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멸이 없는 마음

생멸이 없는 마음

근와(槿瓦) 2013. 12. 5. 02:38

생멸이 없는 마음(首楞嚴經 二)

 

그때 아난다와 대중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기쁨이 솟았다. 가만히 생각하니 시작없는 옛적부터 본심을 잃어버리고 대상 세계를 분별하는 그림자를 본심인 줄 잘못 알았다가 오늘에야 깨달은 것이다. 마치 젖을 잃었던 아이가 어머니를 만난 것과 같았다. 그들은 부처님께 예배하고 이 몸과 마음의 참되고 허망한 것을 나타내어 생멸하고 생멸하지 않는 두 가지 성질에 대해서 듣고 싶어하였다. 이때 파세나디왕이 일어나서 부처님께 물었다.

「제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기 전에 이교도 카타야나와 산자야를 만났는데, 그들은 말하기를「이 몸이 죽은 뒤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열반이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제 부처님을 뵈러왔으니 그 의혹을 풀어 이 마음의 생멸하지 않는 경지를 알도록 하여 주십시오. 아직도 번뇌가 남아 있는 대중들은 모두 듣고자 합니다.

 

부처님이 파세나디왕에게 말씀하셨다.

「왕의 몸이 있으므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소. 그런데 왕의 몸은 강철처럼 굳어서 죽지 않는다고 생각하시오, 아니면 변하여 없어진다고 생각하시오?」

「부처님, 이 몸은 결국 없어지고 맙니다.」

「왕이 일찌기 없어져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없어질 것을 아시오?」

「무상하게 변하는 제 몸이 비록 없어져 본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수시로 변하고 달라지는 것이 마치 불이 타 재가 되듯이 늙어 갑니다. 이렇게 쉴새 없이 늙어 가므로 이 몸은 언젠가 없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그건 그렇다고 합시다. 왕의 나이가 많은데 얼굴은 어린 시절과 비교해 어떻소?」

「부처님, 제가 어렸을 때에는 피부가 고왔고 장성해서는 혈기가 왕성했으나, 지금은 늙어 살결에 주름이 잡히고 정신이 혼미합니다. 머리는 백발이 되고 얼굴은 쭈그러져 앞날이 멀지 않았는데 어찌 어렸을 때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왕의 얼굴이 갑자기 늙지는 않았을 것 아니오?」

「부처님,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제가 깨닫지는 못하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점점 이렇게 늙었습니다. 제 나이 스무 살 때에는 젊었다고는 하나 열 살 때보다는 늙었고, 서른 살 때에는 스무 살보다 늙었으며, 지금은 예순 둘인데 쉰 살 때를 생각하니 그때는 매우 건강하였습니다. 조금씩 달라지던 것이 이렇게 많이 늙어 버렸습니다. 곰곰히 생각하면 그 변천하는 것이 어찌 십년 이십 년뿐이겠습니까. 해마다 달마다 날마다, 아니 한 찰나도 멎지 않고 달라 가니 이 몸은 필경 없어질 것입니다.」

「변천하여 멎지 않은 것을 보고 필경은 없어질 줄을 안다 하니, 없어질 때 몸 가운데 없어지지 않는 것이 있는 줄을 아시오?」

파세나디왕은 합장하고 대답했다.

「그것은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내가 이제 생멸하지 않는 성질을 보여 주겠소. 왕은 몇 살 때 강가강을 보았소?」

「제가 세 살 때 어머니는 저를 데리고 기바천 사당에 가셨습니다. 그때 강을 건넜는데 그것이 강가강인 줄을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그럼 강가강이 세 살 때 보던 것과 열 세 살 때 보던 것과 어떻습디까?」

「세살 때나 열 세살 때나 조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금 예순 둘이지만 역시 다름이 없습니다.」

「왕은 지금 머리가 세고 얼굴이 쭈그러짐을 슬퍼하고 있소. 지금 강가를 보는 것이 어려서 강가를 보던 것보다 늙었겠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왕의 얼굴은 쭈그러졌을망정 보는 그 성질은 쭈그러지지 않았소. 쭈그러지는 것은 변하지만 쭈그러지지 않는 것은 변하는 것이 아니오. 변하는 것은 없어지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원래 생멸이 없는 것이오. 그런데 어찌 그것이 생사를 받겠소. 이교도들이 말하는 이 몸이 죽은 뒤에 아주 없어져버린다는 말은 옳지 않습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는 죽은 뒤에도 다른 세상에 태어날 것을 알고 여러 대중과 함께 기뻐하였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