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분별경(佛說分別經)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슈라아바스티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는데 새벽아침에 옷 입으시고 엄숙히 앉으셔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에게 일러서 다들 조용하게 잘 듣도록 하여라. 이제 너희들을 위해 사람이 살면서 받는 고통을 설명하리라.」
아난다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로 입고서 절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즐겨 듣기를 원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사람에게는 여섯 가지 악(惡)이 있으며 그것으로써 스스로 침노하여 속인다. 무엇이 여섯 가지인가. 눈은 물질(色)에 속고 귀는 소리에 속으며 코는 냄새에 속고 입은 맛에 속고 몸은 가늘고 미끄러움에 속고 마음(意)은 사뙨 생각에 떨어져서 사뙨 생각에 속는다. 여섯 가지가 사람으로 하여금 나쁜 길(惡道)에 떨어져서 나올 기약이 없게 하나니 약은 사람이라야 곧 이것을 깨닫느니라.」
부처님이 말씀하시었다.
「사람은 세 가지 가능성(三可)때문에 세 가지 괴로움을 얻나니, 세 가지 가능성이란 무엇인가 하면 一은 몸은 죽일 수 있고 훔칠 수 있으며 음행할 수 있음이다. 二는 입은 두 가지 말(兩舌)과 나쁜 말(惡骂)과 거짓말(妄言)과 비단말을 할 수 있음이다. 三은 마음은 탐낼 수 있고 성낼 수 있으며 어리석을 수 있음이다. 이 세 가지 가능성 때문에 지옥·아귀·축생에 떨어지나니, 이것이 세 가지 괴로움이며 약은 자라야 깨닫느니라.」
부처님이 말씀하시었다.
「사람은 여섯 가지 능력(六恣)이 있어서 열 여덟 가지 고통에 떨어진다. 무엇이 여섯 가지 능력(六恣)인가. 눈은 빛을 들이고(眼恣入色), 귀는 소리를 들이며, 코는 냄새를 들이고 입은 맛을 들이며 몸은 가늘고 미끄러움을 들이며 마음은 사뙨 생각을 들인다. 이것이 여섯 가지 능력인데 받아들이는 것은 또한 쇠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열 여덟 지옥(十八地獄)에 떨어져 고통이 길고 오래며 나올 기약이 없다.」
아난다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사람이 부처님을 섬기고 계를 받으면 능히 이런 고통을 벗어날 수 있나이까.」
부처님이 말씀하시었다.
「어떤 사람은 부처님을 섬기고 계를 받아서 얻는 복이 한량 없어 비유할 수 없으며 어떤 이는 부처님을 섬기고 극한 죄에 떨어지느니라.」
아난다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부처님을 섬기고 부처님께 계를 받으면 마땅히 복을 얻을 것이거늘 오히려 깊은 죄를 얻음은 무엇 때문입니까. 그 뜻을 듣고자 합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시었다.
「부처님을 섬기고 경과 계율을 받들어 행하되, 정진하여 범하지 아니하는 사람은 얻는 복이 한량 없어 비유할 데 없느니라.」
부처님이 말씀하시었다.
「부처님을 섬기고 계를 받아 지니지 아니하여 정진하여 선정과 사유(思惟)를 닦지 아니하여 이름만 걸어 부처님을 섬긴다 하고 오로지 사뙨 업을 행하며 탐내어 구하여 싫은 줄 모르고 만족한데 그칠 줄 모르며 색욕에 음탕하고 노래와 춤을 좋아하여 술맛을 탐하여 방자하는 이는 아무리 부처님을 섬긴다고 하지마는 그 허물이 한량 없다. 이 때문에 길이 삼도에 떨어져 고통이 만 가지며 면하기 어려우니라.」
또 말씀하시었다.
「부처님을 섬기는데 세 가지 첫째 무리가 있다. 한 무리는 마구니의 제자로서 부처님을 섬기는 것이요. 둘째 무리는 하늘이나 사람으로서 부처님을 섬기는 것이요. 세째 무리는 부처님의 제자로 부처님을 섬기는 이다.」어떤 것이 마구니의 제자가 부처님을 섬기는 것이냐.
또 말씀하시었다.
「부처님의 계는 받았지만 마음엔 사뙨 업을 좋아하여 점치고 푸닥거리하고 기도와 제사는 폐하며, 집안의 친척과 어른은 믿으면서 바르고 참된 것(正眞)은 믿지 아니하며 죄악의 대상은 알지 못하고 거짓, 이름만 부처님을 섬기고 항상 사뙴과 함께 한다. 그러다가 죽어서는 무택지옥(無擇地獄)에 떨어져서 오랫 동안 고통을 받다가, 오랜 뒤에야 나와서 마구니 나라의 권속이 되어서 아첨하고 요망하나니, 이는 제도 받기 어렵다. 이 무리는 전생의 남은 복으로 한때 잠시 바른 도를 보지마는 마음이 침침하여 깨닫기 어려우며 곧 다시 사뙨 소견에 들어가 다함이 없다. 이것이 마의 제자로 부처님을 섬기는 것이다. 어떤 것이 하늘이나 사람으로 부처님을 섬기는 이냐. 오계를 받아 지니고 십선(十善)을 행하며 죽어도 범하지 아니하며 죄와 복이 있어서 옳음을 지으면 옳은 과를 얻지 않으며 속복 입기를 좋아하여 아름다움으로 여기며 양양(佯佯)히 서로 보고 상하가 뇌동(雷同)하여 세상을 제도하는 기틀인 가르침(相敎)을 털어 없애며 색욕에 미혹하여도 죄를 두려워하지 아니하며, 혹 법을 아는 이가 참다운 말을 설하여 바른 법을 가르쳐 보이면 곧 미워서 무너뜨리고자 의론을 세워 장단점을 가려내어 비방하고 구축하여 무료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큰 법이 점점 주나니라.」아난다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그러할 때에 법을 만드는 이가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부처님을 섬기는 이도 많고 출가한 이도 많으나 다만 계를 지니지 아니하여 서로 질투하며 뜻을 아는 이는 적고 깨달아 알지 못하는 이는 많으니라.」
아난다는 사뢰었다.
「그 때에 어떤 나라가 가장 악하여 믿고 행하지 않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진단(眞丹)이란 땅에 일천 비구가 있어서, 그 큰 나라에 함께 있지마는 마구니의 세계에 떨어지며 그 가운데 지혜로운 이는 한 두 사람이 있어서, 부처님 제자가 된다. 그리하여 여섯 천상(六天上)에 나는 이는 아주 적고 마구니 세계에 나는 이는 매우 많으니라.」
이어서 말씀하시었다.
「내가 열반한 뒤에 많은 외도(外學)들이 와서 나의 도(道)를 구할 것이다. 그들을 제도(道)한 이는 마땅히 살며시 포섭하여 석 달 동안을 잘 살펴서 그의 뜻이 능히 청정한 행을 익히고 비고 고요하여 욕심이 적으며 더러운 행위를 하지 않거든 곧 받아들여서 먼저 십선계(十善)을 주라. 그리고 삼년동안 도의 뜻을 복습하여 나쁜 일을 범하지 아니하거든 곧 다시 이백 오십계를 주어서 계율에 맞도록 행동과 일을 부지런히 지켜 행하되 다 해탈에로 향하게 하라. 물론 이것은 미륵불이 세울 바 일이니 그분을 쫓아 득도(得度)함을 상도(應道)로 삼아야 하느니라.」
아난다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다 받들어 받겠사오며 뒷사람들에게 선포하여서 부처님의 큰 법이 끊어지지 않게 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시었다.
「너는 전후에서 받은 바를 다 마음에 꿰뚫어라. 나 또한, 네가 믿음이 있어서 불법을 두호하는 줄을 아노라.」아난다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후세에 어떤 이가 불법(應法)을 믿고 즐기며 지극한 마음으로 구하고자 세간의 그릇된 풍속을 끊고 바른 도를 쫓으며, 그 때 만약 밝지 못한 스승이 계를 전수하거나, 또는 어떤 사람이 계율을 써서 준다면 득도했다고 할 수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시었다.
「그 둘이 다 될 수 있다. 계율(今法)을 아는 이는 계를 주어도 좋으나, 문자를 주었다고 해서 곧 응법(應法)이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부처님은 천상 천하의 큰 지혜이며 천상천하의 큰 나루터(大道)이며 천상천하의 큰 빛(明)이기 때문에 함부로 전해서 뜻을 잃을 수 없으며 다 계법과 금지하는 율(禁律)을 밝히어 일마다 자세히 익히어(委練)서야 비로소 전수해야하며 법의 계율과 금할 일을 밝히지 않고서 함부로 남에게 법계를 전수한다면 부처님의 참다운 믿음을 어기며 도리어 이 때문에 큰죄가 됨이 적지 않으니 자세히 살펴야 하느니라.」아난다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후세, 말세에 어떤 이가 지극한 마음과 뜻으로 고통을 싫어하고 도탈을 구하고자 한다면, 세상에 부처님이 계시지 않으니 무엇으로써 그의 마음을 건지오리까.」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시었다.
「계 법이 밝은 이에게 가서 법에 맞는 행동(威儀)과 금계(禁要)의 일을 깨우치고 익혀라. 이와 같이 비구를 만들면 만드는 이도 또한 제도받(度亦得度)거니와 스스로 밝히지도 않고서 다시 전수한다면 두 사람 다 미하여 도를 잃어서 혼돈하기 그지 없거늘 어디로부터 도탈(度脫)을 얻겠느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오는 세상에 비구들은 스스로를 깨끗이 하지도 못하고 아내를 두고 자식을 기르며 몸으로는 더러움을 행하고 공양을 탐내어 구하며 죄와 복을 믿지 않으면서도 안락함을 바라므로, 벗어남을 얻지 못하리니 매우 안타깝다.」아난다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후세에, 도를 쫓아 벗어남을 입는 이가 있다면 이는 다 부처님의 위신이오며 그 사람은 바르고 참된 인연에서 상(象)을 얻었기 때문에 마땅히 벗어남을 얻지마는 어떤 인연으로 다시 부처님의 밝은 가르침을 믿지 아니하고 어긴다면 다시 얼마나 많은 겁 동안 고통을 받나이까.」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시었다.
「이는 다 전세의 한량없는 겁 동안 오랜 속에 떨어졌으며 그는 그 고통의 처지에서 스스로 뉘우치고 선한 일을 하고 벗어남을 얻기를 원하였다. 그 한때의 스스로 뉘우친 복으로 인하여 곧 복을 얻어 다가오는 말세에 태어나 잠시 불경을 보며 또한 머리도 깎아 비구가 되기는 하였으나 본래의 알음알이가 아직 사라지지 아니했으므로 마음에 오히려 머뭇거리고 눈어두어 분명하지 못하다. 때문에 어려움이 있고 세속을 떠날 수 없는 것이 많으며 밝은 지혜를 만나지 못한다. 그리하여 나중엔 다시 지극한 괴로움 속에 떨어져 무수한 겁동안의 죄를 받느니라.」
이어서 말씀하시었다.
「모든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출가함으로써 처자를 버리고 세간의 행동을 버리어라. 사문이 되거든 계행을 닦되, 나한의 법대로 하라. 차라리 구리 녹은 물을 입속에 부어 입속에 부어 삼키어, 창자가 데어 뭉크러질지언정 결코 덕이 없이 남의 보시를 받지 말라. 또 날카로운 칼로 손을 끊고 사지와 몸뚱이를 쪼갤지언정 덕이 없이 남의 보시를 받지 말라. 사람이 덕이 없이 남의 보시를 받는다면 여러 겁동안 죄의 괴로움에 떨어져서 오래 되어야 나오며, 남은 몇낱의 복으로 사람의 몸이 되어 도로 일일이 갚아야 하나니, 종이 되어서 갚은 이도 있고, 자식이 되어서 갚는 이도 있으며 부모가 되어서 갚는 이도 있느니라.」
아난다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어떤 것을 일러서 빚을 갚는다고 하나이까.」
부처님이 말씀하시었다.
「대갓집의 종이 되면 억울하게 얻어 맞아도 달게 받고 원망하는 마음이 없으며 부지런히 노력해도 피로함을 꺼리지 아니하며 대갓집의 재물을 중히 여겨서 감히 허비하지 못하나니, 이것이 종으로 태어나 빚갚는 것이다. 지난 세상에서 남의 보시를 받고도 공덕을 행하지 아니하여 그 죄를 끝내고 와서 빚을 갚지만, 본래의 의식이 있기 때문에 원망하거나 성냄이 없이 달게 받을 뿐이다. 또 어떤 것이 자식으로서, 빚을 갚는 것이냐 하면 자식이 재물을 이루어 놓으면 부모가 한도가 없이 허비하여도 자식은 마음에 아까운 생각이 없나니, 이것이 자식으로 빚갚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부모로 빚갚는 것인가. 부모가 재물을 이루어 놓았는데 자식이 허비하나니, 부모는 아까운 줄 모른다. 이것은 다 전생의 알음알이로 빚갚을 인연인 까닭에 아끼는 마음이 없다. 이러한 빚갚음은 인연이 합하면 만나고 마치면 다시 흩어져서 항상 머무는 것이 없다. 밝은 이는 깨닫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 오직 도덕이 있어야만 오래갈 수 있다. 내가 전생에서 빚갚는 종· 자식· 부모가 된 것이 헤아릴 수가 없었는데 이것은 다 한 때의 인연으로서 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제 도를 얻음에 있어서 나의 부모로 나타남은 다 전생의 도덕의 인연이요, 빚갚기 때문이 아니다. 그 부모는 대대로 나를 놓아서(放捨) 나로 하여금 도를 배우게 하였으므로 여러 겁을 정진하여서 이제 성불하였다. 이는 다 부모의 은혜이니, 누구나 도를 배우려면 정진하고 효도하고 순해야만 한다. 한 번 떨어져 인간의 세계(人種)를 잃으면 여러 겁동안 회복하지 못한다. 특히 후말세에서, 경도(經道)를 만나면 부지런해야 하고 부처님 세상을 만나면 진실로 받아 마음에 새겨야 하며 밝은 사람을 만나면 부지런히 묻고 받들어 배워(受)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 몸은 있기 어렵고 여섯 감관(六情)은 갖추기 어려우며 재주와 총명은 얻기 어려우며 부처님은 뵙기 어렵고 경은 듣기 어렵다. 그러니 부지런해야 한다.」
이어서 말씀하시었다.
「내가 열반한 뒤 오역악세(五逆惡世)가 있으리니, 그 때 진단(眞丹)의 지역에 마구니의 일이 치성하여 바른 도를 닫아 막을 것이며 경법은 있으나 배우는 이가 적으며 설령 배우는 이는 있더라도 행하는 이가 적으리라. 세상에 비구는 있지만 스스로 청정함을 지킬 수 있는 이는 적고 더러움은 많으며 속된 행을 익히어 높이 바라보고 어슬렁 어슬렁 걷는(高望遊步)것이 세속사람과 다름없으며 좋은 의복을 구하고 세속의 말솜씨를 배우며 세속의 예절을 따르며 패를 지워 서로 따르고 마음에 상쾌히 여기며 세상의 명예를 구한다. 사람을 가르쳐 법에 들어오게 하여 비구를 만들어 제자를 삼되 마구니를 막는 것은 가르치지 않고 바른 도에 의하지 않으며 세상 건지는 업은 또한 배우지 아니하고 밝은 지혜를 추구하며 스스로 덕(德)이 크다고 말하며 육근의 문은 지키지 않는다. 그러니 사람몸을 얻었으나 잠시 뿐이며 스스로 장구하다고 하나 큰 대상(大對)은 알지 못한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고통을 한없이 받으며 뒤바뀌고 번복되어 마구니떼에 있으니 이 아니 안타까울까. 모든 비구들이여, 이미 사람몸을 얻었고 육정을 갖추었으니 부처님의 경과 계율은 보되 부지런히 행하고 외워야 한다. 한번 사람몸을 잃으면 다시 때를 얻기 어려우며 부처님 세상을 만나기 어려우며 경법을 듣기 어렵다. 조용히 각기 생각해 보아라.」
부처님이 경을 설해 마치시자 모든 비구들은 다들 엄숙히 앉아서 스스로 생각하였으며 곧 아라한을 얻었다.
출전 : 한글대장경(66) 경집부(五)
-나무 관 세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