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율논소(經律論疏)

독신품(篤信品)-법구비유경

근와(槿瓦) 2015. 12. 3. 18:19

독신품(篤信品)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옛날 슈라아바스티국의 동남쪽에 큰 강이 있었다. 물은 깊고 넓으며 그 강가에는 오백여집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세상을 제도하는 도덕의 행을 듣지 못하여 힘세기를 익히고 속이는 것을 일로 삼았으며 이익을 탐하고 방탕하여 마음껏 향락하였다.

 

부처님은 항상 제도할 수 있는 사람은 가서 제도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다. 그리고 이 사람들의 복도 제도할 수 있음을 아셨다. 그래서 부처님은 강가로 가서 어떤 나무 밑에 앉으셨다. 마을 사람들은 부처님의 빛나는 모습을 보고 기이하게 생각하여 모두 놀라고 엄숙하였다. 그리고 모두 부처님께로 가서 예배하고 공경하였다. 절하거나 읍하면서 인사를 드렸다.

 

부처님은 그들을 앉게 하시고 법을 연설하셨다. 그들은 듣기는 하여도 마음으로는 믿지 않고 속이거나 게으름에 습관이 들어 진실한 말을 믿지 않았다. 부처님은 곧 신통으로 하나의 허깨비 사람을 만들었다. 강의 남쪽으로부터 오는데 물 위를 걸어 오는데도 겨우 복숭아 뼈가 물에 잠길 뿐이었다. 그는 부처님 앞에 와서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였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모두 놀라고 이상히 여겨 그 허깨비 사람에게 물었다.

「우리는 조상 때부터 이 강가에 살았지만 아직 물 위로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소. 당신은 어떤 사람이며 또 어떤 도술이 있기에 물 위를 다니면서 빠지지 않는지 그 사정을 듣고 싶소.」

허깨비 사람은 대답하였다.

 

「나는 이 강 남쪽에 사는 어리석고 고지식한 사람이오. 부처님께서 여기 계시면서 도덕을 즐겨하신다는 말을 듣고, 강 남쪽에 왔으나 곧 건널 수가 없었소. 그래서 언덕에 있는 사람에게 물이 얼마나 깊으냐고 물었더니 그 사람은 복숭아 뼈 밖에 차지 않는다. 왜 건너지 않느냐? 고 대답하였소. 그래서 나는 그 말을 믿고 곧 그대로 건너왔을 뿐이오. 다른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요.」

 

그때 부처님은 그를 찬탄하였다.

「대개 믿음과 정성만 가졌다면 생·사의 깊은 못도 건널 수 있거늘, 몇 리의 강을 건넌 것이 무엇이 그리 신기하냐.」

 

그리고 부처님은 이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믿음은 능히 못(生死)을 건너고

마음 껴잡음(攝)은 뱃사공 되며

부지런한 노력은 괴로움을 없애고

지혜는 저 언덕으로 건너게 한다.

믿음과 행이 있는 사람은

거룩한 분의 칭찬을 받고

함없음(無爲)을 즐겨하는 사람은

모든 결박을 풀어버린다.

믿음이 있어야 도를 얻으며

법을 행하면 열반을 이루며

아는 이 따르면 지혜 얻나니

그들은 어디 가나 밝음이 있다.

믿음과 계율과

지혜가 있으면

사람은 성냄을 이길 수 있고

그로써 깊은 못(生死)을 벗어난다.

 

그 때에 마을 사람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또 믿음의 실증(實證)을 보고는 마음이 열리고 믿음이 굳세어져 모두 다섯 가지 계율을 받고 청신사(淸信士)가 되었다. 그리하여 확실한 믿음으로 날마다 교법을 닦아 그 소문이 널리 퍼졌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수타라 라는 큰 장자가 있었다. 그는 수없이 많은 재물이 있으며 또 도덕을 믿고 향해 나아갔다. 그리하여 스스로 맹세하였다.「나는 섣달 여드렛날마다 부처님과 스님을 청하리라. 그리고 내가 죽은 뒤에도 자손들을 시켜 그대로 받들어 행하여 끊지 않게 하리라.」

그리하여 장자는 죽을 때 아들에게 그것을 끊이지 않도록 분부하였다. 아들의 이름은 비라타라 하였다. 그는 그 뒤에 살림이 차츰 가난해져서 집에는 아무 가진 것이 없었다. 섣달이 되었으나 공양거리를 마련할 수 없어, 몹시 근심하고 슬퍼하며 괴로워하였다.

 

부처님은 마우드갈랴아야나를 보내어 비라타에게 물었다.

「네 아버지 제사 달이 다가오는데 무슨 준비가 있는가.」

 

비라타는 대답하였다.

「돌아가신 아버님의 명령을 감히 어길 수가 없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버리지 마시고 여드렛날에는 광명을 돌리시어 왕림하소서.」

 

마우드갈랴아야나는 부처님께 돌아와 그대로 사뢰었다.

비라타는 처자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집을 잡히고 백량 돈을 받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모든 공양거리를 준비하여 모두 갖추었다.

 

부처님은 천이백오십인의 무리를 데리고 그 집으로 가서 앉으셨다. 그는 물을 돌리고 음식을 날랐다. 부처님은 공양을 마치고 손을 씻은 뒤 절로 돌아가셨다. 비라타는 매우 기뻐하고 후회함이 없었다.

그 날 밤중에 비라타의 여러 창고에는 여러 가지 보물이 저절로 가득 차서 옛날과 같았다.

 

이튿날 아침 비라타 부부는 그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그러나 관청에서 그것을 알고 어디서 이것을 얻었느냐고 물을까 걱정하였다. 그들 부부는 서로 의논하여「부처님에게 가서 사뢰어보자.」고 하였다. 그들은 곧 부처님께 나아가 그 사정을 자세히 사뢰었다.

 

부처님은 비라타에게 말씀하셨다.

「안심하고 마음껏 쓰라. 조금도 의심하거나 어려워하지 말라. 너는 성실하여 아버지 명령을 어기지 않았다. 계율을 가지는 것과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은 죽는다고 하여 변하는 것이 아니다. 많이 들음과 보시와 지혜등, 일곱 가지 재물을 완전히 갖추었다. 그것은 복덕으로 이루어진 것이요, 어떤 재변이 아니다. 지혜로운 사람이 잘 행하면 남자나 여자나 그들의 사는 곳에 복이 오는 것은 자연의 이치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믿음의 재물, 계율의 재물

제 부끄러움과 남 부끄러움의 재물

들음의 재물, 보시의 재물, 지혜의 재물

이것을 일곱 가지 재물이라 한다.

믿음을 따라 계율을 지키고

항상 깨끗하게 법을 관(觀)하며

지혜를 따라 그대로 행하고

가르침을 받들어 잊지 않는 것

살아서 이러한 재물이 있으면

남자나 여자나

마침내 가난한 일이 없나니

어진 이는 진실을 잘 안다.

 

비라타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더욱 믿음이 두터워져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기뻐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부처님의 설법을 처자에게 가르치고, 서로 이어받아 모두 도의 자취를 얻었다.

 

 

출전 :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