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함경-110-22
장아함경-110-22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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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만 청백한 듯 모양 꾸미며 거짓과 속임으로 성실하지 못하면 이것을 도를 행하는 척 더러움만 짓는다고 한다. 어떤 이를 선과 악이 함께 있으며 깨끗함과 더러움이 뒤섞인 자라 하는가. 겉으로 아름다움 드러난 듯하지만 마치 구리쇠에 금 칠한 것 같은 자라네. 속인들은 마침내 그 모습 보고 성지(聖智)의 제자라 부르는구나. 그러나 다른 이도 다 그런 것은 아니니 맑고 깨끗한 믿음 버리지 말라. 어떤 사람은 대중을 거느리되 속은 흐리면서 겉은 깨끗해 간사한 흔적 당장은 가리지만 실제로는 방탕한 생각 품었느니라. 그러므로 얼핏 겉모양 보고 한눈에 곧 존경하고 친하지 말라. 간사한 자취 당장은 가리지만 실제로는 방탕한 생각 품었느니라.
그 때 주나는 작은 자리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차근차근 그를 위해 설법하시고 가르치시어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다. 대중들은 부처님을 에워싸 모시고 돌아갔다. 도중에 어떤 나무 밑에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등병을 앓고 있다. 너는 자리를 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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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난이 곧 자리를 깔자 부처님께서는 거기서 쉬셨다. 그 때 아난은 작은 자리를 가지고 와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까 주나가 후회하고 한탄하지는 않더냐? 만일 그런 마음이 들었다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주나가 비록 공양을 바쳤지만 그것은 아무 복도 이익도 없습니다. 왜냐 하면 여래께서 그 집에서 마지막으로 공양을 받으시고 곧 반열반을 취하시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런 말 말라. 그런 말 말라. 이제 주나는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수명을 얻고, 좋은 몸을 얻으며, 힘을 얻고, 좋은 명예를 얻으며, 살아서는 많은 재보(財寶)를 얻고, 죽으면 하늘에 태어나 하고자 하는 것이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부처가 처음 도를 이루었을 때 공양을 베푼 자와 부처가 멸도할 때에 공양을 베푼 자, 이 둘의 공덕은 똑같아서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너는 지금 가서 주나에게 '주나여, 나는 친히 부처님에게서 듣고 나는 친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주나여, 너는 공양을 베풀었기 때문에 이제 큰 이익을 거두고 큰 과보를 얻을 것이다'라고 말해 주어라.” 그 때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그의 집으로 찾아가 주나에게 말하였다. “나는 직접 부처님에게서 들었고, 직접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주나여, 너는 공양을 베풀었기 때문에 이제 큰 이익을 얻고 큰 과보를 얻을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부처님께서 처음 도를 얻으셨을 때에 공양을 베푼 자와 멸도하실 때에 공양을 베푼 자, 이 둘의 공덕은 똑같아서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주나는 집에서 공양을 올리고서 비로소 이런 말씀 처음 들었네. 여래의 병환이 더욱 심하여목숨이 이제 끝나려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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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전단 버섯을 먹고서 그 병세 더욱 심해졌지만 병을 안으신 채 길을 걸어서 천천히 구이성(拘夷城)으로 향해 가셨네.
그 때 세존께서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조금 걸어 가시다가 어떤 나무 밑에서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등병의 통증이 너무 심하구나. 자리를 깔아 다오.” “예.” 아난이 곧 자리를 깔자 여래께서는 거기서 쉬셨다. 아난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아라한 제자 복귀(福貴)[복귀(Pukkus)가 “lrassa klmassa svako” 즉 아라라가라마(阿羅邏迦羅摩)의 제자(弟子)로 되어 있다.]가 구이나갈성(拘夷那竭城)[kusinra이며, 앞에서는 구이성(拘夷城)이라 하고 뒤의 문장에서는 구시성(拘尸城)이라 하였다.]에서 파바성을 향해 가고 있었다. 도중에서 나무 밑에 계시는 부처님을 뵈었는데, 그 용모가 단정하고 모든 감관[根]은 고요하며 마음[意]을 잘 다스려 최상이요 제일가는 적멸(寂滅)을 얻은 모습이었다. 마치 큰 용(龍)과 같고 맑고 깨끗해 더러움이 없는 물과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는 곧 즐겁고 기쁘고 착한 마음이 생겨났다.
그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한 뒤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집을 떠나 수행하는 사람이 맑고 깨끗한 곳에서 한가히 지냄을 즐기는 것은 매우 기특한 일입니다. 500대의 수레가 그 곁을 지나가도 그것을 듣거나 쳐다보지 않습니다. 언젠가 저의 스승께서는 구이나갈성과 파바성 중간쯤 되는 곳의 길 가 나무 밑에서 고요히 앉아 계셨습니다. 그 때 500대의 수레가 그 곁을 지나갔습니다. 수레 소리가 우르르하고 울렸지만 그는 깨어 있으면서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 때 어떤 사람이 제 스승에게 와서 물었습니다. '조금 전 수레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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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못했소.' '소리는 들었습니까?.''듣지 못했소.' '당신은 분명 여기에 있었습니까? 아니면 다른 곳에 있었습니까?' '여기 있었소.''당신 정신이 멀쩡합니까?' '제정신이오.' '당신은 깨어 있었습니까, 자고 있었습니까?' '자지 않았소.' 그 때 그 사람은 가만히 생각하였습니다. '이 일은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집을 나와 수행하는 사람이 마음을 한곳에 모아 정진하는 것이 이와 같구나. 저 수레 소리가 우르르하고 울렸는데 깨어 있으면서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하다니.' 그리고는 곧 스승에게 말했습니다. '조금전 500대의 수레가 이 길을 따라 지나갔습니다. 그 수레 소리가 우르르하고 울렸는데도 오히려 듣지 못했는데 어떻게 다른 소리를 듣겠습니까?' 곧 스승에게 예배하고는 기뻐하면서 떠나갔습니다.”
부처님께서 복귀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네 마음대로 대답해보라. 많은 수레가 진동하며 지나갔는데, 깨어 있으면서도 그것을 듣지 못하는 것과, 우레가 천지를 진동하는데, 깨어 있으면서도 그것을 듣지 못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되느냐?” 복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천만 대의 수레 소리라 한들 어찌 우레소리에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수레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그래도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없습니다. 우레가 천지를 진동하는데, 깨어 있으면서도 듣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부처님께서 복귀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언젠가 아월(阿越)촌을 유람하면서 어떤 초막에 있었다. 그 때 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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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갑자기 일어나면서 뇌성과 함께 벼락이 쳐, 황소 네 마리와 농부 형제가 죽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때 나는 초막에서 나와 거닐며 경행(經行)하고 있었다. 그 군중 가운데서 어떤 사람이 내게 와,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한 뒤 나를 따라 경행하였다. 나는 알면서도 일부러 그에게 물었다. '저 대중들이 저렇게 모여 무엇을 하는가?' '부처님께서는 어디에 계셨습니까? 깨어 계셨습니까, 주무시고 계셨습니까?' '나는 이곳에 있었고 자지도 않았다.' 그 때에 그 사람은 '부처님처럼 선정[定]을 얻은 자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뇌성 벽력 소리가 온 천지에 요란한데 혼자 고요히 선정에 들어 깨어 계시면서도 듣지 못하시다니' 하고 감탄하고는 곧 나에게 말했다. '아까 검은 구름이 갑자기 일어나 뇌성과 벼락이 쳐, 황소 네 마리와 농부 형제가 죽었습니다. 그래서 저 대중들이 모인 것입니다.' 그 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곧 법의 기쁨을 얻어 내게 예배하고 떠나갔느니라.” 그 때 복귀는 백천 냥의 가치가 있는 황금빛 나는 두 벌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 옷을 세존께 바칩니다. 원컨대 받아 주소서.”
부처님께서 복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옷 한 벌은 내게 주고, 한 벌은 아난에게 주어라.”
그 때 복귀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어 한 벌은 여래에게 바치고 한 벌은 아난에게 주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가엾이 여겨 곧 그것을 받아 주셨다. 그 때 복귀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하여 차근차근 설법하시고 가르치시어 그를 이롭게 해 주시고 기쁘게 해 주셨다. 즉 시론(施論)ㆍ계론(戒論)ㆍ생천론(生天論)에 대해 말씀해 주시고, 애욕은 큰 재앙이요 더럽고 깨끗하지 못한 가장 큰 번뇌로서 장애가 될 뿐이니 이를 벗어 나는 요긴한 길을 찾는 것이 제일이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복귀의 마음이 기쁨에 차고 부드러워져 모든 개(蓋)와 전(纏)[10전(纏)이 있다. 개(蓋)와 전(纏) 모두 번뇌를 지칭한다.]이 없어지고 쉽게 교화될 줄을 아셨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