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함경-50-10
장아함경-50-10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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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 이렇게 관찰해 보고 나서 맑고 깨끗한 지혜 생겨 늙음과 죽음은 생을 인연해 있고 생이 멸하면 늙음과 죽음도 멸함을 깨달았네.
“비바시부처님께서는 처음으로 도를 이루셨을 때 두 가지 관법[觀]을 많이 닦으셨으니, 하나는 안은관(安隱觀)이요, 다른 하나는 출리관(出離觀)이었느니라.”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짝할 이 없는 여래께서는 두 가지 관법을 닦으셨으니 안은관과 출리관을 닦으시어 선인(仙人)께서 저 언덕에 건너가셨네. 그 마음은 자유를 얻어 모든 번뇌를 끊어 없애고 산 위에 올라가 사방을 살피니 그러므로 비바시라 이름하였네. 큰 지혜의 광명이 어둠을 없애 자신을 거울에 비추어 보는 것 같네. 세상을 위해 걱정 번민 없애주고 남ㆍ늙음ㆍ죽음의 괴로움도 가셔 주었네.
“비바시부처님께서는 한적한 곳에서 또 이렇게 생각하셨느니라. '나는 이제 이 위없는 법을 이미 얻었다. 이것은 매우 깊고 미묘하여 알기도 어렵고 보기도 어렵다. 이것은 번뇌가 없고 맑고 깨끗해, 오직 지혜 있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지 범부(凡夫)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모든 중생들이 다른 주장과 다른 소견과 다른 감정과 다른 학문을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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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기 때문이다. 저들은 제각기 다른 소견에 의지해 나름대로 구하는 바를 즐기고 제각기 배운 바에 힘쓴다. 그러므로 이 매우 깊은 인연의 법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애욕이 끊어진 열반은 더더욱 알지 못할 것이다. 내가 저들을 위해 법을 설명해도 저들은 반드시 이해하지 못하고 도리어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입을 다물고 설법하지 않으려 하셨느니라.
그 때에 범천왕이 비바시부처님의 이런 생각을 알고 곧 이렇게 생각했느니라. '이 세상은 곧 망하겠구나. 참으로 가엾은 일이다. 비바시부처님께서 그 깊고 미묘한 법을 알면서도 설법하시려 하지 않는구나.' 그래서 힘센 사람이 팔을 굽혔다 펴는 정도의 짧은 시간에 범천궁(梵天宮)에서 순식간에 내려와 부처님 앞에 서서, 그 발 앞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가 서 있었다.
그 때 범천왕은 오른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느니라. '원컨대 세존이시여, 때를 보아 법을 베푸소서. 지금 이 중생들은 업장이 엷고 모든 감각 기관이 영리하며 공경하는 마음이 있어 교화하기 쉽습니다. 뒷세상에서는 구제할 수 없는 죄를 지을까 두려우니 온갖 악한 법을 멸하고 좋은 세계에 태어날 수 있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범천왕에게 말씀하셨느니라.
'그렇다, 그렇다. 네 말과 같다. 다만 나는 한적한 곳에서 혼자서 묵묵히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내가 얻은 바른 법은 매우 깊고 미묘하다. 내가 비록 저들을 위하여 설명하더라도 저들은 분명 이해하지 못하고 도리어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잠자코 있으며 설법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나는 무수한 아승기겁(阿僧祇劫) 이전부터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노력하여 위없는 행(行)을 닦아 오늘에야 비로소 이 얻기 어려운 법을 얻었다. 비록 내가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빠져 있는 저 중생들을 위해 설법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반드시 내 말을 실행하지 못하고 부질없이 수고롭기만 할 것이다. 이 법은 미묘하여 세상의 일들과 서로 반대되는 만큼 탐욕에 물들고 어리석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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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인 중생들이 믿고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범왕이여, 나는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차라리 입을 다물고 설법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그 때 범천왕은 세 차례에 걸쳐 더욱 간절히 설법하실 것을 청했느니라.
'세존이시여, 만일 세존께서 설법하시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곧 망할 것입니다. 그것은 참으로 가엾은 일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지금 곧 널리 법을 펴시어 저 중생들로 하여금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게 하소서.' 그 때 부처님께서 세 차례에 걸친 범왕의 간절한 청을 듣고 곧 부처의 눈[佛眼]으로써 세계를 두루 관찰해 보았느니라. 중생들 가운데는 더러움이 많은 자도 있고 적은 자도 있으며, 근성이 영리한 자도 있고 미련한 자도 있으며, 가르치기에 어려운 자도 있고 쉬운 자도 있음을 보았다. 쉽게 가르침을 받는 자는 후세에 받게 될 죄의 과보를 두려워하여 능히 악한 법을 끊어 좋은 세계에 태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마치 우발라(優鉢羅)꽃ㆍ발두마(鉢頭摩)꽃ㆍ구물두(鳩勿頭)꽃ㆍ분타리(分陀利)꽃[청련(靑蓮), 발두마화(鉢頭摩華)는 홍련(紅蓮), 구물두화(鳩勿頭華)는 황련(黃蓮), 분타리화(分陀利華)는 백련(白蓮)이다.]이 진흙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물 속에 있는 것, 혹은 이미 나와 물과 수평을 이룬 것, 혹은 물 위까지 올라오기는 하였지만 아직 피지 못한 것 등의 차이가 있긴 하나 그것들은 다 물에 더럽혀지지 않고 쉽게 피어날 수 있는 것과 같았다. 세계의 중생들도 또한 그와 같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범왕에게 말씀하셨느니라. '내 너희들을 가엾이 여겨 이제 마땅히 감로(甘露)법문을 열어 설명하겠노라. 이 법은 깊고 미묘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나는 이제 내 말을 믿고 받아들여 즐거이 듣는 자를 위해서는 설법하겠지만, 혼란스러워하고 아무 이익이 없는 자를 위해서는 설법하지 않으리라.'
그 때 범왕은 부처님께서 그의 청을 들어주심을 알고 기뻐 뛰면서 부처님 주위를 세 바퀴 돌고,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한 뒤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가 사라진지 오래지 않아 여래께서는 조용히 혼자서 생각했느니라. '내가 누구에게 먼저 설법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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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내 마땅히 반두성(槃頭城)으로 들어가 먼저 왕자 제사(提舍)와 대신의 아들 건다(騫茶)를 위해 감로의 법문을 열리라.' 그 때 세존께서는 마치 힘센 사람이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짧은 시간에 도(道)를 이룬 나무 밑에서 사라져 반두성에 있는 녹야원(鹿野苑)에 이르러 자리를 펴고 앉으셨느니라.”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자가 숲 속에서 자유로이 노니는 것처럼 저 부처님 또한 그렇게 자유로이 노닐며 걸림이 없었네.
“비바시부처님께서 동산지기에게 말씀하셨느니라. '너는 성으로 들어가서 왕자 제사와 대신의 아들 건다에게 가서 (정녕 궁금하십니까? 비바시부처님께서 지금 녹야원에 계시면서 그대들을 보고자 합니다. 지금이 바로 적기임을 아셔야 합니다)라고 전하여라.' 그 때 그 동산지기는 분부를 받고 두 사람의 처소로 찾아가 부처님의 말씀을 빠짐없이 전하였느니라. 두 사람은 그 말을 듣고 곧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가서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차근차근 설법하시어 가르침을 펼쳐 보여 이롭게 해주고 기쁘게 해 주었다. 즉 보시론(布施論)ㆍ계율론(戒律論)ㆍ생천론(生天論)에 대해 말씀하시고, 애욕[欲]은 나쁘고 더러운 것이며 우환이 되는 심각한 번뇌임을 가르치고, 세속을 떠나는 공덕은 가장 미묘하고 청정하기 제일이라고 찬탄하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두 사람의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기뻐하며 즐거이 믿어, 바른 법을 넉넉히 감당할 수 있음을 아셨다. 그래서 곧 그들을 위하여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聖諦]를 말씀하시고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集聖諦]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滅聖諦]ㆍ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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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의 벗어남에 대한 진리[苦出要諦]를 두루 펴 해설하셨다. 그 때에 왕자 제사와 대신의 아들 건다는 앉은 자리에서 먼지와 때를 멀리 여의고 법안(法眼)이 청정해졌으니, 마치 흰 바탕이 쉽게 염색되는 것과 같았다.그 때 지신(地神)이 곧 이렇게 외쳤느니라. '비바시여래께서 반두성 녹야원에서 위없는 법륜(法輪)을 굴리셨다. 그것은 어떤 사문 바라문, 모든 하늘이나 악마, 그리고 다른 세상 사람들로서는 굴릴 수 없는 것이다.' 이 소리가 널리 퍼져 4천왕(天王)을 비롯해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까지 들렸고 잠깐 동안에 범천까지 들렸느니라.”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기뻐하는 마음으로 뛰며 좋아해 저 여래를 기리어 칭찬했네. 비바시는 비로소 부처님 되어 위없는 법륜(法輪)을 굴리셨다네. 처음으로 수왕(樹王) 아래에서 일어나 반두성으로 나아가시어 건다와 제사를 위해 4제(諦)의 법륜을 굴리셨다. 그 때 저 건다와 제사는 부처님의 교화를 받아들인 후 깨끗한 법륜 안에서 청정한 행[梵行]을 닦아 따를 이 없었네. 저 도리천의 무리와 천제석(天帝釋) 무리들 이 말을 듣고...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