습니다. 들새들이 무리지어 날아와 탑 위를 맴돌다가 흩어졌습니다. 또한 세 송이의 금빛 꽃이 나타나 공중으로 치솟아 오랜 후에야 내려와 사라졌으며, 법당 안에서 다시 빛이 뻗어 나와 마침내 그 빛이 광대해져서 탑을 세 바퀴 돌았습니다.



출전 : 경허선사일대기(現 修禪會 會長 玄潭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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