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와(槿瓦) 2018. 10. 11. 15:39

장아함경-160-32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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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세존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큰 법이 사라지고 가리워짐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중생들은 영영 쇠하고 세간의 안목이 없어졌구나.'
마치 큰 나무의 뿌리가 뽑혀 가지들이 꺾이는 것 같고, 또 허리 잘린 뱀이 뒹굴고 헤매며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것 같다. 지금 모든 하늘들도 이와 같아서 공중에서 소란스럽게 배회하며 슬피 부르짖고 가슴을 치고 뛰며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여래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세존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큰 법이 사라지고 가리워짐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중생들은 영영 쇠하고 세간의 안목이 없어졌구나.'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밤을 새우고 새벽까지 법어(法語)를 강()하였다. 아나율이 아난에게 말했다.
그대는 성()에 들어가 모든 말라족 사람들에게 말하라.
'부처님께서 이미 멸도하셨다. 보시하고 공양하고자 하는 사람은 마땅히 이 때를 놓치지 말라.'”
아난이 곧 일어나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 비구를 데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성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500명의 말라족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어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모든 말라족들도 아난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일어나 맞이하며 그 발에 예배하고 서서 아난에게 말했다.
무슨 일로 이렇게 일찍 오셨습니까?”
아난이 대답했다.
나는 이제 그대들에게 큰 이익을 주고자 이 새벽에 여기 온 것이오. 그대들은 마땅히 아시오. 여래께서 어젯밤에 이미 멸도하셨습니다. 그대들이 보시하고 공양하고자 하거든 이 때를 놓치지 마시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비통해 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어찌 이리도 빠른가? 부처님의 반열반이여, 어찌 이리도 빠른가? 세간의 안목이 멸함이여.”
아난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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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그치시오, 그만 그치시오, 슬피 울지 마시오. 유위(有爲)를 변역(變易)하지 않게 하고자 하나 그리 될 수 없는 것이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고, 만나면 헤어진다. 일체의 은혜와 사랑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셨소.”

그 때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제각기 말하였다.

“우리는 각각 돌아가서 모든 향과 꽃과 또 악기를 마련해 빨리 쌍수로 가 사리(舍利)에 공양하자. 그리고 하루가 지나거든 부처님의 몸을 평상 위에 안치하고 말라족의 동자(童子)들로 하여금 평상의 네 귀를 들게 하고 깃발과 일산을 받쳐 들고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고 음악을 공양하며 동쪽 성문으로 들어가자. 모든 마을을 두루 들러 백성들이 공양할 수 있게 하자. 그런 후에 서쪽 성문으로 나와, 높고 탁 트인 장소로 가서 사유(闍維)[이를 화장하는 일. 다비(茶毘)ㆍ사비야유(闍毘耶維)ㆍ야순(耶旬)이라고도 쓴다.]하자”
그 때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이렇게 의논하고 나서 각각 자기 집으로 돌아가 향과 꽃과 악기를 마련해 쌍수로 나아가 사리에 공양했다. 하루가 지난 뒤 부처님 몸을 평상 위에 안치하고 모든 말라족 사람들이 와서 평상을 함께 들었지만 들려지지 않았다.

그 때 아나율은 모든 말라족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일단 멈추시오. 부질없이 애쓰지 마시오. 지금 모든 하늘이 찾아와 그 평상을 들고자 합니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이 말했다.

“하늘은 이 평상을 어떻게 옮기려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아나율이 말했다.

“그대들은 향과 꽃과 음악으로써 사리에 공양하고 하루를 지낸 뒤 부처님의 몸을 평상 위에 안치하고 말라족 동자들을 시켜 평상의 네 귀를 들게 하고, 깃발과 일산을 받쳐 들고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고 음악을 공양하며 동쪽 성문으로 들어가 모든 마을을 두루 들러 백성들이 모두 공양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그 다음에는 서쪽 성문으로 나가 높고 탁 트인 곳에서 사유에 붙이려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하늘의 생각에는 7일 동안 사리를 모셔 두고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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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꽃과 음악으로써 예경하고 공양하려 합니다. 그 다음에 부처님 몸을 평상 위에 안치하고 말라족의 동자들이 평상의 네 귀를 들게 하고, 깃발과 일산을 받쳐 들고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고 여러 가지 음악을 공양하며 동쪽 성문으로 들어가 모든 마을을 두루 들러 백성들이 모두 공양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그 다음에는 서쪽 성문으로 나가 희련선하(熙蓮禪河)를 건너 천관사(天冠寺)에 가서 사유에 붙이고자 합니다. 위의 하늘들은 이런 생각으로 평상을 움직이지 않게 한 것입니다.”

말라족 사람들이 말하였다.

“알겠습니다. 그 말이 마음에 듭니다. 하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서로 말했다.

“우리들은 먼저 성으로 들어가 거리와 골목길을 평평하게 고르고 물을 뿌려 쓸고 향을 피우자. 그리고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7일 동안 사리에 공양하자.”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곧 함께 성으로 들어가 거리와 골목길을 평평하게 고르고 물을 뿌려 쓸고 향을 피웠다. 그리고 성을 나와 쌍수 사이에서 향과 꽃과 음악으로써 사리를 공양했다. 7일이 지나 해가 저물 무렵에 부처님 몸을 평상 위에 안치하고 말라족 동자들이 네 귀를 받들어 들었다. 깃발과 일산을 받쳐들고 향을 피우고 꽃을 뿌리고 여러 가지 음악을 연주하며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라 편안하고 조용하게 행진했다. 그 때 도리천의 모든 하늘은 문다라꽃ㆍ우발라꽃ㆍ파두마꽃ㆍ구물두꽃ㆍ분다리꽃과 하늘의 전단향 가루를 사리 위에 흩뿌려 온 거리에 가득 차게 하였다. 모든 하늘은 음악을 연주하고 귀신들은 노래를 불렀다.

그 때 말라족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했다.

“사람의 음악은 일단 두고 하늘의 음악을 청해 사리에 공양하자.”

그 때 말라족 사람들이 평상을 받들고 차츰 나아갔다. 동쪽 성문으로 들어가 여러 거리와 골목에 멈추어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고 음악을 공양했다.

그 때 말라족의 대신 로이(路夷)의 딸이 있었다. 불도(佛道)를 독실히 믿었던 그녀는 손에 수레바퀴 만한 황금 꽃을 받들어 사리에 공양했다. 어떤 노파가 소리 높여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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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말라족들은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여래께서 최후로 이곳에서 멸도하시자 온 나라 백성들이 흔쾌히 공양하게 되었구나.”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공양을 베풀어 마치고 다시 북문으로 나가 희련선하를 건너 천관사에 이르렀다. 평상을 땅에 내려 놓고 아난에게 물었다.

“저희들은 이제 다시 무엇으로써 공양해야 합니까?”

아난이 대답했다.

“저는 직접 부처님께 들었고 직접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사리를 장례하고자 하거든 마땅히 전륜성왕의 장례법과 같이 하라고 하더이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또 아난에게 물었다.

“전륜성왕의 장례법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아난이 대답했다.

“전륜성왕의 장례법은 우선 향탕(香湯)으로 그 몸을 씻고, 새 겁패(劫貝:무명천)[karpāsa의 음역이다. 솜[綿]의 일종으로 나무의 이름이며 혹은 이것으로 짠 부드러운 무명천을 말한다.]로 몸을 두루 감되 500겹으로 차곡차곡 묶듯이 감싼다. 몸을 황금관에 넣고 깨 기름을 부어 채운 뒤, 황금관을 들어 두 번째 쇠곽에 넣고, 전단향나무로 짠 덧관으로 그 겉을 거듭 싼다. 온갖 기이한 향을 쌓아 그 위를 두텁게 덮고 사유(闍維)한다. 그 뒤에 다시 사리를 거두어 네 거리에 탑을 세우고 표찰(表刹)[꼭대기에 세우는 당간(幢竿)이다. 찰(刹)은 찰다라(刹多羅, kṣetra)의 준말이다.]에는 비단을 걸어 온 나라의 길가는 사람들이 모두 왕의 탑을 보게 하여, 그 바른 교화를 사모해 많은 이익을 얻게 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난아, 네가 나를 장사지내려 하거든 먼저 향탕으로써 목욕시키고 새 겁패로 몸을 두루 감되 500겹으로 차곡차곡 묶듯이 감싸라. 몸을 황금관 안에 넣고 깨 기름을 부어 채운 뒤, 황금관을 들어 두 번째 쇠곽에 넣고, 전단향나무로 짠 덧관으로 겉을 거듭 싸라. 온갖 기이한 향을 쌓아 그 위를 두텁게 덮고 그리고 그것을 사유하라. 다시 사리를 거두어 네 거리에 탑을 세우고 표찰에는 비단을 걸어 온 나라 길가는 사람들이 모두 그 불탑을 보게 하여, 여래 법왕의 도의 교화를 사모해 살아서는 행복을 얻고 죽어서는 천상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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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게 하라. 단 도를 얻은 자는 제외한다.'

그 때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서로 말했다.

“우리는 성으로 돌아가 장구(葬具)ㆍ향화(香花)ㆍ겁패(劫貝)ㆍ관(棺)ㆍ곽(槨)ㆍ향유(香油)와 흰 천을 마련하자.”

말라족 사람들은 곧 함께 성으로 들어가 장구들을 마련했다. 천관사로 돌아와 깨끗한 향탕으로 부처님 몸을 목욕시키고, 새 겁패로 몸을 두루 감되 500겹으로 차곡차곡 묶듯이 감싸고 몸을 황금관에 넣고 깨 기름을 부어 채웠다. 다시 금관을 들어 두 번째 큰 쇠곽에 넣고, 전단향나무로 짠 덧관으로 겉을 거듭 싸고, 온갖 기이한 향을 그 위에 쌓았다.

그 때 말라족의 대신(大臣) 로이는 큰 횃불을 들고 부처님의 시신을 안치한 장작더미[佛積]에 불을 붙이려 하였다. 그러나 불이 붙지 않았다. 다른 말라족 대신이 잇달아 장작더미에 불을 붙였지만 역시 불은 붙지 않았다.

그 때 아나율이 여러 말라족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여러분,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불이 자꾸 꺼지고 붙지 않는 것은 모든 하늘의 뜻입니다.”

말라족 사람들은 또 물었다.

“모든 하늘은 무슨 까닭에 불이 붙지 못하게 합니까?”

아나율이 말했다.

“대가섭(大迦葉)이 그 제자 500명을 거느리고 지금 파바국(波婆國)에서 오는 중인데, 사유(闍維)하기 전에 도착하여 부처님 몸을 뵙고자 합니다. 그래서 하늘이 그 뜻을 알고 불이 붙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말라족 사람들이 또 말했다.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 때 대가섭은 500명 제자를 데리고 파바국에서 오는 도중에 길에서 한 니건자(尼乾子)를 만났다. 그는 손에 문다라(文陀羅)꽃을 쥐고 있었다. 대가섭은 멀리서 니건자를 보고 가까이 가서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오십니까?” 그가 대답했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