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와(槿瓦) 2018. 10. 24. 06:14

장아함경-225-45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221 / 10012]

...날 달이 찰 때를 맞아 향탕에 목욕하고 채녀들에 둘러싸여 높은 궁전에 오르자 갑자기 윤보가 저절로 앞에 나타나 있었다. 그 윤보는 천 개의 바퀴살이 있는데 광명과 빛깔을 구족하여 하늘의 장인이 만든 것으로서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순금으로 된 바퀴의 직경은 14[丈四]이나 되었다.

그 때 전륜성왕은 묵묵히 혼자서 생각했다.
'내 일찍이 덕이 높은 장로에게서 들었는데 (머리에 관정의식을 받고 임금이 된 찰리 종족이 보름날 달이 찰 때 향탕에 목욕하고 채녀들에 둘러싸여 보배 궁전에 오르면 금륜(金輪)이 갑자기 앞에 나타나는데 그 바퀴에는 천 개의 바큇살이 있고 광명과 빛깔이 구족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하늘의 장인이 만든 것으로서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며 순금으로 된 바퀴의 직경은 열네 자나 되면 이를 전륜성왕이라고 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수레바퀴가 나타난 것도 그런 일이 아닌가? 내 이제 이 윤보를 시험해 보아야겠다.'
그 때 전륜왕은 곧 4()을 모으고 금륜보를 향해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다시 오른손으로 금수레를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너는 동방을 향해 법답게 구르되 법칙을 어기지 말라.'
그러자 윤보는 곧 동쪽으로 굴렀다. 그 때 왕은 곧 4()을 거느리고 그 뒤를 따랐고, 금륜보 앞에서는 네 신()이 인도했다. 윤보가 멈춰선 곳에서는 왕도 곧 수레를 멈추었다. 그 때 동방의 여러 작은 나라[小國] 왕들은 이 대왕이 오는 것을 보고 금발우에는 은좁쌀[銀粟]을 담고 은발우에는 금좁쌀[金粟]을 담아 왕에게 와서 머리를 대어 절하고 아뢰었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지금 이 동방의 토지는 풍요로우며 백성들은 불꽃처럼 왕성합니다. 그들은 성질이 어질고 온화하며 자비하고 효도하며 충성되고 유순합니다. 오직 원컨대 성왕(聖王)이시여, 여기서 정치를 행하소서. 저희들은 마땅히 좌우에서 모시고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전륜성왕이 작은 나라 왕들에게 말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제현(諸賢)들이여, 그대들은 이미 나를 공양하였느니라. 다만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려 부디 치우치거나 억울하게 하지 말고,


                                                                              [222 / 10012]

온 나라 안에 법 아닌 것을 행하는 일이 없게 하라. 이것을 곧 내가 통치하는 방식[我之所治]이라고 말하느니라.'
그 때 모든 작은 나라 왕들은 이 가르침을 듣고 곧 대왕을 따라 여러 나라를 돌아서 동쪽 바닷가에 이르렀다. 이렇게 차례로 남방서방북방으로 윤보가 가는 곳마다 따라갔고, 그 여러 나라의 왕들도 각각 국토를 바치는 것이 동방의 여러 작은 나라에서와 같았다. 이 때 전륜왕은 금륜을 따라 온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도()로써 교화하고 백성들을 안위시킨 뒤 본국으로 돌아왔다.

그 때 금륜보(金輪寶)는 궁문 위의 허공에 머물러 있었고 전륜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금륜보는 진실로 나의 상서(祥瑞)이다. 나는 이제 참으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금륜보를 성취한 경위이다.
그 왕이 오랫동안 세상을 다스렸을 때 금륜보가 허공에서 갑자기 본 자리를 이탈했다. 그 윤보를 맡은 사람이 빨리 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지금 윤보가 본 자리를 이탈했습니다.'
그 때 왕은 이 말을 듣고 혼자 생각했다.
'내 일찍이 덕이 높은 장로에게 들었는데, 만일 전륜성왕의 윤보가 자리를 이동하면 왕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제 이미 인간의 복락을 누렸으니, 마땅히 다시 방편을 써서 하늘의 복락을 받으리라. 당장 태자를 세워 4천하를 맡게 하고, 따로 한 고을을 떼어 이발사에게 주어 내 수염과 머리를 깎게 한 뒤에 3법의(法衣)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닦으리라.'
그 때 왕은 곧 태자에게 명령해 말했다.
'너는 모르느냐? 내 일찍이 덕이 높은 장로에게 들었는데 만일 전륜성왕의 금륜보가 본 자리를 이탈하면 왕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이제 이미 인간의 복락을 받아 누렸으니, 마땅히 방편을 써서 하늘로 옮겨가 즐거움[天樂]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수염과 머리를 깎고 3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닦고자 4천하를 모두 너에게 맡기니, 너는 마땅히 스스로 힘써 노력하여 백성들은 물론 동물에 이르기까지도 잘 보살피도록 하


                                                                              [223 / 10012]

.'
이 때 태자는 왕의 명령을 받아들였고, 왕은 곧 수염과 머리를 깎고 3법의를 입고서 출가하여 도를 닦았다. 그 때 왕이 출가한 지 7일이 지나자 그 금륜보가 갑자기 보이질 않았다. 그러자 그 윤보를 맡은 사람이 곧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지금 윤보가 갑자기 보이질 않습니다.'
그 때 왕은 이 말을 듣고도 그리 걱정하지 않고 또 가서 부왕의 뜻도 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 부왕은 갑자기 목숨을 마쳤다.
이전의 여섯 전륜왕은 차례대로 서로 이어 받아[展轉相承]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그런데 오직 이 한 왕만은 제 마음 내키는 대로 나라를 다스리고 옛 법을 계승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 정치는 공평하지 않아 천하는 원망으로 호소하고 국토는 줄어들며 백성들은 죽어갔다. 그 때 어떤 한 바라문 대신(大臣)이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이제 국토는 줄어들고 백성들은 죽어가고 갈수록 평상시만 못해집니다. 왕이시여, 지금 나라 안에는 지식 있고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널리 통달해, 과거와 현재[古今]에 대해 환히 알고 선왕(先王)들의 나라 다스리는 법[治政之法]에 대해 갖추어 아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들을 불러들여 그 아는 것을 물어 보지 않으십니까? 그들은 마땅히 잘 대답해 줄 것입니다.'
그 때 왕은 곧 모든 신하를 불러 선왕들의 나라 다스리는 법에 대해 물었으나, 모든 지혜 있는 신하들은 사실을 갖추어 대답했다. 왕은 곧 그 말을 듣고 옛날의 정치를 행하고 법으로써 세상을 보호했다. 그러나 아직도 외로운 이들과 노인들을 구제하지는 못했고, 신분이 낮고 빈궁한 사람들에게는 그 베풂이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갈수록 빈곤해져 드디어 서로 침범하고 약탈하여 도둑이 매우 심하게 증가했다. 경관들은 그들을 붙잡아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이 사람은 도둑입니다. 원컨대 왕께서 이 사람을 다스려주십시오.'
왕은 곧 물었다.


                                                                              [224 / 10012]

'네가 정말 도둑질을 하였느냐?'
그가 대답했다.
'정말 그렇습니다. 저는 빈궁하고 굶주려 스스로 살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둑질을 했습니다.'
그 때 왕은 즉시 창고의 물품을 내어 그에게 주면서 말했다.
'너는 이 물건으로 부모를 공양하고 또 친척을 구제하라. 그리고 지금 이후로는 다시 도둑질을 하지 말라.'
어떤 사람이 도둑질한 사람에게 왕이 재물을 주었다는 소문을 듣고 그도 남의 물건을 강도질하다가 경관에게 붙잡혔다. 경관이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이 사람은 도둑질을 했습니다. 원컨대 왕께서는 이 사람을 다스려주십시오.'
왕은 다시 물었다.
'네가 정말 도둑질을 하였느냐?'
그가 대답했다.
'정말 그렇습니다. 저는 빈궁하고 굶주려 스스로 살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둑질을 했습니다.'
왕은 다시 창고의 재물을 내어 그에게 주면서 말했다.
'너는 이 물건으로 부모를 공양하고 또 친척을 구제하라. 그리고 지금 이후로는 도둑질을 하지 말라.'
다시 어떤 사람이 도둑질한 사람에게 왕이 재물을 주었다는 소문을 듣고 그도 남의 물건을 강도질하다가 또 경관에게 붙잡혔다. 경관이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이 사람이 도둑질을 했습니다. 원컨대 왕께서 이 사람을 다스려주십시오.'
왕이 또 그에게 물었다.
'네가 정말 도둑질을 하였느냐?'
그가 대답했다.
'정말 그렇습니다. 저는 빈궁하고 굶주려 스스로 살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둑질을 했습니다.'


                                                                              [225 / 10012]

그 때 왕은 생각했다.
'먼저 도둑질을 한 자는 내가 그 빈궁함을 보고 그에게 재물을 주면서 앞으로는 도둑질을 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다른 사람이 그 소문을 전해 듣고 다시 서로 본받아 도둑이 날로 증가해 이렇게 그치지 않고 있다. 내 이제 차라리 그 사람을 차꼬와 수갑을 채워가지고 거리를 돌게 한 뒤 그를 싣고 성을 나가 넓은 들에서 죽여 뒷사람의 경계로 삼아야겠다.'
그 때 왕은 곧 측근 신하에게 명령하여 그를 묶게 하고 북을 치며 소리를 외쳐 모든 거리를 돌게 한 뒤 그를 싣고 성을 나가 넓은 들판에서 죽였다.
나라 사람들은 도둑질한 사람이 있으면 왕이 결박시켜 거리를 돌린 뒤 넓은 들판에서 죽인다는 것을 다 알았고 그 때 사람들은 갈팡질팡하며 서로 상의해 말했다.
'우리도 만일 도둑질을 한다면 또한 마땅히 이와 같아서 저들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이에 백성들은 스스로를 방위[防護]하기 위해 마침내 칼과 활 따위의 무기를 만들어 서로 침노하고 잔인하게 해치며 공격하고 약탈하게 되었다. 이 왕 때부터 처음으로 빈궁함이 생겼고 빈궁함이 생긴 뒤에 처음으로 강도가 생겼으며, 강도가 생긴 뒤에 처음으로 무기가 생겼고 무기가 생긴 뒤에 처음으로 살해하는 일이 생겼으며, 살해가 생긴 뒤에 곧 안색이 파리해지고 수명이 짧아졌다. 그 때 사람의 수명은 바로 4만 살이었는데 그 뒤에 점점 줄어 2만 살이 되었다. 그래서 그 중생들에게는 오래 사는 이[]도 있고, 요절[]하는 이도 있으며, 괴로움[]도 생기고, 즐거움[]도 생겼다. 그 괴로움이 생긴 자는 다시 사음(邪淫)과 탐내어 취하는[貪取]마음을 내어 많은 방편을 써서 남의 물건을 도모했다. 이 때 중생들에게는 빈궁함과 강도와 무기와 살해하는 일이 점점 심해져 사람의 수명은 점점 줄어 1만 살이 되었다.
1만 살을 살던 때의 중생도 서로 강도질을 하다가 경관에게 붙잡혔다. 경관이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이 사람이 도둑질을 하였습니다. 원컨대 왕께서 이 사람을 다스려 주십시오.'
왕이 물었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