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함경-120-24
장아함경-120-24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116 / 10012] 쪽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우선 잠자코 너의 할 일이나 생각하라. 모든 청신사들이 스스로 원해 처리할 것이다.”
그 때 아난은 다시 세 차례나 거듭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돌아가신 뒤 장례의 법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례의 법을 알고자 하거든 마땅히 전륜성왕(轉輪聖王)과 같이 하라.”
아난이 또 아뢰었다.
“전륜성왕의 장례법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의 장례법은 먼저 향탕(香湯)으로 몸을 씻고 새 무명 천으로 몸을 두루 감되 500겹으로 차곡차곡 묶듯이 감싸고, 몸을 황금관에 넣은 뒤에는 깨 기름을 거기에 붓는다. 다음에는 황금관을 들어 두 번째 큰 쇠곽[鐵槨]에 넣고, 전단향나무로 짠 덧관으로 그 겉을 거듭싼다. 그 다음 온갖 향을 쌓아 그 위를 두텁게 덮고, 그리고 그것을 사유(闍維)[jhpeti의 음역으로 사비야유(闍毘耶維)ㆍ야순(耶旬)ㆍ다비(茶毘)라고도 쓴다. 소연(燒燃)ㆍ소신(燒身)ㆍ분소(焚燒)라고 한역하며 화장(火葬)한다는 뜻이다.]한다. 화장을 마친 뒤에는 사리(舍利)[sarira이며, 설리라(設利羅) 또는 실리라(室利羅)라고도 쓰고, 신골(身骨) 혹은 유골(遺骨)로 한역한다.]를 거두어 네거리에 탑을 세우고 표찰(表刹)[탑(塔) 꼭대기에 세우는 당간(幢竿)을 말한다. 찰(刹)은 찰다라(刹多羅, kṣetra)의 준말이다.]에는 비단을 걸어 온 나라 길가는 사람들이 모두 법왕(法王)의 탑을 보게 하여, 바른 교화를 사모해 많은 이익을 얻게 해야 한다. 아난아, 네가 나를 장사지내려 하거든 먼저 향탕으로 목욕시키고, 새 무명 천으로 몸을 두루 감되 500겹으로 차곡차곡 묶듯이 감싸고, 몸을 황금관에 넣은 뒤에는 깨 기름을 거기에 부어라. 다음에는 황금관을 들어 두 번째 큰 쇠곽에 넣고, 전단향나무로 짠 덧관으로 겉을 거듭싼다. 그 다음 온갖 향을 쌓아 그 위를 두텁게 덮고, 그리고 그것을 사유하여라. 사유를 마친 뒤에는 사리를 거두어 네거리에 탑을 세우고 표찰에는 비단을 걸어 온 나라 길가는 사람들이 모두 부처님의 탑을 보게 하고,
[117 / 10012] 쪽
여래 법왕의 도의 교화를 사모하여 살아서는 행복을 얻고 죽어서는 천상에 태어나게 하라.”
그 때 세존께서는 거듭 이 뜻을 관찰하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난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꿇어앉아 세존에게 말했네. 여래께서 이제 멸도하시고 나면 마땅히 어떤 법으로 장사지내야 합니까. 아난아, 너는 우선 잠자코 네가 행할 일이나 잘 생각하라. 이 나라의 모든 청신사들이 스스로 즐거이 처리하리라. 아난이 이렇게 세 번 청하자 부처는 전륜왕의 장례법을 말했네. 여래의 몸을 장사지내려 하거든 천으로 싸서 관곽(棺槨)에 넣고 네거리에는 탑묘(塔廟)를 세워 중생을 이익되게 하라. 그것을 예배하는 모든 사람은 무량한 복을 모두 얻으리.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천하에는 마땅히 탑을 세워 향과 꽃과 비단 일산과 음악으로 공양할 만한 네 종류의 사람이 있다. 첫 번째는 여래(如來)로써 마땅히 그를 위하여 탑을 세울 만하다. 두 번째는 벽지불(辟支佛)이요, 세 번째는 성문(聲聞)들이요, 네 번째는 전륜왕이다. 아난아, 이 네 종류의 사람은 마땅히 탑을 세워 향과
[118 / 10012] 쪽
꽃과 비단 일산과 음악을 공양할 만하리라.”
그 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탑을 세울 만한 자로는 첫 번째는 부처님 다음은 벽지불과 성문(聲聞) 그리고 전륜성왕 그는 사역(四域)을 다스리는 임금이다. 이 넷은 마땅히 공양받을 만하기에 여래께서 말씀하셨네. 부처님과 벽지불 그리고 성문그 다음은 전륜왕의 탑이라고.
그 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함께 구시성 말라의 쌍수(雙樹) 사이로 가자.” “예.” 아난은 곧 대중들과 함께 부처님을 에워싸고 길을 걸어갔다. 그 때 구시성에서 파바성으로 가던 한 범지(梵志)가 있었다. 도중에 멀리서 세존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부처님의 용모는 단정하고 모든 감관[根]은 고요하였다. 이 모습을 본 그는 곧 기쁨이 넘치고 착한 마음이 일어났다.
부처님께 나아가 문안을 드린 뒤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제가 사는 마을은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원하옵건대 구담(瞿曇)이시여, 그 마을에서 쉬시고 이른 아침에 공양을 드신 뒤 성으로 가소서.”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너는 이제 나에게 이미 공양하였다.”
그 때 범지는 세 번이나 간청했지만 부처님의 대답은 처음과 같았다.
다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이 내 뒤에 있다. 너는 그에게 네 뜻을 말하라.”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곧 아난에게 나아가 인사를 한 뒤 한쪽에 서
[119 / 10012] 쪽
서 아난에게 말했다.
“제가 사는 마을은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원하옵건대 구담께서는 그곳에서 쉬시고 이른 아침에 공양을 드신 뒤 성으로 가십시오.” 아난이 대답했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범지여, 그대는 이미 우리에게 공양하였소.” 범지가 세 번이나 간청하자 아난이 다시 대답하였다. “지금은 날이 너무 덥고 또 그 마을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세존께서 몹시 피곤해 하시니 수고롭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이 사정을 판단하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깨끗한 눈[淨眼]인 부처가 길을 걷다 몹시 지쳐 쌍수로 향하는데 범지가 멀리서 부처를 보고는 곧 다가와 머리를 조아렸네. 제가 사는 마을은 여기서 가까우니 가엾이 여기시어 하룻밤만 머무소서. 이른 아침에 공양을 올리리니 그것 받으시고 저 성으로 향하소서. 범지여 내 몸이 몹시 피곤한데 길마져 멀어서 들릴 수 없구나.저 시봉하는 자 내 뒤에 있으니 그에게 너의 뜻을 말하라. 범지는 부처의 가르침을 받고 곧 아난의 처소로 갔다네. 오직 원컨대 저희 마을로 가시어 이른 아침에 공양 받고 떠나소서.
[120 / 10012] 쪽
아난은 말했네. 그만두오 그만두오. 지금은 날이 더워 갈 수 없소. 세 번을 청하고도 원을 풀지 못하자 범지의 마음은 안타깝고 답답했네. 아아, 이 세계의 모든 유위법(有爲法) 흘러 변하고 항상 머물지 않나니 이제 나는 저 두 나무 사이에서 번뇌가 없어진 몸 아주 없애리. 부처와 벽지불 그리고 성문들 일체는 모두 반열반에 들어가나니 무상은 가리는 것 없어서 마치 불이 산 숲을 태우듯 하네.
그 때 세존께서는 구시성으로 들어가 말라족의 본생처(本生處)인 쌍수 사이를 향해 가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위하여 쌍수 사이에 누울 자리를 마련하되 머리는 북쪽[고려대장경에는 '북(北)'으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에는 모두 '남(南)'으로 되어 있다.]으로 얼굴은 서쪽으로 향하게 하라. 왜냐 하면 내 법[고려대장경에는 '북(北)'으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에는 모두 '남(南)'으로 되어 있다.]이 널리 퍼져 장차 북방에서 오래 머물 것이기 때문이다.”
아난은 “예” 하고 대답한 뒤 북쪽으로 머리를 향하도록 자리를 깔았다. 그 때 세존께서 몸소 승가리를 네 겹으로 접어 오른쪽 옆구리를 붙이고 사자처럼 발을 포개고 누우셨다. 그 때 쌍수 사이에 살면서 부처님을 독실히 믿던 귀신은 때아닌 꽃을 땅에 흩뿌렸다.
그 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쌍수의 신들은 때아닌 꽃을 나에게 공양했다. 그러나 이것은 여래를 공...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